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中봉쇄' 동참 압박 커지는데 … 韓, 어디까지 보조 맞출까
韓, 어떤식으로든 부응 불가피
한미일 공동노선은 맞춰가며
세부 대응 유연하게 해나갈 듯
中은 50억弗 칩 사재기 맞대응
◆ 미리보는 한미일 정상회의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중국의 첨단기술 분야에 대한 미국 자본 투자 제한 행정명령에 서명한 데 이어 오는 18일 인도·태평양 지역 동맹국인 한국·일본과 3국 정상회의를 개최하면서 대중국 압박 노선 동참을 요구할 전망이다. 한국 정부도 어떤 방식으로든 참여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 5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미국 정부는 G7 국가가 대중국 경제 압박 공동 노선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경제 압박에 대응하기 위한 공동 플랫폼' 설치에 합의한 바 있다. 당시 이 플랫폼 내용이 구체적으로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미국은 한 국가가 부당하게 경제적으로 압박을 받으면 다른 나라가 도와줄 수 있는 형태인 경제판 집단안보(Collective Economic Security)를 구상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G7 정상회의에 초대됐던 윤석열 대통령도 당시 정상들이 이 같은 내용에 합의하는 것을 지켜봤다. G7에 속해 있는 미국과 일본이 이처럼 대중국 경제 압박과 관련해 공동 노선을 견지하고 있어 G8 지위를 노리는 한국이 노선을 달리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은 2016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에 따른 중국의 경제보복을 경험한 바 있어 중국 경제 압박에 공동 전선 구축을 확실히 하되, 한국의 이해관계를 반영해 수위 조절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해 이번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대중국 경제 압박 공동 대응 방안이 논의되더라도 정상회의 결과 문구에서 노골적인 압박을 드러내지는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전반적으로 논의는 되겠지만 대응은 유연하게 하겠다는 게 한국 정부 방침이다. 중국에 진출한 기업은 물론이고 한중 간 수출입 사정 등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중국 첨단기업 자본 투자 규제정책을 국가안보를 위한 정책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반도체와 설계, 양자컴퓨터, 인공지능(AI) 기술기업에 대한 자본 투자를 제한하는 목적이 군사적 사용을 막겠다는 취지라는 설명이다. 과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쓴 중국에 대한 초토화 전략(Scorched-earth tactic)이 디커플링(탈동조화)에 가까웠다면, 조 바이든 행정부는 '마당은 작게, 담장은 높게(Small yard, high fence)' 전략으로 맞춤형 표적에만 제재를 가하겠다는 의미다.
블룸버그 등은 아직 세부지침이 나오지 않았지만 당초 예상했던 전면적 투자 제한이 아닌 벤처기업·스타트업으로 축소된 규제라고 해석했다. 주무부처인 미국 재무부도 "특정 국가에 대한 안보기술 및 미국 투자 문제"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하며 최종 세부지침 마련을 위한 공개 의견 수렴에 들어갔다. 그러나 중국 외교부는 "미국은 시장경제와 공정경쟁 원칙을 엄중히 위반했고, 세계화에 역행하는 탈중국화를 도모한 것"이라며 "중국은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과 디커플링을 하거나 중국 경제발전을 저해할 뜻이 없다고 한 약속을 확실히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고 반발했다.
미국의 대중국 첨단기술 규제가 강화되자 중국 정보기술(IT) 기업은 '반도체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 이미 고사양 모델 수출이 금지된 만큼 추가 규제에 맞서 저사양 모델이라도 미리 대량으로 쟁여놓는 분위기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바이두, 텐센트, 알리바바 등 중국 기업은 미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에 50억달러(약 6조5000억원)어치 칩을 주문해둔 상태라고 보도했다. 이 중 올해에만 10억달러어치 약 10만개가 중국에 인도되며, 내년에는 40억달러어치가 공급될 예정이다. 미국이 A100의 중국 수출을 차단하자 A800을 대체품으로 대량구매한 셈이다. 시장에서는 미국이 추가제재를 통해 A800도 막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예경 기자 / 진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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