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첩 보류' 명령 놓고 국방부 vs 前수사단장 공방 계속(종합)
국방부 "사령관 통한 지시 가능… 경찰 잘못된 판단 우려"
(서울=뉴스1) 박응진 허고운 기자 = 지난달 집중호우 피해 실종자 수색작전 중 순직한 고(故) 채수근 해병대 상병 사고 조사결과 처리 등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10일엔 국방부 장관이 군사경찰인 해병대 수사단에 경찰 이첩 보류 등을 지시할 수 있는지 여부, 국방부 측에서 '채 사병 사고 조사를 국방부 조사본부로 이관하자'는 해병대 측의 건의를 거부한 배경 등이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특히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 측이 '현행 법률체계상 국방부 장관이 일선 군사경찰인 해병대 수사단에 명령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자, 국방부 측에선 '장관이 해병대사령관을 통해 지시하는 건 가능하다'고 맞섰다.
박 대령은 지난달 30일 해병대 수사단의 채 상병 사고 관련 조사결과 보고서에 대해 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대면 결재를 받은 뒤 이달 2일 관할 경찰인 경북경찰청에 이첩했다가 보직해임됐다. 이 장관이 이튿날인 지난달 31일 해병대에 채 상병 사고 보고서의 '이첩 보류'를 지시했는데도 박 대령이 이를 따르지 않았단 이유에서다. 국방부 검찰단은 현재 박 대령을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이에 대해 박 대령 측 김경호 변호사는 이날 언론에 배포한 글에서 현행 '군사법원법' 제38~39조와 관련한 규범 체계적 해석상 "국방부 장관은 각 군(육해공군) 참모총장과 국방부 조사본부장에게만 명령할 수 있을 뿐"이라며 "그 밑에 있는 각 군 군사경찰단장 및 일선 군사경찰에겐 명령을 발령할 권한이 없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특히 "이 사건(채 상병 순직) 발생 뒤 국방부 장관은 국방부 조사본부장에게 수사를 지시할 수 있었지만, 해병대 수사단장(박 대령)에게 수사를 맡겼다"며 "그렇다면 장관은 해군참모총장이나 해병대사령관에게 구체적인 지시를 하고, 참모총장과 사령관이 이 지시를 받아 수사단장에게 지시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그러나 이 사건에서 해군참모총장은 처음부터 배제됐고, 해병대사령관은 수사단장에게 '질문형'으로 물어봤지 명시적으로 (이첩 보류를) 명령한 바 없다"며 "오히려 수사단장은 사령관이 이첩 보류 등을 명령했을 때 발생할 문제점을 서면 보고하고 '국방부 장관이 직접 명령할 수 있는 국방부 조사본부로 이첩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건의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김계환 해병대사령관도 이달 1일 채 상병 사고 조사 건을 국방부 조사본부로 이첩할 것을 신범철 국방부 차관에게 건의했지만, 당시 김 사령관은 "'거부' 답변을 받았다'고 수사단장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그러나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이달 3일 이후 그것(국방부 조사본부 이첩)을 검토하기 위한 준비를 했었다"며 그러나 지난 2일에 해병대 수사단장이 경찰로 (사건을) 이첩해 그 이후 준비나 논의가 무의미해졌다. 그것(이첩)을 누구도 반려한 적 없다"고 반박했다.
국방부의 다른 관계자는 "해병대 수사단은 군검찰과 달리 해병대사령부 직할부대고, 수사단장은 소속 부대장"이라며 "(국방부 장관에겐) 해병대사령관을 통해 구체적 사건에 대해 지시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특히 "'군사경찰의 직무수행에 관한 법률'(군사경찰직무법)을 보면 소속 부대장 지휘·감독 하에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며 "수사단의 모든 결정권이 단장에게 있다고 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박 대령 측은 김 사령관이 채 상병 관련 보고서를 경찰에 이첩하기로 한 2일 오전까지도 '이첩 보류'를 명시적으로 지시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이 부분은 앞으로 국방부 검찰단의 수사 등을 통해 사실관계 확인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국방부 관계자는 이 장관이 채 상병 사고 관련 보고사의 경찰 이첩 보류를 지시한 건 △군 수색작전시 주의 의무를 잘 모르는 민간 경찰이 해병대 수사단의 보고서에 적시된 혐의만 참고해 수사했을 땐 잘못된 법리 판단이 이뤄질 수 있고, △해병대 수사단 보고서 내용대로 군 관계자들에게 혐의가 적용돼 경찰에 입건될 경우엔 모두 군인사법상 불이익을 받게 된다는 점 등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해병대 수사단이 최초 작성한 보고서에선 채 상병 사망과 관련해 '임성근 제1사단장을 포함한 군 관계자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경찰에 이첩할 예정'이란 등의 내용이 기재돼 있었다.
이와 관련 국방부 관계자는 "민간 경찰은 군의 특수한 환경에 대한 수사 경험이 적기 때문에" 해병대 수사단의 판단을 그대로 따랐을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박 대령 측 김 변호사는 이번 '채 상병 순직' 건은 군 관계자의 과실이 사망 원인이 됐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군사법원법 및 '법원이 재판권을 가지는 군인 등의 범죄에 대한 수사절차 등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에 따라 군은 수사권한이 없고 민간 경찰에 이첩해야 한다. 아무도 구체적인 명령을 내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이나 박 사령관이 이첩 보류를 지시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사안이란 얘기다.
이런 가운데 국방부 법무관리실은 지난달 31일 법무 검토를 거쳐 '채 상병 사고 조사결과 보고서의 경찰 이첩 보류' 의견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해병대 수사단의 보고서 내용은 아예 보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돼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일반적인 검토 내용을 (장관에게) 보고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또 유재은 법무관리관이 박 대령과 5차례 통화하면서 '혐의를 빼라'는 등의 요구를 했단 의혹에 대해선 "죄명을 빼고 사실관계만 적시해 경찰에 넘기는 등 여러 이첩방법이 있다고 '설명'했던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런 가운데 국방부는 전날 이종섭 장관 지시로 해병대 수사단의 채 상병 사고 관련 조사 결과를 국방부 조사본부로 이관해 재검토하기로 결정한 상황. 반면 국가인권위 군인권보호위는 국방부 측에 상대로 해병대 수사단 보고서 그대로 경찰에 이첩할 것을 권고했다.
전 대변인은 이 같은 인권위 권고와 관련해선 "국방부는 (채 상병) 사망사건 처리 및 해병대 수사단장 수사와 관련해 군인권보호위의 우려를 유념할 것"이라고만 말했다.
전 대변인은 '현 상황에서 임 사단장이 직무를 이어가는 게 적절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사단장 직무 수행에 지장이 있거나 부족함이 전혀 없다"고 답했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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