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가장에 "50년 만기 주담대 어때요?"…당국 조사 나섰다
금융당국이 최근 은행권에서 경쟁적으로 출시한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실태조사에 착수한다. 주담대 만기가 50년으로 늘면 연간 갚아야 할 대출 원리금이 줄기 때문에 대출 한도가 늘어난다. 금융당국은 실제 50년간 대출을 갚을 생각이 없는 대출자에게 은행이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를 우회하는 수단으로 권유하고 있는지 조사하기로 했다.
지난달 말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역대 최대 규모인 1068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전월 대비 잔액이 6조원 증가해 2021년 9월 이후 22개월 만에 가장 크게 늘었다. 특히 은행들이 판매 하는 자체 상품인 일반개별 주담대가 전달에만 3조9000억원 늘어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성 모기지 증가액 2조4000억원을 추월했다.
주담대 증가액이 심상치 않자 금융당국은 최근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있는 50년 만기 주담대를 실태조사 하기로 했다. 50년 만기 주담대는 연초 SC제일은행이 출시한 이후 현재는 13개 은행이 취급하고 있다. 1개 은행이 이달 출시를 준비 중이다. 종전에 많이 팔렸던 30년 만기 주담대 대비 만기가 20년 더 늘어난 상품이다.
금융당국은 50년 만기 주담대가 가계부채 관리 수단인 DSR 40% 규제를 우회하는 수단으로 활용 되는지 집중 점검한다. 대출액이 1억원을 초과하는 경우는 적용되는 DSR 규제는 연간 갚아야 할 대출 원리금이 연소득의 40%를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대출 만기가 50년으로 늘어나면 연간 갚아야 할 원금이 줄기 때문에 DSR 비율도 자동으로 떨어진다. 그만큼 대출 한도가 많이 나온다는 뜻이다.
예컨대 연소득 5000만원에 금리 연 4.36%를 가정해 대출한도를 계산해 보면 30년 만기의 경우는 3억3400만원 한도가 나오지만 50년 만기는 4억600만원으로 7000만원 이상 더 많다. 이 때문에 50년간 대출을 나눠 갚을 생각이 없는 대출자에게도 은행들이 "한도가 더 나온다"며 초장기 상품을 적극 권하는 사례가 있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사실상 DSR 규제를 우회하거나 무력화 하는 셈이다.
일부 은행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은행에선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에 연령 제한도 두지 않는다. 50세에 이 대출을 받으면 만기가 100세에 도래하는 셈이다. 중도에 상환할 경우는 중도상환수수료를 물어야 하지만 당장 대출 한도가 급한 대출자들이 초장기 상품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선택을 막기 위해 주택금융공사의 정책모기지 상품은 50년 만기의 경우 35세 이하만 받을 수 있도록 나이 제한을 두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50세 만기 상품의 장점이 크지만, 일부는 장기로 갚을 의사가 없음에도 DSR 우회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될 여지가 없지 않다"며 "실태조사 결과 과도한 영업행위가 보여진다면 향후에 정책성 모기지처럼 나이제한을 두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계대출 증가 요인으로 지목된 특례보금자리론은 속도조절에 나선다. 정부는 1년 한시로 총 39조6000억원을 공급할 계획이었는데 7월말 기준 31조원이 이미 공급됐다. 특례보금자리론이 가계대출 증가 요인으로 지적된 만큼 하반기에는 대출금리 인상 등을 통해 공급 규모를 조절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번달 특례보금자리론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바 있다.
이세훈 사무처장은 "아직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금융안정을 위협하는 수준이라고 볼 수는 없으나 일단 가계부채 증가세가 본격화되면 적정수준으로 긴축하기 쉽지 않은 만큼 장기적인 시각을 가지고 선제적으로 가계부채 리스크에 대응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양적·질적 관리를 위한 정책적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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