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종의 조현성 성격장애 vs 안인득의 조현병, 뭐가 다른가?
지난 3일 총 14명의 사상자를 낸 '분당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은 피의자 최원종(22)의 '조현성 성격장애'로 인한 범행으로 판단된다고 경찰이 9일 밝혔다. 또 2019년 4월 진주 아파트 방화 및 흉기 난동 사건으로 사망 5명, 부상 17명의 사상을 낸 안인득(46)은 조현병으로 치료받다가 중도 포기하면서 증상이 악화한 무렵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그중 'A군'은 기이하고 괴상한 행동을 하며, 사회적으로 고립돼 지내는 게 특징으로, 편집성 성격장애, 조현형(또는 분열형) 성격장애, 조현성(또는 분열성) 성격장애가 포함된다. A군의 조현성 성격장애는 대인관계나 사회활동이 매우 제한적이다. 사회적 관계에 대한 관심이 결여돼 있고, 혼자 지내려는 경향이 강하다. 내향성으로, 감정적인 냉담함이 특징이다.
다음의 7가지 진단 기준 가운데 4개 이상 만족하면 조현성 성격장애로 진단한다.▶가족과의 관계를 포함해 친밀한 관계를 바라지도, 즐기지도 않음 ▶항상 혼자 하는 행위를 선택함 ▶다른 사람과의 성적 경험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음 ▶거의 모든 분야에서 즐거움을 취하려 하지 않음 ▶1차 친족 이외의 친한 친구가 없음 ▶다른 사람의 칭찬·비난에 무관심함 ▶감정적 냉담·유리 또는 단조로운 정동(감정 표현 범위)의 표현을 보임 등이다. 마지막 기준 가운데 '정동'이란 감정의 표현 범위로, 기쁘거나 슬플 때도 얼굴은 무표정한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한림대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유빈 교수는 "조현성 성격장애는 매우 특이하고 기이한 성격이 특징"이라며 "상황에 따라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조현성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은 다른 사람의 칭찬·비난에 관심이 없다. 다른 사람이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도 무관심하다. 사회적 관계의 정상적인 미묘한 차이를 잘 알아차리지 못하고, 자신에게만 몰두하는 자폐적인 사람처럼 보인다. 눈에 띄는 감정적인 반응이나 눈빛, 미소, 고갯짓, 표정 변화 같은 사회적 상호작용을 보이지 않는다. 아동기·청소년기에는 외톨이, 원만하지 못한 또래 관계, 사회불안, 학습 부진 등이 분명하게 드러나며, 쉽게 따돌림의 대상이 된다.
조현성 성격장애는 조현병과 다르다. 하지만 조현성 성격장애의 피해망상 증상이 조현병이 발병하기 전 과정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조현성 성격장애를 비롯해 성격장애는 명확히 진단으로 정의하기가 애매하다. 질환으로 정의할 만큼의 명확한 원인과 치료제가 없다. 따라서 같은 조현성 성격장애여도 증상에 따라 사용하는 약물도 다르다. 보통은 항정신병 약물, 항우울제, 정신자극제 등을 증상 양상에 따라 일부 환자에게서 사용한다.
최원종이 조현성 성격장애보다는 A군의 '편집성 성격장애' 또는 B군의 '반사회성 성격장애(사이코패스)' 또는 '조현병'과 더 관련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서은 교수는 "최원종이 만 19세인 2020년에 조현성 성격장애로 진단받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진단 시기가 매우 이른 편"이라며 "그의 피해망상 증상이 심한 것으로 미뤄볼 때 편집성 성격장애나 반사회성 성격장애, 조현병이 추가로 진단될 가능성도 있다고 조심스레 추측한다"고 말했다.
