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진단 또다시 받아보자”…1000만원 뇌경색 보험금 도마위

전종헌 매경닷컴 기자(cap@mk.co.kr) 2023. 8. 10.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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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경색 보험금 놓고 분쟁 늘어나
동일한 진단서, 뇌 MRI 결과에도
보험사마다 보험금 여부 엇갈려
‘동시감정’ 빌미로 지급 거부도
[사진 제공 = 연합뉴스]
지난 2월 40대 보험설계사 A씨는 갑작스런 구토와 어지러움, 안면감각 저하, 구음(언어)장애로 병원을 찾아 뇌 MRI(자기공명영상)를 찍고 8일 동안 입원치료를 받았다. 주치의는 뇌 MRI를 근거로 A씨에게 ‘상세불명의 뇌경색증(한국표준질병 분류번호 I639)’ 진단을 내렸고, A씨는 현재까지도 약물치료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뇌졸중(뇌경색, 뇌출혈 포함)을 보장하는 보험사 두 곳의 보험 상품에 가입한 터여서 뇌경색 진단금을 각 보험사에 청구했다.

결과는 엇갈렸다.

이 중 한 곳은 뇌경색 진단금 1000만원을 바로 지급했지만, 다른 한 곳은 뇌 MRI 판독지 결과가 ‘뇌경색 의증(추정 진단)’이라는 이유로 관련 보험금 1000만원 지급을 거부했다. 말 그대로 ‘뇌경색으로 추정된다’고 본 것이다. 확정이 아니라는 것.

이후 A씨는 뇌 MRI 판독과 관련한 외부 손해사정사에 의료자문을 의뢰해 ‘급성 뇌경색으로 진단이 가능하다’는 결과를 받았고, 이를 해당 보험사에 제출했지만 또 보험금 지급을 거부당했다.

현재 A씨는 해당 보험사로부터 제3의 의료기관에서 ‘동시감정’을 통해 급성 뇌경색 여부를 따져보자는 요구를 받은 상태다.

그러나 A씨는 그간 거듭된 보험금 지급 거부로 보험사에 대한 불신이 깊어졌다며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

A씨가 주치의에게 받은 뇌경색 확정 진단서.[자료 제공 = A씨]
10일 보험업계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비단 A씨의 사례뿐만 아니라 뇌경색 진단금을 놓고 보험소비자와 보험사 간의 분쟁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주치의가 뇌경색으로 진단을 내려도 MRI 결과지 판독 결과를 놓고 보험사가 뇌경색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특히, 동일한 진단서와 MRI 결과지 판독 결과를 놓고도 보험사마다 보험금 지급 결과가 엇갈릴 경우 보험소비자들이 겪는 보험사에 대한 불신은 커진다.

보험금을 지급한 보험사는 나름의 기준에 따라 적법하게 한 것일 테고, 반대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보험사 입장에서도 심사 기준에 따른 것이라 주장하기 때문에 보험소비자 입장에서는 갈피를 잡을 수 없다.

이럴 때 최후 수단은 금융감독원 민원, 동시감정, 소송이 있다.

이 중 최근에는 보험사가 동시감정에서 보험금 지급이 타당하다는 결과를 받고서도 번복하는 사례도 확인되고 있어 보험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동시감정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감지되고 있다. 보험사가 보험금을 주기 싫어 ‘밑져야 본전’이라는 셈법으로 동시감정을 악용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동시감정은 보험약관에서 규정하고 있다. 보험소비자와 보험사가 서로 간의 의견이 달라 보험사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못하겠다고 하고 보험소비자는 보험금을 달라고 하는 상황에서, 양자가 합의에 의해 제3의 의료기관을 정하고 그 의견에 따르도록 하자는 취지로 규정된 약관 조항이다.

소송도 보험소비자 입장에서 부담이다. 비용과 기간이 상당히 소요되는 데다 비슷한 사례에서도 뇌경색 진단금 지급 여부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엇갈려서다.

보험금 지급 분쟁을 금감원 민원을 통해 해결하는 것도 녹록지 않다. 민원 결과를 회신 받는데 1년 가까이 걸리는 경우가 많고, 동시감정 권고로 결과가 나오는 경우도 적지 않아서다.

심지어 보험금 지급을 금감원이 권고해도 보험사가 받아들이지 않고 소송을 제기하기도 한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뇌경색 진단금 보험금 지급 분쟁은 지금 이 순간도 소송이 발생하고 있다”며 “모든 보험사가 해당한다”고 말했다.

뇌경색 보험금 지급 분쟁과 관련해 한 대학병원 교수는 “주치의가 뇌경색 진단을 내렸다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라며 “보험사가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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