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목소리는 그게 아닌데··· 연일 ‘학생인권조례’ 때리는 교육부
지난달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스스로 생을 마감한 사건 이후 교육부가 연일 학생인권조례를 교권 하락의 주범으로 지목하고 있다. 현장교사들이 아동학대처벌법 개정, 악성 민원 차단방법 마련 등을 주요 요구사항으로 내걸고 있는 상황에서 교육부가 ‘학생인권조례 때리기’에만 집중하면서 논점을 흐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오전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교권 회복 및 보호를 위한 교육부-국가교육위원회 공동주최 토론회’에서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학생인권조례의 문제점’을 가장 먼저 지적했다. 이 부총리는 “최근 몇 년간 확대된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의 권리를 강조한 데 반해 책임이나 의무는 간과해 선생님들께서 수업 중 잠자는 학생조차 깨우기 어려운 현재의 상황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이달 말 발표할 ‘교권 회복 및 보호 종합방안’ 의견수렴을 위해 마련된 이날 토론회의 상당부분도 학생인권조례 개정 논의에 할애됐다. 첫 번째 발제를 맡은 이덕난 대한교육법학회 회장은 학생인권조례가 학생 본인의 권리만 강화되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는 체계와 방식으로 구성됐다며 학생인권조례를 ‘교육공동체의 권리·의무 조례’로 전부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학생인권조례 개정’이 최근 잇따른 교권침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시급한 문제냐는 의문이 나온다. 최근 3주 연속 주말마다 열린 전국 교사들의 대규모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학생인권조례가 아닌 아동학대처벌법 개정과 학교 민원시스템 개편, 학생의 수업방해 행위와 문제행동을 제지할 수 있는 근거 마련 등의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주요 교원단체 중 학생인권조례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곳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뿐이다. 한희창 실천교육교사모임 부대변인은 “학생인권과 교권을 대립하는 관계로 보는 것 자체에 동의할 수 없으며 논점 흐리기라고 보고 있다”며 “아동학대처벌법, 초중등교육법 등을 개정하는 데 논의를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정 논의를 계기로 일각에서는 학생인권조례와 관련된 해묵은 ‘가짜뉴스’가 횡행하기도 한다. 지난 8일 교육부가 주최한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안) 마련을 위한 포럼’에서는 한국교총 간부가 “성관계 할 권리, 일진회 할 권리가 학생인권으로 조례에 나와 있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이런 주장은 학생과 학부모의 의무와 책임 등을 법령 등으로 명시해야 한다는 합리적인 지적과 뒤섞이면서 혼란을 부추기기도 한다. 이날 토론회에서도 “학생인권조례는 새로운 내용이 아니라 헌법과 법령에 있던 내용이다. 학생인권조례가 학생 인권에 기여한 것은 맞다”는 이 회장의 발제에 일부 참석자들이 “헌법과 (학생인권조례가) 대치된다” “진실을 말해달라”라고 외치며 소란을 벌이기도 했다.
교육부가 최근 교원단체 등의 반대 의견을 잘 들으려 하지 않는 것 같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부는 지난달부터 한국교총, 전국교사노조연맹 등과 잇따라 간담회를 열고 교권 회복 방안 등을 논의했지만 3대 교원단체 중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는 간담회를 하지 않았다. 이날 토론회에도 전교조는 초청을 받지 못했다. 박성욱 전교조 정책실장은 “지난달 6일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파행과 관련해 교육부를 항의방문하고 부총리 퇴진을 요구한 뒤 교육부가 전교조와의 모든 대화를 단절한 상태”라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 7일 정례브리핑에서 “왜 전교조와 만나지도 않고 참여시키지도 않냐”는 질문을 받자 “(전교조와도) 지속적으로 소통하려 하고 있으며 의견을 수렴할 기회를 찾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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