편집성 성격장애는 심한 불신, 다른 사람이 나를 착취하거나 해를 끼칠 것이란 의심,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한 음모를 꾸밀 것이란 생각, 갑자기 이유 없이 날 공격할 것이란 불안감이 크다. 다른 사람에 대해 원한을 품고, 모욕감·상처를 용서하지 못해 적대감을 갖는다. 툭하면 소송을 걸어 법적 분쟁에 휘말리거나, 모든 걸 남 탓하는 경향, 분노와 공격성이 편집성 성격장애에서 두드러진다.
반사회성 성격장애는 무차별적으로 문제의 행동을 하고, 규칙을 지키지 않으며, 범죄 행동을 저질러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 무차별 묻지마 흉기 난동 같은 범죄를 저지르고 나서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면 반사회성 성격장애일 가능성이 크다. 경찰은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지난 6일 최원종을 상대로 사이코패스 진단검사(PCL-R)를 실시했다. 그 결과 '측정 불가'로 확인됐다. 경기남부경찰청 과학수사과는 10일 "최원종을 상대로 실시한 사이코패스 진단검사 결과, 평가 대상에 적합하지 않아 사이코패스 성향 여부를 논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조서은 교수는 "여러 보도에 따르면 최원종의 피해망상 증상이 매우 두드러진 것으로 보인다"며 "인지적·지각적 왜곡, 다른 사람이 내게 손해를 끼칠 것이란 의심이 강한 것으로 보면 조현병일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조현병의 주요 증상은 '환청'과 '망상'이다.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세현 교수는 "이런 환자는 분명히 그런 소리를 들었고, 그런 상황을 봤다고들 주장해 스스로 병으로 인식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조현병은 전 세계 인구의 약 1%, 우리나라에선 30만 명 이상이 조현병을 앓고 있다. 주로 10대 후반~30대 초반의 젊은 층에서 처음 발병한다. 조서은 교수는 "남성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여성은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에 발병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조현병은 뇌 신경 회로의 기능장애로 발생한다. 뇌 기능의 주요 역할을 맡는 도파민·세로토닌 등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으로 발생한다. 뇌 특정 부위에서 도파민의 활성이 과다해지면 환각·망상이 발생한다.
조현병 치료는 약물치료가 기본적이면서 필수적이다. 1950년대 조현병 관련 증상을 치료할 수 있는 항정신병 약물이 개발돼 현재까지도 주된 치료법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엔 경구약 외에도 장기 지속형 주사제가 나와 있다. 1~3개월 약효가 지속된다.
이런 약물치료는 조현병 환자의 70~80%에서 효과가 있다. 하지만 20~30%는 효과를 보지 못한다. 김세현 교수는 "이런 경우 여러 약제를 병용하거나, 항정신성 약물 중 클로자핀을 2차 약제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기경련요법(ETC)을 시행하기도 한다.
조현병 환자의 입원 치료는 명확한 진단이 필요할 때, 약물 변경이나 조정 등 집중적인 치료가 필요할 경우, 타인이나 본인에게 위험한 행동을 보일 가능성이 있을 때 고려할 수 있다. 조현병 환자의 첫 입원 치료 후 5~10년간 추적 관찰한 연구들에 따르면 환자의 10~20%는 좋은 결과를, 20~30%는 어느 정도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현병은 명확한 질병이다. 급성기 치료 후에도 재발을 막고, 지속적인 기능 호전을 위해 장기간 꾸준히 치료받아야 한다. 하지만 안인득은 2016년부터 조현병 치료를 받지 않았고, 증상이 악화하면서 2019년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김세현 교수는 "조현병의 치료는 문제가 되는 증상을 없애는 것만이 아니라, 고통을 겪는 환자가 마음의 여유와 일상을 되찾게 하는 것"이라며 "시간과 노력이 결과라는 점을 믿고 치료에 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정신질환은 예방할 수 있으며, 치료를 통해 극복할 수 있습니다. 정신건강에 어려움이 있거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정신건강복지센터 등을 통해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자세한 정보는 국가정신건강정보포털 또는 블루터치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세요.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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