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티스 너만 할 수 있나, 김하성도 해냈다… 15G 안타-3도루, 발에 달린 모터 4년 만의 구단 진기록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선수마다 장타를 만들어낼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오타니 쇼헤이나 애런 저지처럼 홈런으로 한 방에 득점을 만드는 선수가 있고, 혹은 2루타를 곧잘 때리는 중거리형 타자들도 있다.
한편으로 단타나 볼넷으로 출루한 뒤 발로 2루를 훔치는 선수도 있다. 공식적인 장타로 기록되지는 않지만, 어쨌든 해당 선수가 2루나 3루에 간다는 점에서 장타와 같은 효과를 준다. 실패 확률도 있겠으나 오히려 1루에서 상대 투수를 괴롭히면서 얻을 수 있는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 김하성(28‧샌디에이고)은 10일(한국시간) 그런 장점을 유감 없이 보여줬다.
김하성은 10일(한국시간) 미 워싱턴주 시애틀 T-모바일 파크에서 열린 시애틀과 원정 경기에 선발 1번 2루수로 출전, 3타수 1안타 1볼넷 1삼진 1득점에 3개의 도루를 무더기로 추가하며 분전했다. 팀이 1-6으로 지며 연패에 빠져 활약상이 퇴색되기는 했지만, 김하성이 여전히 좋은 공격 생산력을 과시하며 팀 리드오프로서의 자격을 증명한 건 분명했다.
전날(9일) 아쉬운 삼진 판정에 결국 15경기나 이어 왔던 연속 경기 2출루 이상 기록이 끊긴 김하성이었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 최장 기록이자, 한 경기만 더 하면 스즈키 이치로가 가지고 있던 아시아 기록(15경기)도 경신할 수 있었기에 아쉬움이 컸다. 하지만 김하성은 전혀 내색하지 않고 이날 경기에 나섰고, 전날 판정을 분풀이라고 하듯 거침 없이 그라운드를 활보하며 팀 공격에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1회부터 시애틀 배터리의 혼을 빼놨다. 이날 빅리그에 데뷔한 시애틀 선발 에머슨 핸콕을 상대로 시작부터 볼넷을 골랐다. 1B-1S에서 볼 세 개를 연속으로 골랐다. 타석에서 완전히 자신감과 침착함을 찾은 김하성의 최근 모습이 그대로 드러났다.
김하성의 진가는 그 다음 상황에서 나왔다. 후속 타자 타티스 주니어의 타석 때 발로 2루를 훔쳤다. 완벽한 스타트로 만든 시즌 25번째 도루였다. 이어 1사 2루 상황에서는 소토의 타석 때 다시 3루로 들어가 시즌 26호 도루를 기록했다.
사실 소토가 타석에 있고, 득점권이라는 상황에서 확실하다는 판단이 없다면 2루에 있는 것이 나은 선택이었다. 시애틀 배터리도 방심했다. 그러나 김하성은 시애틀 배터리가 자신을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을 간파한 듯 빈틈을 놓치지 않고 3루까지 들어갔다. 김하성의 주력은 이후에도 빛났다. 소토의 땅볼 때 거침 없이 홈 대시를 선택해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홈을 쓸었다. 투수 핸콕이 김하성을 그냥 포기해버렸다.
김하성은 3회 두 번째 타석에서 핸콕의 4구째 싱커를 공략해 중전 안타를 쳤다. 15경기 연속 안타를 이어 가는 순간이었다. 이어 다시 발로 시애틀을 흔들었다. 1사 1루에서 다시 2루를 발로 훔치며 시즌 27호 도루를 기록했다. 비록 후속타 불발로 득점에는 실패했으나 시애틀 배터리가 짜증이 날 법한 플레이가 이어졌다.
김하성은 이날 더 이상 출루를 하지는 못했으나 어쨌든 2출루에 3도루를 기록하며 종횡무진 활약했다. 이미 한국인 선수 역대 한 시즌 최다 도루 기록을 경신한 김하성은 이제 아시아 내야수 기록인 2007년 마쓰이 가즈오(32도루)의 기록에도 성큼 다가섰다. 남은 경기 수와 김하성의 출루 및 주루 능력을 생각하면 이 기록 또한 경신할 가능성이 크다.
구단 기록도 여럿 세우고 있다. 우선 15경기 연속 안타는 2015년 맷 켐프 이후 샌디에이고 선수들이 단 한 번도 밟지 못한 고지였다. 김하성이 이를 해냈다. 올 시즌 샌디에이고 구단 기록이기도 하다.
한편으로 한 경기에 ‘2출루 이상, 3도루 이상’을 동시에 달성한 샌디에이고 선수로 기록됐다. 가장 근래 기록은 2019년 4월 20일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가 신시내티전에서 기록했는데, 김하성이 4년 만에 이 기록을 다시 달성했다. 당시보다 도루의 난이도가 다소 떨어지기는 했으나 김하성의 폭발적인 에너지를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대목이다.
다만 김하성의 이런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샌디에이고 타선의 불이 붙지 않는 건 타티스 주니어의 심각한 부진 탓이다. 김하성 뒤에 위치하는 타티스 주니어는 최근 15경기에서 타율 0.192, 출루율 0.241에 머물고 있다. 최근 7경기로 따지면 28타수 2안타(.071), 출루율 0.133의 극심한 부진이다. 타티스 주니어까지 힘을 내야 김하성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한 셈이다. 구단도 속이 탄다.
타티스 주니어는 최근 운도 없다. 잘 맞은 타구를, 외야 깊숙한 곳에 멀리 날리기도 했지만 이것이 번번이 펜스 앞에서 잡히거나 외야수들의 호수비에 걸리며 땅을 치고 있다. 김하성과 팀 타율 1위를 다퉜던 타티스 주니어의 타율은 최근 부진 속에 0.256까지 떨어져 오름세를 그리고 있는 김하성(.288)과 대비되고 있다. 샌디에이고로서는 김하성의 활약과 별개로 답답한 시기가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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