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형 외톨이' 성향 흉악 범죄↑…"처벌도 중요하지만…"

최지은 기자 2023. 8. 10.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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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연달아 발생한 살해·흉기난동 사건 피의자들 대부분이 은둔형 외톨이 성향을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은둔형 외톨이란 사회와 단절된 채 대부분의 시간을 집안 내에서 머무르며 사회 활동을 스스로 차단한 이들을 일컫는다.

일본의 경우 2008년 '거리의 악마'라고 불리는 은둔형 외톨이 성향을 가진 이들의 범죄가 14건가량 발생한 뒤 고립된 청년의 사회 참가를 촉진하는 대책을 함께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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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뉴시스] 김종택 기자 = 7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인근 사건현장에 '서현역 흉기 난동' 피해자 이모 씨(64)를 추모하는 추모글과 꽃다발이 놓여있다. 이씨는 지난 3일 서현역 인근에서 피의자 최모 씨가 몬 차량에 치여 뇌사 상태에 빠졌고 6일 오전 2시경 끝내 병원에서 사망했다. 2023.08.07.


최근 연달아 발생한 살해·흉기난동 사건 피의자들 대부분이 은둔형 외톨이 성향을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사회와 단절된 채 살아오다 폭력성을 극단적으로 분출하는 범죄를 막기 위해서는 형·사법 정책과 함께 사회·복지적 정책이 수반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 5월 과외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만난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정유정(23)은 주변 사람들은 물론 가족과도 교류를 거의 맺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고등학교 졸업 후 범행 직전까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며 은둔형 외톨이 생활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경기 분당구 서현역 인근에서 흉기난동을 벌여 14명의 사상자를 낸 최원종(22)은 2020년 조현성 인격장애 진단을 받은 뒤 치료를 거부한 채 최근까지 홀로 생활을 이어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 밖에 지난달 서울지하철 2호선 신림역 인근에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흉기 난동을 저지른 조선(33) 역시 전과 3범에 소년부 송치 전력 14건으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은둔형 외톨이란 사회와 단절된 채 대부분의 시간을 집안 내에서 머무르며 사회 활동을 스스로 차단한 이들을 일컫는다. 은둔형 외톨이 성향을 가졌다고 해서 잠재적 범죄자로 규정할 수 없지만 묻지마 범죄를 저지른 흉악범 중 은둔형 외톨이 성향을 가지는 이들이 다수 발견된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은둔형 외톨이 성향을 가졌다고 해서 무조건 범죄를 저지른다고 볼 순 없다"면서도 "다만 대인관계가 끊어진 채 범죄 전과가 누적된 사람, 편집적 피해망상이 있는 사람 등은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상균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는 "정치적 목적을 지니고 테러를 저지르는 테러리스트들이 있지만 사회적으로 소외됐던 은둔형 외톨이들이 테러를 저지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다른 사람에 대한 통제욕, 지배욕 등은 인간적인 욕구지만 사회와 관계가 단절된 은둔형 외톨이의 경우 이런 감정과 본인의 상황 사이 거리감이 더 커 극단적인 분노로 표출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서울시 신림역, 성남시 서현역 등에서 흉기난동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자 경찰 당국이 특별치안 활동을 선포한 4일 오후 서울시 강남구 지하철 강남역 인근에 경찰특공대와 전술장갑차가 배치돼 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날 "흉기난동과 그에 대한 모방범죄 등 흉악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특별치안활동을 선포한다"고 밝히고, 총기와 테이저건 등 물리력을 적극 동원하겠다고 말했다. 2023.8.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부는 다양한 형사·사법적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찰 물리력 사용, 사법입원제 등 사후처방적 제도를 확립함과 동시에 사회·복지적 차원의 사전예방적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먼저 우리 사회에 만연한 '경쟁지향적' 분위기가 문제다. 김종영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는 살인적인 병목 사회로 어릴 적부터 패자를 양산하는 시스템"이라며 "이렇다 보니 사회에 대한 불만이 구조적으로 재생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경쟁 사회 다음 상대적 박탈감 등을 해소할 기회를 사회가 제공해야 하는데 (이런 기회가 마련되지 않다 보니) 살인 같은 극단적인 문제까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 사회가 공동체 사회에서 고립 사회로 변화하면서 생겨난 현상 중 하나가 은둔형 외톨이"라며 "은둔형 외톨이는 적자생존 한국 사회에서 앞으로도 더 많이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일본의 경우 2008년 '거리의 악마'라고 불리는 은둔형 외톨이 성향을 가진 이들의 범죄가 14건가량 발생한 뒤 고립된 청년의 사회 참가를 촉진하는 대책을 함께 마련했다. 사회 고립 청년을 위한 상담 프로그램도 지역지원센터에서 실시하고 있다.

김종영 교수는 "엄벌주의 등 물리적인 대책을 마련한다고 해도 흉악범죄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며 "가족, 심리, 교육 등 사회 종합적 접근을 통해 경쟁적인 사회 분위기를 해소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지은 기자 choij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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