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셰에 대한 반항"…'보호자' 정우성, 부친상 겪고도 감독 투혼(종합) [인터뷰]
[OSEN=김보라 기자] 정우성(50)은 국내에서 액션 연기를 잘하는 배우 중 한 명으로 손꼽힌다. 그런 그가 액션물을 직접 연출하면 과연 어떤 결과물이 나올까? 모두의 기대 속에 탄생한 영화 ‘보호자’는 딱 정우성의 멋짐과 고뇌가 반영된 작품이다.
이를 놓고 정우성 감독은 “정우성스러운 영화”라고 표현한다.
한국영화 ‘보호자’(감독 정우성, 제공배급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작 영화사 테이크)는 10년 만에 출소해 몰랐던 딸의 존재를 알고 평범하게 살기를 원하는 남자 수혁(정우성 분)과 그를 노리는 집단 사이의 갈등을 그린 액션 드라마를 표방한다. 박성웅이 조직의 보스 응국 역을, 김준한이 조직의 2인자 성준 역을, 김남길이 킬러 우진 역을, 박유나가 사제폭탄 제조자 진아 역을 맡았다.
배우 정우성이 첫 번째 장편 상업영화 연출작 ‘보호자’를 통해 감독으로 스크린 컴백했다. 지난해 여름 개봉해 흥행에 성공했던 작품 ‘헌트’(감독 이정재) 이후 1년 만이다.
정우성은 10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OSEN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어제 언론시사를 마친 이후 더 많은 생각이 들더라. 연출자로서 정우성이라는 감독의 언어를 넣고자 했는데 이 언어에 대한 선택, 선택에 대한 확신은 있다. 감독으로서 최선을 다한 것에 대한 후회는 없다”라고 연출한 소감을 전했다.
그는 첫 번째 장편 연출 영화에 대해 “(개봉 후) 결과에 대해 속상해하지 않을 거다. 겸허하게 받아들이겠지만 다음엔 어떻게 할지 생각해 볼 기회가 될 거 같다”고 말했다.
“‘보호자’는 개성이 강한 영화”라고 표현한 정 감독은 “예고편을 보면서 특정 장르의 영화를 기대하실 거 같다. 근데 이미 완성도 높은 영화가 있기 때문에 ‘보호자’는 그런 영화가 될 수 없다. 내가 굳이 또 재생산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나다운 영화를 만들어야 했는데 결과물이 우리 영화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 싶었다. 어제 시사회를 하고 나서 ‘보호자’라는 배가 넓은 바다로 출항을 하게 된 것인데 어떤 풍파를 맞게 될지 떨린다.”
조직의 보스를 대신해 징역 10년을 선고받은 수혁은 출소 후 응국에게 평범하게 살고 싶다고 요청한다. 이후 수혁은 오랫동안 사귄 여자친구 민서(이엘리야 분)를 만나러 가서 딸의 아버지가 됐다는 사실을 뒤늦게 접한다. 응국은 그를 놓아줄 마음이 없기에 조직의 2인자 성준에게 수혁을 감시하라고 지시한다. 성준은 수혁을 향한 자격지심과 질투심에 우진과 진아에게 살인 의뢰를 한다. 결국 수혁의 딸이 킬러들에게 인질로 잡히고 평범하게 살고 싶은 수혁은 복수를 결심한다.
정우성에게 ‘평범하게 산다는 것, 좋은 사람이란 무엇이냐’고 묻자, “어려운 질문”이라고 입을 뗐다.
이어 정우성은 “(어느 정도 공개된 삶을 사는) 배우라는 직업을 선택해서 익명성이 없다”며 “영화나 드라마는 사소한 감정이나 사랑의 감정, 분노, 생각 등에서 파장된 감정을 담는다. 누군가와 같이 있는 시간이 담겨지는데 평범함은 상대에게 나를 보여주는 게 아닐까 싶다”고 답했다.
