[매경데스크] 우린 관광업에 얼마나 진심인가
GDP 기여도 OECD 중 꼴찌
일본은 지역 다변화 성공 후
관광객 3000만명 시대 열어
K팝 기회 살려 반전 이뤄야
영국 스카우트 대원 4500명이 새만금 야영지를 떠나 서울로 이동한다는 속보가 떴을 때 가슴이 철렁했다. 이동지가 서울이라는 점도 마음에 걸렸다.
한국의 관광지형을 살펴보면 외국인들의 서울 방문 비중은 76%(코로나19 대유행 이전인 2019년 기준)로 압도적이다. 경기, 부산, 제주, 인천, 강원이 뒤를 이었는데 서울에 훨씬 못 미친다. 호남의 존재감은 더욱 낮다. 관광산업도 서울 편중 현상이 심각한 것이다.
이에 반해 일본은 '관광지 다변화'를 이뤄냈다. 일본은 도쿄 외에 오사카, 교토, 후쿠오카, 삿포로 등 유명 관광지가 전국에 골고루 분포해 있어 수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일본 각지로 흩어진다.
삿포로에서 차로 1시간 떨어진 항만도시 오타루(小樽). 1920년대 석탄산업이 한창일 때 삿포로와 맞먹는 인구를 보유했다가 물류 거점 기능을 상실하면서 인구 10만여 명에 불과한 소도시로 전락했다. 반전은 그다음에 일어났다.
쓸모없어진 운하를 매립하려던 계획을 철회하고 관광자원으로 포장하면서 1140m 길이 오타루 운하의 주변 산책로는 연인과의 데이트 코스로, 운하 주변의 창고는 공예품 판매점과 식당으로 재탄생했다. 영화 '러브레터'의 촬영지라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오타루의 대표적인 디저트 카페 '르타오'에 들어서면 선물용 과자와 초콜릿을 몇 박스씩 포장해가는 관광객들로 늘 북적인다. 강력한 관광 경쟁력이 도시 몰락을 막는 버팀목이 되고 있다.
똑같이 10만 인구 붕괴의 위협에 놓인 충남 공주는 어떤가. 백제의 옛 수도로서 무령왕릉 등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3곳이나 있는 관록의 도시지만 공주를 찾는 외국인들이 몇 명이나 되는지 궁금하다.
올해 상반기에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은 313만명. 같은 기간 한국으로 온 일본인 수는 86만명으로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지금은 일본이 한국을 앞질렀지만 10여 년 전인 2012년만 해도 한국으로 오는 외래 관광객 숫자(1114만명)는 일본(836만명)을 능가했다. 그때 일본은 '타도 한국'을 외치면서 관광 체질 개선에 속도를 냈다. 정치적 재기에 성공한 아베 신조 총리가 인구 소멸을 해결할 미래 산업으로 관광업을 주목한 것이다. 대대적인 변화를 도출한 결과 일본은 2018년에 외국인 관광객 3000만명 시대를 열었다.
사실 합계 출산율 꼴찌에 이어 또 하나의 부끄러운 성적표가 관광업이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에서 관광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3% 안팎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꼴찌 수준이다. OECD 평균인 10% 정도로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그러려면 인구 소멸 위기를 겪고 있는 지방도시들이 보유 관광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데 사활을 걸어야 한다. 관광 경쟁력을 끌어올리려면 중앙정부의 뒷받침도 필수적이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저자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우리나라는 전 국토가 박물관"이라고 했다. 찬란한 문화유산과 자연경관을 가진 한국이 세계 최고 K팝과 K드라마를 지렛대 삼아 도약할 기회를 놓쳐선 안 될 것이다. 홍콩이 무료 항공권 50만장을 살포하면서 관광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우리는 지난 6월 방탄소년단(BTS) 10주년 행사만으로 12만명의 외국인을 끌어들였다.
세계 관광산업은 글로벌 GDP의 10% 이상인 9조2000억달러 규모로 6차 산업의 중요한 축이자 미래 먹거리다. 마침 2023~2024년이 한국 방문의 해 아닌가. 중국 정부도 자국민의 한국 단체관광을 허용하기로 했다. 반도체만 한국을 먹여살리는 게 아니다.
[황인혁 디지털뉴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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