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더M] '먹튀'는 옛말…PEF, 대기업 M&A 지원군 됐다
PEF와 손잡고 자금확보 나서
안정적 2대 주주 역할도 기대
롯데카드 등 수조원대 대어들
올 하반기 이후 줄줄이 매물로
사모펀드와 협력 더 많아질 듯
대기업이 인수·합병(M&A) 투자를 하며 사모투자펀드(PEF)에 지원을 요청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자본시장을 폭넓게 활용하는 PEF를 통해 안정적 자금을 확보하고, 이들의 기업가치 제고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어서다. 경기 악화에 따라 조 단위 우량 기업 매물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대기업과 PEF의 협업 또한 빈번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오는 21일 예정된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 HMM 인수 예비 입찰을 앞두고 각 후보 기업이 PEF와 컨소시엄 구성을 검토·논의 중이다. HMM은 자산총액이 25조원(공정거래위원회 2023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재무 현황)을 넘는 데다가 안정적 해운·물류 사업을 영위 중이라 매력적인 매물로 꼽히지만, 5조원 이상으로 예측되는 인수 가격이 부담으로 작용해서다. HMM 인수 후보 기업은 탄탄한 자금력으로 상대적으로 오랜 기간 2대 주주 역할을 해줄 수 있는 PEF 운용사와 협력 가능성을 다방면으로 살피고 있다.
하림은 JKL파트너스와 HMM 공동 인수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JKL파트너스는 2015년 하림과 함께 팬오션을 사들여 정상화한 경험이 있는 운용사다. 글로벌세아그룹은 IMM프라이빗에쿼티(PE)를 재무적투자자(FI)로 끌어들이는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세아그룹은 2019년 IMM PE에서 태림포장그룹을 7000억원에 인수하며 인연을 맺었다.
이 밖에 SM그룹, LX, 동원그룹도 향후 PEF와 공조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이번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기업들은 대부분 HMM을 단독 인수하기엔 현금 보유량이 부족하다"면서 "PEF를 통해 인수 자금 부족분을 해결하고, 추후 PEF 보유 지분을 서서히 사들이며 지배력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만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이 PEF와 손잡고 투자하는 사례는 증가하고 있다.
일례로 연초 LG에너지솔루션과 도요타쯔우쇼, JKL파트너스는 코스피 상장사 삼아알미늄에 공동으로 투자했다. SD바이오센서와 함께 2조원대 미국 메리디언을 인수한 PEF 운용사 SJL파트너스는 최근 국내 기관투자자들로부터 출자를 받아 해당 투자를 위한 펀드 조성에 한창이다.
산업계에서 PEF를 보는 시선이 달라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엔 PEF 하면 단기 차익을 노리는 '먹튀 세력'쯤으로 보는 부정적 인식이 많았던 반면, 최근엔 자본시장을 융통성 있게 활용할 수 있는 대안으로 검토되는 모양새다. PEF가 매각한 뒤에도 실적이 우상향하는 기업 실례가 다수 확인되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2021년 IMM PE가 2650억원에 SSG닷컴에 매각한 W컨셉은 지난해 1367억여 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 1013억원보다 30% 이상 상승한 것이다.
올 하반기 이후엔 경기 악화와 상속 이슈 등으로 몸값 수조 원대 매물이 속속 등장할 것으로 관측돼 기업과 PEF의 협력도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롯데손해보험, 롯데카드, SK해운 유조선 부문 등 2조~3조원대 기업가치가 거론되는 매물이 새 주인을 찾고 있다. 현재 PEF가 들고 있는 이들 기업 중 다수는 전략적투자자(SI)로 손바뀜이 예상되지만, 역시나 단독으로 인수하기엔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다만 기업이 M&A에 PEF 운용사를 우군으로 끌어들일 땐, 이들을 엑시트(Exit·투자금 회수)해줄 계획도 치밀하게 짜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PEF 운용사는 기관투자자 출자를 받아 펀드를 운용하는 만큼, 일정 기간이 지나면 차익 실현을 해서 출자자에게 돈을 돌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FI의 드래그얼롱(대주주 지분까지 묶어 매각할 권리) 등이 행사되거나 법정 분쟁으로 가는 경우도 종종 생기므로 협업 전에 2대 주주 엑시트 플랜의 얼개도 짜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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