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선 라덕연 조직원, "라씨가 전화로 종가 관리 지시"
[아이뉴스24 오경선 기자] 지난 4월 발생한 8개 종목의 주가 폭락 사태와 관련해 불공정거래 혐의로 기소된 라덕연 H투자컨설팅업체 대표의 재판에 라씨와 함께 근무했던 내부 직원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일명 '라덕연 조직'에서 주식매매 총괄 팀장으로 근무한 증인 A씨는 라씨로부터 특정 종목의 '주가를 올려라', '종가를 관리해라' 등의 지시를 받아 수행했다고 증언했다.
라씨 측은 주가를 올리는 것 자체는 시세 조종(주가 조작)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변론했다. 일정 가격까지 주가를 매집하도록 가이드라인을 준 것일 뿐, 종가를 만들어 관리하라는 의미는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또한 이날 재판에선 라씨와 함께 기소된 H투자컨설팅 사내이사 장모·박모씨가 자백 의사가 있다는 취지를 재판부에 전달했다.
◆ 재판부, 라씨 조직 일당 재판 추가 병합...공범 N갤러리 대표, 첫 재판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정도성)는 10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시세조종, 무등록 투자일임업),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라 대표 외 7명에 대한 3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선 기존 피고인들 8명 외에 추가 기소된 5명에 대한 재판도 이뤄졌다. 먼저 재판부는 라덕연 조직의 자금 세탁을 위해 활용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주식회사 K미디어·S골프의 이사이자 조직 내에서 법인 관리와 투자자 관리 업무를 담당했던 김모씨, 매매 팀장 나모씨, 매매 팀원 김모씨 등 3명에 대한 재판을 기존 사건과 병합해 진행하기로 했다.
검찰은 "이들 3명의 피고인은 라씨와 공모해 대성홀딩스 등 8개 상장기업의 주식을 주식의 시세를 통정매매하는 방법으로 조정해 부당이득을 취득하는데 가담했다. 또한 미등록 투자일임업에도 가담했다"며 "또한 라씨가 자본시장법 위반 범행 과정에서 취득한 수수료를 피고인들이 관리하는 법인 등의 매출 수익으로 가장해 범죄 수익을 취득하고 은닉했다"고 공소사실 요지에 대해 설명했다.
외부에서 라덕연 조직의 범죄수익 은닉 등에 공모한 N갤러리 공동대표 2명에 대한 재판도 진행됐다.
검찰에 따르면 남모씨와 김모씨는 라덕연 조직이 투자자로부터 받은 수수료 약 164억원을 갤러리 사업용 계좌로 지급받고, 라씨 계좌로 전달하는 방식으로 범죄수익 은닉에 가담했다. 또한 29억원 상당의 법인 자금을 개인 투자 목적으로 라덕연 조직에 맡겨 업무상 횡령죄도 적용됐다. 재판부는 이들 재판에 대해서는 기존 사건과 병합하지 않고 별도로 진행하기로 했다.
◆ 라덕연 조직 주식매매 총괄 팀장, 증인 출석
증인 A씨에 따르면 라씨는 텔레그램 내 전화, 메신저 기능을 주로 활용해 주식 매매를 지시했다.
검찰이 "(라덕연 조직) 이전에 주식 관련 업무를 수행한 적이 있거나, 주식 관련 자격증을 갖고 있나?"라고 묻자 A씨는 "이 곳에 들어와 처음으로 주식을 했다"고 답했다. 본인 명의로 C법인을 설립한 경위에 대해선 "이유는 모르겠고, (라덕연 조직의) 변모 이사가 법인을 설립하라고 해서 했다. 입금하라고 하면 제 명의 회사가 갖고있는 돈을 그쪽(라덕연 조직)으로 입금했다"고 증언했다.
A씨는 라덕연 조직의 주식 매매팀에서도 전국에 위치해 있는 아홉여개 매매팀을 총괄 관리하는 컨트럴타워 청라팀 소속 직원으로 근무했다. A씨에 따르면 조직에선 각 매매팀의 위치를 모르게 하고, 매매팀 직원들이 서로의 인적사항도 알지 못하도록 했다. 텔레그램으로 주식 매매 지시 등을 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채팅방을 지워 메세지가 남지 않도록 했다.
