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총선 수도권 폭망설’은 엄살일까 사실일까

구민주 기자 2023. 8. 10.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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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는 몰살 예상” “대통령 지지율 50%는 넘어야” 우려 속출
가장 큰 문제로 ‘인물난’ 지목…지지층 결집 의도란 시각도

(시사저널=구민주 기자)

국민의힘 지도부가 10일 국회에서 최고위 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자체 여론조사를 했는데 수도권에서 전멸하는 참혹한 결과가 나왔다. 이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이 신당 창당까지 고민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최근 윤 대통령의 멘토로 불린 신평 변호사의 이 발언이 국민의힘을 한바탕 뒤흔들었다. 파장이 거세지자 당도 대통령실도, 심지어 발언 당사자인 신 변호사도 "사실과 다르다"고 수습했고 윤 대통령의 신당 창당설에도 명확히 선을 그었다.

하지만 그의 발언 중 '수도권에서 전멸하는 참혹한 결과'에 대해선 대체로 수긍하는 분위기가 여권 내 감지되고 있다. 심지어 최근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수도권 지지율을 추월하는 등 긍정적인 지표가 나타나고 있는데도 여권 내 '수도권 위기설'은 날로 커지고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겨우 18석…"패배 이어지다보니 열패감 커져"

총선 전국 선거구 253개 중 48%에 달하는 121개가 수도권(서울‧경기‧인천)에 몰려있다. 서울이 49석, 경기가 59석, 인천이 13석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수도권에서의 승부가 곧 총선 전체의 승부를 가른다'는 얘기가 진리처럼 자리 잡고 있다. 실제 최근 19, 20, 21대 총선 결과만 보더라도 수도권에서 선전한 정당이 원내 1당을 차지해 정국 주도권을 쥐곤 했다.

그런데 지금 국민의힘은 벌써부터 수도권 전멸 가능성을 제시하며 위기감을 극대화하고 있다. 윤상현 의원(인천 동구미추홀구을)은 "차기 총선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간과하기 어렵다. 수도권 위기론은 현실"이라고 경고했다. 안철수 의원(경기 성남 분당구갑)도 "적신호가 켜졌다"고 진단했고, 하태경 의원(부산 해운대구갑)은 "수도권 몰살 위기"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최근 지지율 안정세에도 국민의힘이 전전긍긍하는 이유는 현재 수도권 의석 상황을 보면 알 수 있다. 수도권 내 국민의힘 의석은 18석(서울 9, 경기 7, 인천 2)으로 점유율이 15%에 불과하다. 반면 민주당 의석수는 97석으로 압도적이다. 이런 기울어진 경향은 최근 세 차례 총선을 거치며 날로 강화돼 왔다.

수도권 패배가 장기화하면서 국민의힘 소속 주자들 사이에 열패감이 형성되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경기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국민의힘 한 인사는 "패배가 반복되니 지역 내 세력이 약화되고 선거를 준비하는 주자들의 의지도 꺾이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가진 이른바 '현역 프리미엄' 역시 결코 무시할 수 없다고도 강조했다.

리투아니아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과 폴란드·우크라이나 방문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준비한 수해 관련 자료를 살펴보며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물난 극복' 관건인데…"지지율 높여야 인물도 들어와"

이처럼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우기 위해선 결국 '스타'를 내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현재 수도권 선거를 이끌 인물이 눈에 띄지 않아 당의 고심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지방선거 승리와 장관‧기관장 등 공직 진출로 인해 총선 자원들은 더욱 부족해진 상태다. 이 때문에 원희룡‧한동훈 장관 등 인지도 높은 인사들이 직을 내려놓고 수도권 험지에 출마해 총선 분위기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잇따르고 있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10일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대중적 인지도가 높고 지지층에서 열광할 만한 스타를 내놓아도 수도권 내 웬만한 지역에선 민주당 현역 의원을 이길까 말까인 게 사실"이라며 "남은 8개월이 결코 여유롭지 않다. 지도부가 미리미리 좋은 인재들을 찾아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물난 극복을 위해선 현재 윤 대통령의 낮은 국정 지지도와 당 지도부의 미미한 존재함을 조속히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하태경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 출연해 "(여권의 인물난 호소는) 주객전도된 이야기"라며 "대통령 지지율이 올라가면 가만히 있어도 좋은 인물이 많이 들어온다. 인물이 있고 없고를 따지기보다는 대통령 국정 지지율을 올리면 모든 게 해결된다"고 주장했다.

수도권 위기설엔 용산 대통령실에 가려진 당 지도부 책임도 크다는 비판도 나왔다. 윤상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국민의힘이 집권당으로서 제 역할을 해왔는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대통령과 장관만 보이고 우리 당과 당 대표는 안 보인다"면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 체제가 붕괴하면 우리 당 지도 체제에 대한 변화 요구도 거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민의힘 한 원외 인사 역시 이날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지금 어느 누가 우리 당을 믿고 수도권 험지에 선뜻 도전하려 하겠나"라며 "이대로라면 답이 없다. 윤 대통령 지지율은 최소 50%를 넘겨야 하고, 김기현 지도부는 물러나던가, 물러날 각오로 혁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지지층을 더욱 결집시키기 위해 과도하게 위기를 조장하는 거란 분석도 나온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보통 총선을 앞두고 어느 당이든 승리를 대놓고 자신하는 경우는 없다. 오히려 불리하다는 메시지를 던져 지지자들을 결집시켜왔다"며 "지금 국민의힘내 위기론이 전부 엄살이라고 할 순 없지만 이러한 의도도 어느 정도 깔려 있는 것 같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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