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첫 첨단기술 대중 투자 규제 발표…韓 동참 압박 우려

이은후 2023. 8. 10.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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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만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뉴시스

미국 정부가 중국 첨단산업에 대한 미국 자본의 투자를 막는 행정명령을 발표했습니다. 중국의 군사력 증강에 자국의 자본이 사용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로 향후 우리나라에도 이 조치에 동참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제기됩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9일(현지시각) 발표한 투자 제한 분야는 인공지능(AI)와 첨단 반도체, 그리고 양자 컴퓨터 기술 등 3가지로, 군 전력화 및 현대화와 가장 밀접하게 관련된 분야입니다. 미국의 기업이나 개인은 이 분야에 해당하는 중국 기업에 대해서는 인수합병과 사모펀드 등을 통한 투자를 할 수 없게 됩니다. 군 제품과 전혀 관련 없는 기업에 대한 투자도 정부의 사전 허락을 거쳐야 합니다.

미국이 중국의 첨단산업에 대한 투자를 금지하고 나선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앞서 바이든 정부는 지난해 10월 반도체 장비를 중국에 수출하는 것을 규제한 바 있습니다.

백악관은 이번 조치가 미국 자본이 중국의 군사력 강화에 쓰이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미국은 중국에 대만 등에 대한 부당한 군사적 압박을 중지하라고 거듭 요구해왔습니다. 하지만 정작 최근 중국 기업에 대한 미국 자본의 투자는 군사력 향상으로 직결되는 첨단산업 분야에 집중돼, 이를 막을 필요가 있다는 설명입니다.

백악관 고위당국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조치에 더 많은 동맹과 우방의 참여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향후 우리나라에도 미국이 같은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우리 정부는 10일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외교부 공동명의로 된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미국의 해외투자 제한 제도는 앞으로 이뤄질 투자에 적용되고 적용 범위가 미국인 또는 미국 법인으로 한정돼 국내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분석 내용에 따라 필요할 경우 우리 정부 및 업계 의견을 미국 정부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중국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류펑위 주미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미국이 과학기술 이슈의 정치화를 위해 국가안보를 남용하고 무역에 의도적으로 장애물을 만드는 데 반대한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미국은 당초 검토했던 생명공학 분야를 투자 제한 대상에서 제외하고, "경제적인 조치가 아닌 안보 차원의 조치"라며 규제 수위를 조절했습니다. 최근 고위급 회동 등으로 차츰 개선 중인 미중 관계를 관리하는 차원으로 풀이됩니다.

미국 재무부는 45일간 업계 등의 의견 수렴을 거쳐 세부 규칙을 마련한다는 방침입니다.

워싱턴=이은후 특파원 

이은후 기자 elephant@ichanne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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