개봉을 앞둔 만족감에 대해 정 감독은 “이런 스타일의 영화를 보여주고 인정받았을 때 느끼는 만족도가 조금 있다”고 말했다. 정우성다운 영화가 나온 거 같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나다운 영화가 될 수 있겠구나 싶다. 물론 처음부터 나다운 영화를 찍겠다고 결심하진 않았었고 촬영하면서 나다움을 찾아간 것”이라고 밝혔다.
정우성 감독은 “부산 촬영이 시작될 무렵 부친상을 당했다. 근데 상만 치렀다. 개인 사정으로 촬영을 미루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적은 예산은 아니었지만 (같은 종류의 영화보다) 작은 예산으로 진행되던 프로젝트라 하루 이틀 촬영을 미루는 것도 큰 누가 된다고 생각했다. 심적으로는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였다”고 촬영 중 겪었던 아픔을 전했다.
정우성은 기존의 누아르 액션물을 보면서 레퍼런스로 삼지 않았다고 했다.
“나답다는 것은 레퍼런스 찾기 않기였다. 나라는 사람의 언어가 담긴 영화이길 바랐다. 나의 도전이 ‘보호자’스럽길 바랐다는 거다. 이게 영화산업, 영화시장에 나갔을 때 어떻게 전달될까 하는 숙제를 지녔다. 그렇기 때문에 고민했다. 앞으로 제게 연출할 기회가 온다면 어떤 시나리오를 선택할지 모르겠다. 하고 싶은 건 많은데 (연출 받을) 시기에 맞을까, 이 시기에 내가 선택한 장르를 하는 게 맞을까 싶을 거 같다. 톤 앤 매너를 결정하는 건 시기마다 달라질 수밖에 없다. 내가 선택한 시나리오에 어떤 채색을 할지 결정하는 건 숙제다.”
“클리셰에 대한 반항심에 도전하게 됐다”는 정우성은 “수혁이 아이와 사랑하는 사람을 구하는 과정에서 폭력에 정당성이 생긴 거 다. 용서에 대한 미덕이 있지만 저는 현실적인 인간에게 집중했다. 수혁은 민서가 마지막에 한 이야기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그는 아이를 구하기 위해 폭력에 노출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진다. 그걸 어떻게 그릴지 고민했다. 폭력을 후회하는 상황에서 아이와 잘 만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고민했다. 이 영화에 나오는 인물들 모두 원하지 않는 상황에 직면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상화된 나약함을 지키기 위해 수혁은 그 어떤 폭력도 정당화한다. 저는 근데 아이를 대상화 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건 아이를 (영화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이라고 봤다. 수혁이 아이의 양육을 결정한 이상 그 존재 자체를 인정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미성숙한 캐릭터들 속에서 아이가 가장 성숙한 인격체 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한 번 연출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다음에 할 장르는 고민하고 있다. 인간의 심리를 더 파고들지, 더 다른 스타일의 액션을 해볼지 고민 중이다”라며 “제가 연기와 연출 중 어느 쪽에 더 집중하겠다기보다 기회가 오는 대로 잡겠다. 다음엔 이런 작품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건 아니다. 고민은 하지만 조급하지 않게 결정한다”고 답했다.
지난해 여름 극장 개봉한 ‘헌트’(2022)를 위해 정우성은 이정재 감독과 활발하게 홍보 활동을 벌였던 바. 이에 ‘올해는 이정재 배우가 홍보를 위해 특별히 도움을 주겠다고 한 게 있는지 궁금하다’는 물음에 “‘헌트’ 때는 저희가 언제 또 같은 작품으로 만나게 될지 몰라서 신나게 했었던 것”이라며 “이정재가 이번에 홍보 활동을 도와준다고 해도 제가 말릴 거다. 해달라고 말하기도 부담스럽다”고 답했다. 그는 최근 공개된 쿠팡플레이 예능 ‘SNL 시즌4’, 유튜브 예능 ‘경영자들’에 출연했다.
이날 정우성은 “저는 ‘SNL’에 또 나가고 싶다. 저는 개그맨들이 웃음을 주기 위해 고뇌하는 모습을 존경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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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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