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兆 넘은 가계부채… 금융당국, 핀셋 대책 마련

김유진 기자 2023. 8. 10.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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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례보금자리론 11일부터 금리 인상
증가 속도 따라 추가 대책 발표 예정
50년 만기 주담대, DSR 우회 가능성 점검
인터넷銀, 비대면 주담대 심사 과정도 살펴볼 예정
지난달 18일 경기 수원시의 한 은행에 주택담보대출 관련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스1

가계부채가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자 금융 당국이 부채가 증가하는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 ‘핀셋 대응’에 나섰다. 금융 당국은 최근 가계부채의 증가를 견인한 주택금융공사의 ‘특례보금자리론’ 공급 속도 조절, 은행권의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상품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우회 가능성 등을 점검해 가계부채 증가세를 둔화시킬 계획이다. 대출이자 부담이 커지는 고금리 시기에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이 다시 고개를 들며 한국 경제의 구조적 리스크로 작용하자 선제적으로 부채의 양적 관리에 나서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10일 이세훈 금융위 사무처장 주재로 긴급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주택금융공사, 은행연합회, 금융연구원 등 관계기관이 참석했다.

금리 인상, 부동산 경기 하락 등으로 감소하던 가계부채는 최근 주택시장이 연착륙하는 과정에서 다시 증가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6조원 늘어난 1068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4월 이후 넉달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가계대출은 잔액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대출 증가폭 또한 가계부채가 폭증하던 2021년 9월(6조4000억원 증가) 이후 1년 10개월만에 최대치다.

금융 당국은 가계부채 증가세가 지속될 경우 거시경제·금융안정 등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만큼 선제적인 관리에 나서기로 했다. 2021~2022년 가계부채가 급증했던 시기 전체 은행권의 대출 총량을 규제했던 방식은 되풀이하는 대신, 최근 가계부채 증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특례보금자리론, 50년 만기 주담대 등 특정 상품에 대해 핀셋 점검에 나설 예정이다.

지난달 30일 서울의 한 시중은행에 특례보금자리론 상품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금융위는 우선 정책 모기지인 특례보금자리론에 대한 공급 속도를 조절한다. 특례보금자리론은 9억원 이하 주택 구매자에게 최저 3%대 후반의 고정금리로 소득에 관계없이 최대 5억원을 대출해 주는 정책금융상품이다. 이 정책 모기지는 상환 능력 만큼 돈을 빌릴 수 있도록 한 DSR 규제에 해당하지 않아 올해 1월 말 출시 이후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 올해 약 40조원의 공급 목표를 세운 이 정책 모기지는 연말까지 5개월여 남았으나, 벌써 전체 공급 금액의 77.75%가 소진됐다. 7월 말 기준 특례보금자리론의 유효 신청금액은 31조1000억원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정책 모기지 공급추이를 보아가며 하반기 공급속도가 과도하지 않도록 관리해 나갈 예정이다”라며 “11일부터 8월 특례보금자리론 금리인상이 되는 것도 공급속도 조절의 하나다”라고 했다. 그는 “이후 공급추이와 주택저당증권(MBS) 조달금리 여건 등을 보아가며 필요하면 공급속도 조절을 위한 추가적인 조치를 할지 고민하고 있다”라고 했다.

금융 당국은 은행권 가계대출 중 주담대와 같이 최근 대출이 크게 증가한 부분을 중심으로 점검에 나선다. 최근 다수 은행이 출시한 50년 만기 주담대도 점검 대상이다. 50년 만기 주담대는 만기가 짧은 상품에 비해 빚을 갚는 기간이 길어 연간 상환해야 하는 원리금이 줄어들며 DSR 규제를 우회할 수 있다. DSR 규제는 소득 대비 갚아야 할 원리금의 비율을 뜻한다.

예를 들어 연 소득 5000만원인 사람이 금리 연 4.45%로 30년 만기 주담대를 이용하면 최대 3억3000만원까지 대출을 실행할 수 있다. 50년 만기 상품을 선택하면 대출한도는 4억원까지 늘어난다. 당국 관계자는 “50년 만기 주담대의 순기능도 있지만, DSR 규제 우회라는 역기능이 우려되는 만큼 이를 부작용 없이 운영할 수 있도록 관리하겠다”라고 설명했다.

금융위원회는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세훈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의 주재로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주택금융공사, 은행연합회, 금융연구원 등 유관기관과 함께 가계부채 현황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이 처장은 최근의 가계부채 증가에 대한 대응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금융 당국은 또한 인터넷전문은행이 비대면 채널을 통해 주담대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차주의 소득심사 등이 면밀히 이뤄지고 있는지, 과도한 대출 등에 따르는 연체위험 등을 충분히 관리하고 있는지 대출 행태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점검해 나갈 예정이다.

이외에도 금융위는 가계부채의 구조적 개선을 위한 정책과제도 적극적으로 발굴·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DSR 제도안착·분할상환 비중 확대 등을 위한 제도개선 과제도 추가 발굴·검토한다. 청년·취약계층 등이 대출연체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상환능력 확인·채무조정 지원 등과 관련된 개선과제도 살펴본다.

이세훈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아직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금융안정을 위협하는 수준이라고 볼 수는 없으나, 일단 가계부채 증가세가 본격화되면 적정수준으로 긴축하기 쉽지 않은 만큼 장기적인 시각을 가지고 선제적으로 가계부채 리스크에 대응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가계부채가 금융안정을 위협하거나 우리경제의 구조적 성장저해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양적·질적 관리를 위한 정책적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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