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홀 뚜껑이 버스 바닥 뚫고…태풍이 할퀴고 지나간 부울경 피해 속출
물에 휩쓸린 시민 경찰이 구조
제6호 태풍 ‘카눈’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었던 부산과 울산, 경남에서는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각종 피해가 잇따랐다.
10일 오전 태풍이 부산에 가장 근접했던 시각 가덕도를 관측 지점으로 하는 강서구 순간 최대 풍속이 초속 34.9m를 기록하는 등 부산지역 곳곳에는 강풍을 동반한 많이 비가 내리면서 피해가 속출했다.
이날 오전 송도해수욕장 인근 상가 건물 유리창 일부가 바람에 파손되는가 하면 중구의 한 도로에서는 대형 가로수가 뿌리째 뽑혔다. 부산진구에서도 가로수가 넘어져 3~4개 차선의 차량 통행이 한때 중단됐고, 강서구에서는 도로가 침수되면서 승용차 1대가 고립돼 20대 운전자가 구조되기도 했다.
부산에서는 침수와 붕괴 우려 등으로 274가구 452명이 친척 집이나 숙박시설 등 안전한 곳으로 대피한 상태다.
부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소방당국은 지난 9일부터 이날 오후까지 270건 가량의 태풍 피해와 피해 우려 관련 신고를 받았다. 전선이 끊어지거나 간판이 떨어지는 등의 이들 신고에 대해서는 모두 안전 조치됐다.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울산에서는 실종 오인 신고가 있었다. 10일 오전 9시26분쯤 “강물에 사람이 떠내려가는 것 같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과 소방 구조대가 중구 다운동 태화강 생태연구소 부근에서 4시간 가량 수색을 벌였다. 하지만 경찰이 신고 지역 주변 CC(폐쇄회로)TV를 분석 중 노란색 부표가 떠내려가는 모습을 확인, 최종 오인 신고로 판명했다.
이날 오전까지 울산소방은 간판 떨어짐과 가로수 넘어짐 등 모두 50여 건 이상의 신고에 대해 안전 조치했다. 이날 오전 4시 40분쯤에는 동구 방어진 순환로(아산로 방면)에 가로 3m, 세로 4m 크기 바위가 인근 산에서 굴러내려 와 해당 지자체가 안전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경남 창원에서는 폭우로 인한 수압을 이기지 못해 솟구친 맨홀 뚜껑이 시내버스 바닥을 뚫고 들어오는 사고가 났다. 10일 창원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5분쯤 창원시 의창구 대원동 한 아파트 인근에서 맨홀 뚜껑이 굉음을 내며 정차해 있던 101번 시내버스 밑바닥을 뚫고 올라왔다.
맨홀 뚜껑은 좌석이 아닌 버스 중앙 통로 부분을 뚫고 나오면서 인명 피해는 없었다. 당시 버스에는 기사와 승객 5∼6명이 탑승해 있었다. 시내버스는 운행을 중단하고 차고지로 이동했다.
창원시는 많은 비가 흘러 들어가면서 맨홀 뚜껑이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위로 솟구치면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이날 오전 7시10분쯤에는 진해구 경화역 주변에서 301번 시내버스가 다소 들려 있던 맨홀 뚜껑 위로 지나가면서 타이어에 펑크가 나기도 했다.
강한 비바람이 몰아치자 피해가 잇따랐다. 이날 오후 1시까지 경남소방본부와 창원소방본부에는 접수된 신고만 각각 204건, 151건이었다.
이날 오전 6시 19분쯤 경남 거제시 능포동 한 아파트에는 벽돌이 떨어져 주차돼 있던 차량 여러 대가 파손됐고, 비슷한 시각 함안군 칠원읍에서는 한 시골 폐가가 무너졌으나 인명피해는 없었다.
오전 8시 3분쯤에는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 광려천 인근에서 70대로 추정되는 노인이 갑자기 불어난 물에 고립됐다가 약 30분 만에 구조됐다.
앞서 오전 9시쯤에는 창원시 국도 5호선 쌀재터널에서 내서읍 방향 3㎞ 지점에 산사태가 발생, 토사가 쏟아지면서 왕복 4차로 도로 양방향이 모두 통제됐다.
시간당 60㎜가 넘는 비가 내리면서 침수와 역류 등 피해가 잇따라 이날 오전 7시 21분쯤 창원시 진해구 마천동에서는 하천가에 차량이 밀려 떠내려 갔고, 성산구 상가와 마산합포구 주택 등에서 침수가 발생하기도 했다.
경찰이 물길에 휩쓸려 떠내려가는 시민을 구하기도 했다. 경남경찰청 2기동대 박준희(34) 경위와 홍준성 경장(31)은 이날 오전 9시 3분쯤 창원시 성산구 대암고 삼거리에서 차량을 통제하던 중 60대 여성 A씨가 도로에 쏟아진 물길에 쓸려 떠내려가는 것을 발견, 구조했다.
이들 경찰과 A씨가 빠른 유속에 밀려 약 100m를 떠내려가다 물살이 약해진 지점에서 빠져 나왔다. 하지만 A씨는 다리 등에 찰과상을 입었고 박 경위도 손가락에 열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농작물 피해도 잇따랐다. 경남도에 따르면 이번 태풍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 면적은 37.2㏊로 잠정 집계됐다. 이 중 36.2㏊는 폭우로 인한 침수였고, 나머지 1㏊는 남해에서 강풍에 벼가 쓰러진 도복 피해다.
권경훈 기자 werther@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왼쪽으로 휘어지는 카눈, 서울 밀착해 지나간다
- "차 날아가는데 뭔 콘서트"...'잼버리 K팝 콘서트' 사고 우려
- 장례식장까지 쫓아온 학부모... 악성민원에 한 초교서 교사 2명 극단 선택
- 여가부가 돈 줘도 전북도·조직위 준비 안 돼 잼버리 예산 못썼다
- "세 자릿수 탈출"...이장우, 10kg 감량 성공 비결은
- 삼척 궁촌 370㎜ '물 폭탄'… 강원 영동 비 피해 속출
- 박술녀 "한복 택갈이? 맹세코 아냐"...의혹에 눈물
- 인공지능이 되살린 100년 전 유관순 열사의 모습은 어떨까
- 얼굴 드러낸 '분당 흉기 난동' 최원종 "피해자분들께 죄송"
- 윤도현, 뒤늦게 암 투병 고백…"3년 치료 끝에 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