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년 만 역대급 태풍 '카눈'에…"車 침수될라" 긴장하는 손보사

황예림 기자 2023. 8. 10.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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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태풍 '카눈'이 한반도에 상륙한 가운데 손해보험사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카눈이 한반도를 훑고 지나가면 자동차 침수 피해가 적지 않게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를 잠시 강타하고 지나갔을 때도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일제히 올라갔다.

10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20분 경남 거제 부근에 상륙한 카눈은 이날 자정 서울을 지날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 관통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카눈은 1951년 이후 최초로 한반도를 관통하는 태풍이 된다. 1951년은 기상청이 태풍의 진로를 데이터화해 수집하기 시작한 해다.

카눈의 한반도 북상에 손보사는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번 태풍으로 차량 침수 피해가 발생하면 손보사의 대표적인 보험 상품인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이 높아질 수 있어서다. 손해율은 보험사가 거둬들인 보험료 중에서 피해자에게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로, 보험사의 실적을 결정하는 핵심 지표다. 손해율이 낮을수록 보험사의 수익성은 좋아진다.

손보사는 지난해 9월초 힌남노가 상륙했을 때 이미 손해율 상승을 경험했다. 손보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업계 1위 삼성화재의 자동차보험 신규 손해율은 8월 83.8%에서 힌남노가 한반도를 강타한 9월 87.6%로 3.8%p(포인트) 높아졌다. 같은 기간 DB손해보험의 손해율은 82.9%에서 84.6%로 1.7%p, 현대해상의 손해율은 80.9%에서 81.8%로 0.9% 올랐다. 이 외에도 △KB손해보험 83.1%→86.9% △메리츠화재 80.0%→82.4% 등으로 손해율 상승이 나타났다.

태풍이 지나가면 농작물과 건물 피해도 만만치 않게 발생해 풍수해보험 손해율도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풍수해보험은 9개 자연재난(태풍·호우·홍수·강풍·풍랑·해일·대설·지진·지진해일)으로 발생하는 재산 피해를 보상하는 정책 보험이다. 보통 주택과 비닐하우스, 소상공인의 상가·공장 등이 가입 대상이다. 풍수해보험은 총 보험료의 70% 이상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한다.

(강릉=뉴스1) 이종재 기자 = 10일 오전 북상 중인 제6호 태풍 '카눈'의 영향으로 폭우가 쏟아진 강원 강릉 경포진안상가 앞 도로가 침수돼 차량 통행이 통제됐다. 전날부터 이날 오후 2시까지 강릉지역 누적 강수량은 307.3㎜다. (강릉소방서 제공) 2023.8.10/뉴스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풍수해보험의 가입 건수는 집중호우와 태풍으로 소상공인의 피해가 늘어난 최근 몇 년간 급격히 증가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20년 약 42만건이던 풍수해보험 가입 건수는 2021년 약 53만건으로 25.0% 늘었다. 이후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40.0% 급증해 74만건으로 뛰었다. 특히 소상공인의 가입 건수가 △2020년 1만3917건 △2021년 2만8655건 △2022년 19만5782건으로, 지난해 들어 폭증했다.

이번 태풍의 위기를 어떻게 넘기느냐에 따라 손보사의 3분기 실적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달 집중호우 기간에는 지난해보다 차량 침수 피해가 적어 손보사가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자동차보험을 판매하는 12개 손보사에 지난 6월27일부터 7월19일까지 접수된 장마·집중호우 차량 침수 건수는 1453건, 추정손해액은 약 134억원이었다. 지난해 집중호우 기간과 비교하면 손해액이 약 10% 수준이다. 지난해 8월8일부터 이틀간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차량 침수 피해가 7678건 발생, 손해액이 약 1000억원에 이르렀다.

한 대형 손보사 관계자는 "지난해와 달리 올해 장마 기간엔 고가의 자동차가 몰린 수도권에 대형 사고가 발생하지 않아 예상보다 손해율이 괜찮았지만 아직 카눈이라는 변수가 남아 있다"며 "카눈 자체가 크기도 크고 속도도 느려 침수 피해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손보사도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카눈은 이날 오전 9시 통영 남남동쪽 약 20㎞ 부근 해상을 지나 9시20분 경남 거제 부근에 상륙했다. 태풍의 강도는 '중'이며 순간최대풍속은 초속 32m(시속115㎞)다. 초속 30m이상의 강풍은 타워크레인을 쓰러뜨릴 수준의 강한 바람으로 위력적이다.

황예림 기자 yellowyer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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