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영수증 발행도 없이…기업에 걷은 후원금만 127억
정부 입찰 참여한 기업 대표
"행사 매출액 마이너스될 판"
"이런 방식 정부 입찰은 처음
명백한 법위반…엄정 수사"
조직위 "잼버리 특별법 근거"
◆ 코리아잼버리 ◆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조직위원회가 행사 관련 공식 후원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기업들에게 127억원이 넘는 거액의 후원금을 걷어 갑질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후원금에 대해서는 영수증도 발행하지 않아 이를 어디에 사용했는지 용처가 불분명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식의 입찰은 처음 본다"고 입을 모은다.
10일 매일경제 취재 결과 잼버리 행사와 관련해 텐트·매트 사업 후원사로 총사업비(36억5000만원)의 18%에 해당하는 6억7000만원을 후원금으로 낸 비에프엘이 선정됐다. 이 과정에서 비에프엘은 현물 3억7000만원 외에 현금 3억원을 후원했는데 조직위는 영수증도 발급해주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비에프엘이 납부한 현금 3억원은 조직위가 받은 전체 현금 후원액(14억원)의 21.4%에 달한다.
일반적으로 후원금은 자발적으로 내는 것이지만 비에프엘이 조직위에 후원금을 납부한 이유는 따로 있다. 조직위가 입찰 참가 자격에 후원금 납부를 의무사항으로 명시했기 때문이다. 매일경제가 입수한 '텐트·매트(캠핑용) 제작부문 공식 후원사 모집 제안요청서'에 따르면 조직위는 텐트 후원금액을 최소 3억6500만원 이상으로 못 박고 그 미만을 제안하면 자동 탈락시키는 규정을 넣었다. 현금 후원을 유도하기 위해 현물과 용역 후원은 현금으로 환산한 금액의 70%만 인정했다. 또 추가 발주 시 추가 사업비의 5%를 후원금으로 납부해야 한다는 조항까지 달았다.
업체 평가 배점표에도 100점 만점에 후원평가 점수를 총 20점으로 할당했다. 총 후원금액과 현금 제안금액이 각각 15점과 5점이었다.
잼버리 입찰에 참여한 한 기업 대표는 "지금까지 5번 정부 입찰에 참여했는데 후원금을 점수화하고 강제로 내게 하는 사례는 없었다"며 "후원금액을 제외하고 사업비가 모자란 상황에서 기상 악화에 대비해 제품을 업그레이드해 제작했고 운영 물자를 5%씩 추가로 더 제작했다. 잼버리 행사 매출이 마이너스가 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전문가들도 정부 입찰에서 후원금으로 점수를 매기는 방식은 처음 본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수사당국이 이에 대해 엄정한 수사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교원 한국구매전문가협회 부회장은 "이런 방식의 입찰은 지금까지 일반 기업에서조차 본 적이 없다"며 "보통 국제·정부 행사는 해당 지역 소상공인을 우선 입찰하는 경우가 많은데, 후원금을 내지 못해 입찰에 참여하지 못한 지역 소상공인의 불만이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입찰 과정에서 특혜가 있었을 수 있다는 의심도 든다"고 지적했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이런 입찰 형식은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며 "특히 조직위가 후원금으로 이익을 얻는 구조로 돼 있어 매우 이상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검사 출신 변호사는 "이렇게 상당한 액수가 후원금으로 사용되면 행사 준비나 진행에 필요한 물자가 충실하게 공급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편법적으로 후원금을 받아 챙겨 영수증 처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조직위에서 행사에 해당 금액을 반영했는지가 불투명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진우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는 "이는 명백한 위법"이라며 "국가계약법은 투명성을 요구하는 입찰과 계약을 통해 금품 수수를 방지하려는 목적으로 만든 것인데, 굉장히 이례적이고 노골적으로 후원금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직권남용, 청탁성 뇌물죄, 배임수재 등 혐의가 드러날 수 있어 엄정한 수사가 요구된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조직위 측은 "올림픽 등 국제행사는 후원금으로 점수를 매겨 입찰을 하며 이번 입찰은 잼버리 특별법을 근거로 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평창동계올림픽 등 국제행사에서 이러한 방식으로 입찰하는 예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또 잼버리 특별법에도 후원금을 강제로 내도록 하는 법적 근거가 될 만한 내용은 없었다.
후원금 영수증을 발급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영수증을 발급하는 대신 마스코트 사용 권한과 잼버리 이름으로 홍보할 수 있는 권한을 주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지원 특별법 시행령' 제3조 1항에 따르면 '조직위는 법 제7조 1항에 따라 기부금품을 접수할 때에는 기부자에게 영수증을 발급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정부 입찰 전문가 원정식 행정사사무소 지음 행정사는 "후원금 영수증을 반드시 발행하게 돼 있는데 하지 않았다면 세금 탈루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권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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