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런던될 줄 알았는데"… 아일랜드 투자 韓기관 '발동동'

조윤희 기자(choyh@mk.co.kr) 2023. 8. 10. 17: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상업용 오피스 사들인 금융사
유럽 부동산 한파에 손실 위기
매각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
국내 투자자들 자금 묶일수도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에 위치한 '더블린 랜딩2 빌딩'. 제이알투자운용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에 위치한 오피스 빌딩에 투자한 국내 금융사가 운용 기한 내 투자 회수에 실패하면서 펀드 만기 연장을 추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해외 상업용 부동산들이 급격한 조정 국면을 맞은 가운데 국내 기관들의 투자금이 몰린 유럽 지역 자산에 대한 손실 우려는 커지고 있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제이알투자운용은 아일랜드 더블린에 위치한 랜딩2 빌딩 매각을 추진했지만 새 주인 찾기에 실패하고 최근 펀드의 만기 연장을 추진하고 있다. 랜딩2 빌딩은 2018년 제이알투자운용이 하나증권과 손잡고 1억650만유로(약 1450억원)에 인수한 오피스 빌딩이다. 펀드 운용 기간은 5년으로 오는 11월 만기를 맞는다.

국내 금융사 측은 현지 원매자를 대상으로 매각을 추진했지만 팬데믹 이후 유럽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자 가격 협상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운용사 측 관계자는 "유럽 현지 시장 상황이 위축돼 적정한 가격을 받기 어려워 매각을 중단했다"며 "현지 금융사와 리파이낸싱(차환)을 추진해 1년 이상 펀드 만기를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펀드의 만기 연장은 수익자 동의가 필요한 만큼 국내 기관들과 협의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에 참여한 하나증권은 인수 물량을 모두 국내 기관투자자들에게 되팔면서(셀다운) 해당 자산에 대한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는 없다는 입장이지만 물량을 받아간 국내 투자자들은 1년 이상 투자금이 묶이게 된다.

하나증권은 랜딩2 빌딩 외에도 베스타스운용과 2018년 샤르몽익스체인지를 1억4500만유로(약 1865억원)에 사들인 바 있다. 이 펀드는 내년 만기를 앞두고 있다. 국내 기관들이 사들인 두 빌딩의 주요 임차인은 공유오피스 업체 위워크(WeWork)다. 인수 당시에는 위워크가 장기 임차를 약속하면서 안정적인 투자로 평가받았지만, 최근 위워크 측이 스스로 파산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직간접적인 영향을 피할 수 없게 됐다.

LB자산운용이 KB증권과 사들인 더블린 베케트 빌딩도 펀드 만기를 2년 뒤인 2025년으로 연장하고 현지에서 매각을 추진 중이다. 2018년 당시 매입가는 1억100만유로(약 1300억원)였지만 최근 거론된 매각가는 8000만유로(1156억원)를 전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매각에 성공하더라도 원금 손실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아일랜드에 한국 금융사들의 앞다퉈 투자한 배경에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의 영향이 크다. 당시 브렉시트 여파로 영국이 혼란에 빠지자 투자자들은 이웃나라이자 영어권 국가인 아일랜드를 투자처로 주목했다. 유럽에서 가장 낮은 12.5%의 법인세율을 앞세워 메타와 위워크 등 글로벌 기업들의 유럽 본사를 유치한 점도 매력도를 높였다. 이 가운데 정보기술(IT) 기업 특화 지구인 더블린이 '포스트 런던'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본 한국 금융사들은 부동산 투자에 뛰어들었다. 지난 5월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해외 부동산 부실 점검 차원에서 영국과 아일랜드를 방문했던 것도 더블린이 런던과 함께 증권사들의 주요 투자처 중 한 곳으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 원격근무 문화가 생겨났고, 수년간 공격적으로 확장해 왔던 빅테크 업체들이 몸집을 줄이면서 주요 테크 기업이 몰려 있는 도시들의 공실률은 높아지는 추세다. 더블린의 사무실 전대 가능 공간은 지난해 4분기 17만8000㎡로 2년 전(9만2000㎡)의 두 배 수준으로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조윤희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