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타다 도랑 빠지고, 길 건너다 물에 휩쓸려…'카눈' 전국에 생채기
제6호 태풍 카눈이 한반도를 관통하면서 인명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대구에서는 60대 남성이 물에 휩쓸려 사망했고 또 다른 60대 남성 한명이 실종돼 당국이 수색 중이다. 강원도 고성에서는 주민들에게 대피하라는 명령이 내려졌다.
10일 오후 대구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태풍에 따른 첫번째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이날 낮 12시33분쯤 대구 군위군 효령면 일대 남천에서 남성 A씨(67)가 물에 휩쓸려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A씨는 심폐소생술을 받고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대구소방안전본부에는 이날 오후 1시45분쯤 달성군 가창면 상원리 일대에서 전동휠체어를 타던 60대 남성 B씨가 도랑에 빠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휠체어는 발견됐지만 B씨는 실종됐다. 소방당국은 인력 30명, 장비 9대를 투입해 수색작업을 별였다.
전남 곡성에서는 노후 주택의 지붕이 무너지면서 1명이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태풍이 북상하면서 충북 영동군에서는 캠핑장에 학생 등 야영객 53여명이 고립되기도 했다.
태풍이 북상하면서 인천과 수도권, 강원도의 피해가 컸다. 이날 오후 3시 기준 속초 등 강원 동해안 북부지역에는 시간당 90㎜가 넘는 강한 호우가 계속되면서 침수 피해가 잇따랐다.
오후 3시께 속초지역에는 1시간 동안 91.3㎜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오후 3시7분엔 동해안 최북단인 고성에서 1시간에 87.5㎜의 강수량이 기록되기도 했다. 고성군 성천리·인흥리·원암리·용촌리 일대 주민은 인근 인흥초등학교로 대피했다.
속초에서는 이날 폭우로 주택과 도로 침수되면서 산사태 등 총 53건의 피해가 시청에 접수됐다. 양양에서는 이날 오전 11시30분쯤 강현면 중복리에서 옹벽이 무너지는 피해가 발생했다.
이날 오전 태풍이 지나간 경남 거제 등 남부 지방에서도 각종 사건 사고가 보고됐다. 오전 9시3분쯤 창원 성산구 대방동 대암고 삼거리에서 60대 여성 C씨가 횡단보도를 건너다 중심을 잃고 넘어져 물에 휩쓸리는 일이 있었다. 당시 인근에 있던 경남경찰청 2기동대 소속 경찰관 2명이 급류에서 C씨를 구조하고 119구급대에 신고했다.
창원을 통과하는 국도 5호선 쌀재터널에서 내서읍 방향 3㎞ 지점에 산사태가 발생해 도로 양방향이 모두 통제됐다. 창원시는 이날 오전 창원 읍면지역 47개 버스노선 운영을 중단했다. 태풍이 북상하면서 오후 2시 현재는 45곳의 운행을 재개했지만 쌀재터널 산사태로 통제된 도로를 지나는 2개 노선은 여전히 운행을 중단한 상태다.
울산에서는 오전 9시26분쯤 중구 다운동에서 "강물에 사람이 떠내려가는 것 같다"는 119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과 경찰 등이 4시간가량 수색 작업을 벌인 결과 오인 신고로 판명됐다. 오전 10시14분쯤에는 울산 울주군 언양읍 송대리에서 "지붕이 현관을 막아 사람이 갇혀있다"는 신고가 접수돼 소방당국이 인명구조 활동을 벌였다.
울산 남구 삼산동에서는 모델하우스 건물 외벽이 떨어져 한동안 교통이 통제됐다. 또 남구 삼산동 가구거리 내 한 가게 외벽이 강풍에 쓰러져 주차돼 있던 차량을 덮치면서 소방당국이 안전조치에 나섰다. 동구의 한 아파트에선 베란다 유리창이 강풍에 깨져 소방당국이 안전조치를 했다. 대구에서 태풍 피해가 집중된 군위군 효령면 병수리에서는 우사가 침수되기도 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태풍 영향으로 대구~부산 구간을 운행하는 경부선 고속열차 운행을 170㎞/h로 서행했다. 해당 구간을 운행하는 KTX와 SRT의 고속열차 운행이 20~30분 지연되기도 했다.
앞서 코레일과 에스알은 전날 태풍 카눈의 피해가 예상되는 일부지역의 열차의 운행을 중단했다. 코레일은 △남해안 지역(목포, 여수엑스포, 광주송정, 진주, 마산, 포항, 구포 경유 등) 노선 △ 태백선·경북선 일반열차 △ 고속구간 연쇄지연 예방을 위한 일부 KTX(일반철도 구간 경유 포함) △ 동해선(부전~태화강) 광역전철의 운행을 중단했다.
SRT도 수서발 부산, 광주송정행 25개 고속열차의 운행을 중단했다. 일반선으로 운행 중인 광주송정역과 목포역 구간 18개 모든 열차 운행을 멈췄다.
정세진 기자 sej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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