검찰이 "라씨가 어떤 종목을 어떻게 거래할지 직접 지시했다고 하는데 맞나?"라고 묻자 A씨는 "특정 종목을 '몇 프로까지 올려라'라고 지시하면, 매매팀에게 추가로 매집을 더 하라고 지시했다"고 대답했다. 검찰이 "각 매매팀의 팀장이나 팀원들이 주식 관련 자격을 갖추고 있나?"라고 질문하자 A씨는 "대부분 조직에 들어와 처음 매매를 시작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또한 고가매수 주문, 물량소진 주문, 시·종가 관련 주문, 허수매수 주문 등 불공정거래에 해당하는 시세 조종 방법을 라씨 등의 지시를 받아 시행했다고 시인했다. 검찰이 "해당 방법을 지시한 이유가 매매를 유인해 주가를 상승시키기 위한 것이 맞나?"라고 묻자 A씨는 "(보유 종목의) 수익률을 관리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주가를 올린 것이 맞다"고 답했다.
라덕연 조직은 직원들 명의의 법인 등 외에도 차명계좌인 일명 '100% 계좌'를 회사 계좌로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계좌는 투자자 중 조직을 통해 오랜 기간 투자했거나 투자금이 큰 사람 혹은 직원 등 믿을만한 사람의 명의 계좌로, 주식 매매에 사용하거나 라씨 등이 수익을 정산한 자금을 보관하는 용도로 쓰였다.
◆ A씨 "라씨가 종가 관리 지시" vs 변호인 "가격 가이드라인 준 것 뿐"
라씨 측 변호인은 증인이 제출한 텔레그램 메시지에 라씨가 '주가를 (인위적으로) 올리라'고 언급한 내용이 없었다는 점을 근거로, 주식을 '사라'는 지시가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라'는 의미는 아니었다고 변론했다.
A씨는 이와 관련해 "(라씨의 주가조작 지시를) 자의적으로 (해석)한 게 아니라, 라씨가 종가를 '어디로 끝내라, 맞춰라' 하면서 전화를 많이했다. '3%까지는 매수하라'는 의미는 종가를 전일 대비 +3% 높은 가격에 끝나도록 맞추라는 의미가 맞고, 이를 위해 호가를 깔아뒀다"고 반박했다.
또한 라씨가 청라팀으로 직접와 매매 과정을 전부 지켜보며 주가조작을 지시한 적도 있으며, 라씨가 거주하는 한남동으로 일주일에 3번씩 출근해 라씨가 매매 과정을 모두 지켜보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난 4월 24일 주가 폭락 직전에는 라씨가 직접 주가조작을 진두 지휘했다고 증언했다.
라씨 측 변호인이 "호가를 깔아두는 것만으로도 종가가 관리된다면, 라씨의 지시가 있었음에도 주가가 특정 금액에 종가 형성되지 못한 것은 왜 그런가?"라고 묻자 A씨는 "회사(라덕연 조직)가 들어간(매수한) 종목의 대부분이 거래가 적어서, 매수 호가를 깔아두면 보통 그정도 가격(라씨가 지시한 가격)에서 마무리됐다(종가가 형성됐다). (당장 팔 것이 아니기에) 오늘 끝나는 종가가 꼭 중요한건 아니고, 어짜피 다음날이나 그 다음날 또 올리면 되니까 절대적으로 가격을 지키라고 하진 않았다"고 답했다.
변호인이 "증인이 매매팀에 지시해서 체결된 거래 중에서, (라덕연 조직 내) 투자자끼리 시행한 거래와, (일반)투자자들 계좌에서 매수한 거래 중 어느 것이 더 많은가?"라고 묻자 A씨는 "(조직 내) 투자자끼리 매수·매도한 거래가 더 많았다. 대성홀딩스나 선광은 회사(라덕연 조직)가 주식을 대부분 매집해서 (외부) 매도 수량이 없었고, (조직 내) 투자자가 보유한게 많았다. 특히 (조직의) 매집이 많은 종목은 (조직 내) 투자자끼리 (거래가) 많이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오후 재판 시작 전 피고인 박씨와 장씨는 라덕연 조직의 범법 행위에 처음 가담한 시기가 2020년 초경으로 인정되면 자백하겠다는 취지를 재판부에 전달했다. 검사는 이와 관련해 공소장 변경을 검토하고 재판부에 의견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오는 24일 재판을 이어갈 예정이다.
/오경선 기자(seono@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