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일 전 검찰총장, 특활비 제도개선 방침 내놓고도…2억원 증빙자료 공백”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 함께하는시민행동, 투명사회를위한공개센터와 언론사 뉴스타파 관계자들이 10일 서울 충무로 뉴스타파 함계센터에서 검찰 특활비 내부 문건을 공개하고 국정조사와 특검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현수막을 걸고 있다. 기자회견에서 공개된 문건은 지난 2017년 9월에 만들어진 ‘특수활동비 집행 제도개선방인 시행 통보’라는 제목의 발신자 검찰총장, 수신처 전국 검찰청의 내부 공문이라고 기자회견 주최측은 밝혔다. /김창길기자

검찰이 2017년 9월 특수활동비(특활비) 관리 지침을 개정해 기밀 유지 필요성이 낮은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현금 대신 카드를 사용하도록 해놓고도 검찰총장부터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와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뉴스타파 등은 10일 오후 서울 중구 뉴스타파 함께센터에서 특활비 집행 제도개선 방안이 담긴 법무부와 대검의 공문을 공개했다. 공문에는 2017년 4월 무렵 이영렬 전 지검장의 돈 봉투 만찬 파문으로 ‘검찰 특활비 폐지’ 여론이 커지자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법무부와 대검이 마련한 개선책이 담겼다.

법무부는 2017년 8월자 공문에서 검찰에서 사용되는 특활비의 규모를 축소하고, 기밀 유지 필요성이 낮은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현금이 아닌 카드’를 사용해야 한다고 적었다. 현금 집행시에는 현금수령증을 반드시 구비하고 집행내용확인서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생략해야 한다고 했다.

특활비 집행에 대한 내부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법무부가 사용한 특활비는 법무부 감찰관실이, 검찰이 사용한 특활비는 대검 감찰본부가 점검하도록 했다. 특활비를 목적에 맞게 활용했는지, 증빙자료는 제대로 구비했는지가 점검 대상이다. 법무부는 점검 결과를 특활비 편성 및 배정에 반영하도록 했다.

대검도 2017년 9월 문무일 검찰총장 명의로 ‘특활비 집행 제도개선 방안 시행 통보’ 공문을 전국 검찰청에 내려보냈다. 대검은 이 공문에서 예산·회계 관련 기록물의 보존 연한을 5년으로 명시하기도 했다.

“맹탕 공문…법무·검찰 자체적으로 특활비 감찰하게 둔 것도 문제”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 함께하는시민행동, 투명사회를위한공개센터와 언론사 뉴스타파 관계자들이 10일 서울 충무로 뉴스타파 함계센터에서 검찰 특활비 내부 문건을 공개하고 국정조사와 특검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기자회견에서 공개된 문건은 지난 2017년 9월에 만들어진 ‘특수활동비 집행 제도개선방인 시행 통보’라는 제목의 발신자 검찰총장, 수신처 전국 검찰청의 내부 공문이라고 기자회견 주최측은 밝혔다. /김창길기자

그러나 단체들은 이후에도 검찰의 특활비가 공문대로 관리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문무일 총장의 경우 2017년 9월부터 4개월간 1억9857만원 상당의 특활비 지출내역만 있을 뿐, 이를 증명할 집행내역이 없다는 것이다. 하승수 변호사(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는 “공문에 따르면 특활비 사용시 현금수령증은 필수로 구비돼야 한다”며 “그런데도 문무일 총장은 2017년 9월 무렵 전국 청에 특활비 제도개선 공문을 보내놓고도 정작 본인이 공문 내용을 지키지 않았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재임할 때도 특활비는 전액 현금으로만 집행됐는데, 이 역시 공문 내용과 배치된다. 단체들이 2017년 1월부터 2019년 12월까지의 특활비 내역을 분석한 결과 카드로 사용된 것은 한 건도 없었다. 하 변호사는 “공문은 기밀을 요하는 사건에 한해 현금을 쓰도록 했지만, 연말 보너스 성격의 현금 특활비가 기밀을 요하는 것이라 볼 수 없다”고 했다.

단체들은 대검 감찰본부에 ‘특활비 감찰 보고서’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한 상태다. 감찰부서에서 실제로 특활비 사용 내역을 점검한 사실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박중석 뉴스타파 기자는 “애초 법무부와 검찰 자체적으로 특활비 사용 내역을 관리·감독하도록 한 것이 문제”라며 “폐쇄적이고 수직적인 검찰 구조에서 총장이 사용한 검찰 특활비를 제대로 검증할 수 있었겠느냐”고 했다.

이에 대해 대검 관계자는 “특활비 내부 통제강화를 위해 2021년부터 법무부 특활비 심사위원회에서 집행계획을 수립하고 반기별로 집행상황을 점검하고 있다”며 “법무부에서 반기별로 일선청 예산지도 점검을 통해 특활비 등 예산 관리 점검을 하고 있다”고 했다.

강연주 기자 pla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