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늙은 한국'에 투자한 쿠팡의 역발상
누군가 미래를 안다고 호언장담하면 분명 사기꾼이다. 당장 이번 주말 날씨도 모르는데 어떻게 미래를 정확히 본다는 말인가. 하지만 절대로 변하지 않는 미래가 있다. 바로 인구 변화다. 만 8세인 아이가 40만명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는 정확히 10년 뒤 대입 수능시험을 치르는 수험생 수가 된다.
인구 관점에서 보면 미래는 정해져 있다. 지난해 태어난 출생아는 24만9000명이었다.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40만명대를 유지하던 연간 출생아 수는 2015년을 기점으로 급락세를 탔고 급기야 2020년 이후로는 30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인구 구조에 민감한 내수시장은 그야말로 풍전등화에 놓였다. 굴지의 대기업들이 앞다퉈 해외 진출을 선언하는 것도 이 같은 '정해진 미래' 때문이다. 적어도 수출이 아닌 내수시장 투자는 멈추는 것이 상식이다.
대부분 이렇게 생각할 때 역발상을 시도한 기업이 있었다. 바로 쿠팡이다. 쿠팡은 2010년 설립 이후 '로켓배송' 물류망을 구축하기 위해 6조원 넘게 투자했다. 국내 내수시장만 보고 거액을 투자한 기업은 쿠팡을 제외하면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쿠팡은 절망적인 인구 변화를 감안하고 꾸준한 투자를 감행했고 곧 파산할 것이라는 비아냥을 견뎠다. 쿠팡의 흑자 전환은 그래서 이례적이다. 더욱 주목할 점은 쿠팡의 물류망이 고령 인구가 늘수록 더욱 빛을 발한다는 것이다. 노인들은 이동에 제약이 많다. 자동차 운전이 어렵기 때문에 멀리 떨어진 매장 방문은 차츰 줄일 가능성이 높다. 전날 주문해 다음 날 상품을 문 앞에서 받는 구조는 젊은 층보다는 고령자에게 더욱 친화적이다. 물론 현재 고령자들은 전자상거래에 익숙지 않지만, MZ세대가 노년층으로 접어들면 분명 전자상거래 의존도는 지금보다 더욱 높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을 감안해 쿠팡이 꾸준히 물류망에 투자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다른 기업들이 쿠팡과 경쟁하려면 적어도 더욱 편리한 물류망을 구축해야 하는 숙제가 놓인 것만은 분명하다. '정해진 미래'가 다가왔을 때 유통 기업이 승리하려면 결국 물류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김규식 컨슈머마켓부 dorabono@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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