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500억 원 꼬리표 떼면 보인다…한국판 X맨 '무빙'

박정선 기자 2023. 8. 10.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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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빙'
500억 원 꼬리표를 떼야 보인다. 한국판 'X맨', '무빙'의 진가가.

한국 드라마 역대 최고 제작비를 들인 디즈니+ '무빙'이 지난 9일 베일을 벗었다. 총 20부작인 이 시리즈는 1회부터 7회까지 전 세계 동시 공개하는 전략을 택했다. 흥행에 대한 자신감이 엿보이는 행보다.

제작비 500억 원 초대형 블록버스터?
'무빙'

'무빙'은 초능력을 숨긴 채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과 아픈 비밀을 감춘 채 과거를 살아온 부모들의 이야기를 그린 휴먼 액션 시리즈다. 동명의 원작 웹툰을 그린 강풀 작가가 각본에도 참여한 작품이다. '킹덤' 시즌 2의 박인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오징어 게임' 등에 참여한 제작진이 대거 함께했다.

소재가 소재인 만큼, 많은 제작비를 들여 만들어진 작품이다. 업계에 알려진 규모만 500억 원. 후반 작업 과정에서 이보다 더 많은 제작비가 투입됐을 가능성도 있다. 영상화 추진 단계에서부터 초대형 블록버스터의 탄생으로 많은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베일을 벗은 '무빙'은 대형 블록버스터라는 수식어와는 어울리지 않는 작품이었다. 오히려 사랑스러운 상상력, 잔잔한 전개가 돋보이는 시리즈다. 액션과 CG도 물론 등장하긴 하지만, 초반엔 '메인' 자리를 꿰차진 못한다. 이 때문에 화려한 때깔의 블록버스터를 기대한 시청자의 마음엔 썩 만족스러운 작품이 아닐 수도 있다.

히어로물을 가장한 휴먼·가족 드라마

'무빙'
대신 500억 원이라는 수식어 혹은 꼬리표를 떼고 나면 '무빙'의 진가가 보인다.

일단 '무빙'은 흠잡을 데를 찾기 힘든 가족, 휴먼 드라마다. 초능력을 가진 히어로들이 세상을 구하는 어벤저스 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초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부모, 자식, 친구 등 주변 사람들과 어떻게 인연을 맺고 살아가고 있는지를 먼저 보여준다.

오랜 세월 떨어져 있어 관계가 소원한 부자, 아들만을 위해 살아온 엄마와 착하지만 엄마의 품을 벗어나고 싶어하는 아들, 딸을 위해 4000일간 일용직으로 살아온 아버지와 죽은 어머니를 닮아 불의를 참지 못하는 딸 등이 등장해 시청자의 마음을 움직인다.

어벤저스가 아니라, X맨이다. 초능력자를 '괴물'이라고 불리며 외면받는 소수자로 그리면서, 차별과 소외에 관해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리고 차별받고 소외된 초능력자들이 만나 관계를 맺으며 서로를 치유하는 이야기 또한 담아내고 있다. 김희원이 연기하는 선생님 캐릭터, 한효주가 찾아간 정육점의 사장님 캐릭터 등 초능력자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도 이 '치유'에 동참한다.

'무빙'은 강풀 작가의 저력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이다. 차별과 소외를 이야기하듯, 차별받고 소외된 캐릭터를 찾아볼 수 없다. 모든 캐릭터의 서사가 살아있다. 심지어 악역인 류승범(프랭크)까지도 충분히 이야기하며 이해시킨다.
'무빙'

하이틴 로맨스였다가 액션 히어로물이었다가 장르가 휙휙 바뀌는데도, 버릴 장면이 없다. 모든 장면을 허투루 쓰지 않는다. 강풀 작가의 대본에 연출, 음악, 미술 등 모든 요소가 조화로운 덕분이다.

배우들도 '찰떡'이다. 류승룡과 차태현 등의 배우들은 익숙한 이미지를 십분 활용한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지만, 이조차도 좋은 대본을 만나 더욱 빛을 발하는 요소가 됐다. 특히 고윤정의 필모그래피는 '무빙' 이전과 이후로 나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화려한 볼거리의 히어로물이 아니라, 마음을 움직이고 따뜻하게 데우는 휴먼 가족 드라마다. '무빙'의 움직임에 몸을 맡기다 보면, 어느샌가 한국판 X맨들의 세계로 푹 빠지게 된다.

디즈니+ 살릴 구원 투수
'무빙' 스틸

디즈니+는 '무빙'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했고, 대대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그래서 '무빙'을 향한 시선은 기대 반 우려 반이었다.

공개 직후 반응은 좋다. 일단 원작 팬들을 만족시켰다. 원작에 없었던 새로운 오리지널 캐릭터들도 만족스럽게 그렸고, 오히려 원작에서 아쉬웠던 점들을 채우며 보완했다는 호평을 이끌어내고 있다.

20부작인 '무빙'은 매주 수요일 2회씩 순차 공개된다. 쾌조의 스타트를 보인 '무빙'이 마지막까지 디즈니+를 살릴 구원 투수로 활약할 수 있을지 관심을 끈다.

박정선 엔터뉴스팀 기자 park.jungsu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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