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김은경 혁신위' 조기퇴장…'대의원제 무력화'에 비명계 격앙
'전당대회 대의원 배제'에 비명계 극렬 반발…"친명계의 당권 영구장악 시도"
친명계 "충분히 논의해야" 환영…당장 최고위원회의 논의부터 '파열음' 전망
(서울=연합뉴스) 고상민 설승은 한주홍 정수연 기자 = 잇단 설화로 몸살을 앓았던 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10일 활동을 접고 '조기 퇴장'했다.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파문이 한창이던 지난 6월, 당의 전면적 쇄신을 외치며 닻을 올린 지 51일 만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최종 혁신안을 발표하며 "혁신위 결과가 저의 여러 가지 일로 가려질까 가장 두렵다"고 했다.
혁신위는 조기 해산했지만, 혁신안 골자인 '전당대회 대의원 배제' 논란은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대의원제 수정에 반대해 온 비명(비이재명)계는 "친명(친이재명)계가 당권을 영구히 장악하려는 시도"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초선비하'에 '노인폄하' 논란까지…'입 리스크'에 조기 해산
이례적으로 위원장 이름을 딴 '김은경 혁신위'는 정작 위원장 본인의 잦은 설화로 거센 위기를 맞았다.
지난 6월 20일 닻을 올린 혁신위는 활동 초반부터 김 위원장의 '입 리스크'로 몸살을 앓았다.
김 위원장은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의해) 만들어졌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해 물의를 빚었고, 미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이낙연 전 대표를 향해 "자기 계파를 살리려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다가 되레 계파 갈등을 부채질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당내 초선 의원들을 '코로나19에 따른 학력 저하 학생'에 비유했다가 원성을 사기도 했다.
정점은 지난달 30일 청년 좌담회에서 나온 '노인 폄하' 논란 발언이었다. 과거 중학생 아들과의 대화를 소개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일이었다. 본인은 발언의 앞뒤 맥락을 자른 것이라며 사과를 거부했지만 여당은 물론 당내 구성원들로부터도 비판받았고, 결국 나흘 만에 대한노인회를 찾아가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당내에서조차 혁신위 '중도 해체론'이 일었다. "혁신위를 혁신하라"는 목소리마저 나왔다.
일주일에 1회꼴로 혁신안을 내기로 했던 계획은 흐지부지됐고, 급기야 이날 최종 혁신안과 함께 '활동 종료'를 선언하는 데 이르렀다.
당초 혁신위는 9월 초까지 활동할 생각이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최종 혁신안을 발표하면서 "여러 위원이 온오프라인을 통해 치열히 논의·논쟁해 만든 피땀의 결과"라며 "그 결과가 저의 여러 가지 일로 조금 가려질까 가장 두렵다"고 말했다.
자신의 구설 때문에 혁신안의 가치가 퇴색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당부였다.
그는 "명치를 향했던 칼끝이 정말 아팠다. 그래도 여기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죽기 살기로 왔다"며 "(혁신안을) 잘 받아서 민주당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대의원 전당대회 투표 배제' 혁신안 파장…"비명계 죽이기" 반발
혁신위가 이날 내놓은 '대의원 전당대회 투표 배제'가 당내 불러일으킬 파장에도 관심이 쏠린다.
그간 당내에서는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 때 대의원이 행사하는 1표가 권리당원 60표에 해당해 '당원 민주주의'에 맞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은 것도 사실이었다.
당헌·당규를 고쳐 적정 수준에서 대의원과 권리당원 표 비중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혁신위가 대의원을 아예 투표에서 '배제'하는 안을 내놓으면서 그간 대의원제 수정에 찬성했던 중도 성향 의원들마저도 우려하는 분위기다.
당장 비명계는 거세게 반발했다.
이들은 대의원제 수정·폐지 요구를 두고 친명계가 영구히 당권을 장악하려는 의도라고 의심해 왔다.
비명계 재선 의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혁신안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사실상 대의원제 폐지다. 정당법상 문제가 되니 제도 자체는 두면서 투표권을 없앤 것"이라며 "의원총회 등 당내 논의 안건에 부칠 가치조차 없는 반개혁·반혁신안"이라고 비판했다.
다른 비명계 초선 의원은 "친명계 지지자들인 강성 권리당원 표 비중을 40%에서 70%로 올리고 대의원은 아예 쏙 빼버렸다. 팬덤 정치, 직접 민주주의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아무리 '이재명 친위대'라고 해도 혁신위가 너무 나갔다"고 쏘아붙였다.
계파색이 옅은 한 중진 의원은 "혁신위가 오늘 발표한 의제는 모두 정당 내부 이슈였다"며 "혁신위 출범이 총선을 앞두고 중도층 공략에 있다고 본다면 아쉬운 대목"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반면 친명계와 지도부에선 혁신위의 대표 쇄신안인 만큼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는 반응이 나왔다.
친명계 초선 의원은 비명계 반발 움직임에 대해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 당 주인인 당원들의 정치 참여를 막을 수 있느냐"며 "이 혁신안을 거부하자는 사람들의 당내 정치적 입지는 좁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민수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오늘 혁신위의 제안은 민주당의 쇄신을 위한 고언"이라며 "당은 이 제안을 심도 있게 논의해 국민 눈높이에 맞는 당 쇄신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지도부 관계자는 "의원총회에서 만장일치로 결의해 출범시킨 혁신위가 내놓은 안을 지도부가 검토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당장 최고위원 회의에서 논의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goriou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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