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새 1조 몰린 '50년 주담대'…빚투 1등 공신?
금리상승속 '영끌' '빚투' 부추긴다, 비판도
금융당국 "DSR 규제 우회수단"이라 지적
4대은행 출시하자마자 ‘봇물’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농협은행 등 4대은행의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의 실행기준 취급액은 이달 9일 기준 1조2610억6000만원을 넘어섰다. 가입 좌수는 4891건이다.
50년 만기 주담대는 지난 1월 수협은행을 시작으로 지난달 5일 농협은행에 이어 같은 달 7일 하나은행, 14일 국민은행, 26일 신한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이 도입했다. 시중은행에 50년 주담대 상품이 출시된지 한 달여 만에 1조원이 넘는 뭉칫돈이 몰린 것이다.
지난달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512조8875억원으로 전월 말(511조4007억원) 대비 1조4868억원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이 가계대출 잔액 증가세를 견인한 셈이다. 금리 상승에도 주담대 잔액은 지난 5월 증가세로 전환한 이후 세 달 연속 확대되고 있다.
시중은행에서는 장기간 이자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50년 만기 주담대를 모두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50년 만기 주담대를 도입하지 않은 우리은행은 조만간 관련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지만, 이날 당국의 발표에 다소 난감해진 상황이다. 다만 우리은행 관계자는 “50년 만기 주담대 출시를 위한 내부 결정은 마친 상태”라면서 “이른 시점에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50년만기 주담대는 대출 한도 규제로 내집 마련이 쉽지 않은 서민층과 젊은층을 위해 금융당국이 만든 상품이다. 주택금융공사가 작년 8월 적격대출과 보금자리론에 50년만기 주담대를 적용하며 처음 나왔다. 다만 주금공 상품에는 소득·나이 제한이 있지만, 시중은행들이 취급하는 신한은행(나이제한)을 제외하고는 소득·나이 제한이 없다.
50년 만기는 대출 만기가 길어지면 대출자가 매달 내야 하는 원리금이 줄어들고, DSR 규제에 따른 대출 한도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예를 들어 연 소득 5000만원인 차주가 금리 연 4.45%로 30년 만기 주담대를 이용할 경우 DSR 40%가 적용돼 최대 3억3000만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50년 만기 상품을 선택하게 되면 대출한도는 4억원으로 7000만원을 더 받을 수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주담대는 일단 길게 받아놓으면 DSR 규제도 우회하고 월부금도 줄이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면서 “이후에 여유가 되면 추가상환을 하거나, 이사를 갈 때 완제하면 되기 때문에 금융소비자 입장에선 선택지가 늘어나게 되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50년 만기 주담대 등장으로 영끌족의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일부 은행의 경우 50년 만기 주담대 신청 시 청년층 한정으로 추가 우대금리 혜택도 제공하고 있어 젊은 층의 무리한 대출을 조장할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전문가들은 50년 주담대로 만기가 늘어나는 만큼 이자의 총액 상승 등으로 인해 금융 비용이 늘어나면 가계에서 자유롭게 소비하고 저축할 수 있는 처분가능소득이 줄어드는 점에 대해선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가령 차주가 4억원의 대출을 받을 시 금리 연 4.45%를 기준으로 30년 만기 상품의 경우 이자 총액은 3억2535만원이다. 하지만 50년 만기 상품의 이자총액은 5억9833만원으로 늘어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50년 주담대가 은행 입장에서는 장기간에 걸쳐서 꾸준하게 이자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연체 방지 등 운용상 효과적”이라면서 “다만 소비자의 경우 오랜 기간 고정비로 금융 비융이 나가게 되면 전반적으론 민간 소비가 위축될 수 밖에 없다. 그런 측면에서 특히 젊은 영끌 투자자들은 철저한 재무계획을 수립해서 장기간에 걸친 원리금 상환에 따른 부담을 정확히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은행권 주담대 취급 행태를 점검키로 한 상태다. 은행들이 출시한 50년 만기 주담대가 DSR 규제를 우회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지 들여다보고, 필요시 제도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다.
정두리 (duri2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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