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경찰청 “이첩될 때까지 수사 개시 안해”…3주 넘도록 이첩 미루는 국방부, 핵심증거 인멸 우려 [이슈+]

채수근 상병 사망사건 수사 3주 넘도록 지연
경찰 “군이 사건 이첩 전까진 수사개시 안 해”
대통령령에는 “지체없이 이첩해야 한다” 명시
재조사로 시간 끌게 되면 핵심증거 인멸 우려
국방부 “최대한 신속하게 검토가 이뤄졌으면”

국방부 조사본부가 해병대 수사단에서 조사를 마친 채수근 상병 사망사건을 재검토하기로 한 가운데 수사의 주체인 경북경찰청은 군에서 사건이 올 때까지 수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수사가 3주가 넘도록 지연되게 된다면 당사자들에 의해 핵심증거들이 인멸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경북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군이 사건을 다시 이첩하기 전에는 수사를 개시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경북경찰청 수사담당자는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군인 사고이기 때문에 (사건을) 이첩받아야지만 수사를 진행하는 것”이라며 “군인 변사사건이기 때문에 이첩 후에 혐의내용을 수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한 이첩된 자료에 구체적인 죄명, 등 혐의를 적시된 것이 경찰수사에 영향을 미치느냐는 질문에 “수사를 해봐야 아는 것 아니겠나. 접수된 것을 보고 사건 내용을 봐야 한다”며 사건 이첩이 먼저라는 입장을 다시 한 번 밝혔다. 

지난 7월 21일 고 채수근 상병 분향소가 마련된 포항 해병대 1사단 내 김대식관에 고인의 사진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이첩 시기가 늦어지는 탓에 국방부가 수사를 지연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대통령령 ‘법원이 재판권을 가지는 군인 등의 범죄에 대한 수사절차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군 검사 또는 군사법경찰관은 법원이 재판권을 가지는 범죄의 경우 지체 없이 사건을 이첩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그러나 국방부가 해병대수사단장이 경찰로 이첩했던 수사자료를 다시 회수한 데다 재검토 방침을 세우면서 사건 발생이 22일이 넘도록 수사개시 시점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수사는 신속성과 보안성이 생명인데 국방부가 해병대수사단의 사건기록을 재검토하는 사이 사건 당사자들이 핵심증거들을 인멸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번 사건의 핵심 책임자로 거론되는 해병대 임성근 1사단장 등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밝히기 위해서는 어떤 지시가 어떤 경로를 통해 내려갔는지 밝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최근 군 인권센터가 공개한 카카오톡 대화방 기록뿐 아니라 당시 통화기록 핵심증거들을 조기에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수사관할권도 없는 국방부가 이번 사건을 조사본부로 이관해 재검토하게 된다면 이첩 시기가 늦어지는 것은 피할 수 없다. 

군 관련 변호를 맡아온 김정민 변호사는 “경찰에게 수사관할권이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군에서 조사한 기초자료가 넘어오지 않는다면 독자적으로 진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사건의 경우 조사 자체에 시간이 걸린 것이 아니고 조사한 내용을 가지고 국방부가 보내지 않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지체없이 이첩해야 한다는 조항을 어기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국방부는 조사본부에서 해병대 수사단의 기록을 토대로 현재 적시된 혐의와의 직접적이고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는지 보는 것일 뿐, 조사를 처음부터 다시 하는 게 아니라는 입장이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사건 이첩이 지연될 우려가 있다는 질의에 “검토에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거라고 예상을 하지만 최대한 당겨서 통상적인 경우보다 신속하게 검토가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고 밝혔다. 

구현모 기자 li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