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수도권’ 가리킨 김정은···한·미 훈련 앞두고 “공세적 군사대응”
신형무기 훈련, 무장 장비 대량생산 강조
무인기·군사정찰위성 등 고강도 도발 예상
옛 군부 1위 박정천 복귀···전쟁 준비태세로
정부 “태풍 맞아 주민 안전에나 신경 써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한의 수도권 지역을 가리키며 더욱 공세적인 군사행동에 나설 방침을 시사했다. 이달 한·미 연합군사훈련과 다음 달 정권 수립 75주년을 앞두고 군사정찰위성 재발사 등 고강도의 다양한 도발이 예상된다. 지난해 한·미 연합군사훈련 대응을 지휘한 박정천 전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의 재등장은 본격적인 전쟁 준비 태세를 상징한다.
김 위원장이 지난 9일 평양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당 중앙군사위원회 제8기 제7차 확대회의를 열었다고 북한 공식매체 조선중앙통신이 10일 보도했다.
통신은 “조선반도(한반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는 정세 악화의 주범들의 군사적 준동을 분석하고 철저히 견제하기 위한 공세적인 군사적 대응안들을 결정하였다”며 “확고한 전쟁 준비 태세를 갖출 데 대한 문제들이 중요 의제로 토의되였다”고 밝혔다.
전선 부대의 군사작전 수행 능력을 다각화하고 “새로운 전략적 임무”를 위한 실전 훈련을 강화하는 대책 등이 논의됐다. 통신은 전선부대들의 작전 영역과 계획이 “확대 변화”됐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남한을 겨냥한 노골적인 군사 위협을 선전했다. 보도된 사진을 보면 김 위원장은 회의장에 펼쳐 세워진 남한 지도에서 경기 북부와 남부 등 수도권 일대를 손으로 가리켰다.
김 위원장은 새로운 무기들의 실전 운용과 대량 생산을 강조했다. 그는 “배비된 신형 무장 장비들을 최대의 전투적 효과를 발휘할 수 있게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실전 훈련들을 적극 벌리며 항상 동원된 전투준비 태세를 유지함으로써 군대의 전쟁 수행 능력을 비약적으로 상승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또 “군수공업 부문의 모든 공장, 기업소들에서는 현대화되여 가는 군의 작전 수요에 맞게 각종 무장 장비들의 대량생산 투쟁을 본격적으로 내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3~5일 중요 군수공장들을 현지지도한 바 있다.
북한 당 중앙군사위 개최는 이달 18일 열리는 한·미·일 정상회담과 이달 21일 시작되는 한·미 연합군사훈련(을지 자유의 방패)을 겨냥해 강도 높은 도발적 군사행동에 돌입한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북한은 지난 3월 중앙군사위 회의 직후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고 핵 어뢰 ‘해일’을 공개했다. 지난 4월 중앙군사위 회의 직후엔 고체연료 신형 ICBM ‘화성-18형’을 처음 발사했다.
북한이 지난달 전승절(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일) 70주년 열병식에서 선보인 공격용 무인기 등 각종 신형 무기들을 활용해 다양한 형태로 도발적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음달 9일 정권 수립 75주년을 맞는 만큼 지난 5월 발사에 실패한 첫 군사정찰위성을 재발사하며 핵·미사일 역량을 대대적으로 과시하려들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은 군사작전 지휘 경험이 많은 군부 인사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통신에 따르면 전날 당 중앙군사위 회의에서 박수일 총참모장(대장)이 해임되고 리영길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차수)이 총참모장에 임명됐다. 리 총참모장은 2018~2019년 총참모장을 맡았고 이후 국방상 등을 역임했다. 총참모장은 남한의 합동참모본부 의장 격이다.
군부 서열 1위였다가 작전 실패 책임으로 지난해 12월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과 당 비서직에서 소환·해임된 박정천 전 부위원장의 복귀도 주목된다. 그는 지난 3~5일 김 위원장의 군수공장 시찰 현장에 재등장한 데 이어 전날 당 중앙군사위 회의에 참석했다. 박 전 부위원장은 지난해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대한 맞대응을 총괄 지휘한 바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자와 통화에서 “이번 당 중앙군사위의 핵심은 전쟁 준비 일환으로 작전을 세부화·구체화했다는 것”이라며 “전쟁 준비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 걸맞은 경륜과 장악력을 지닌 리영길과 박정천을 재기용했다”고 분석했다.
당 중앙군사위는 다음 달 9일 정권 수립 75주년을 기념해 ‘민간 무력 열병식’을 준비하는 문제를 논의했다. 북한이 지난 2월 건군절 75주년과 지난달 전승절 70주년 기념 열병식에 이어 또다시 열병식 개최를 공식 발표한 것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김정은 체제에서 열병식을 자주 해왔는데 1년에 세 번 한 경우는 없었다”며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이 당국자는 “민방위 개념의 노농적위군과 사회안전군, 소방대가 나오며 전략적 무기가 아닌 재래식 무기 중심으로 김정은 중심의 단결과 자력 자강을 강조했던 2021년 9·9절 당시 소규모 열병식과 비슷한 형태가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정부는 북한의 군사 위협을 비판했다. 안은주 외교부 부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은 태풍을 맞아 주민 안전에나 신경 써야 할 것”이라며 “날로 피폐해져 파탄 지경에 이른 민생은 아랑곳하지 않고 전쟁 준비를 운운하는 것을 개탄한다”고 말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은 전쟁 준비와 무력 증강에 나서면 나설수록 보다 강력한 한·미 확장억제와 압도적 대응에 직면해 안보가 취약해질 뿐이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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