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은행장 제재 시사했지만...지배구조법 개정 탄력 붙을까

권화순 기자, 이용안 기자 2023. 8. 10.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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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금융사고에 이복현 금감원장 "은행업 본질 실패..최고 책임자 책임 묻겠다"..현행 법상으론 한계
(인천공항=뉴스1) 민경석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0일 오전 인천 서구 하나금융그룹 글로벌캠퍼스에서 열린 '중소기업 ESG 경영지원 업무협약식'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3.8.1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횡령 사고가 터진 경남은행 경영진에게 최고 수준의 제재를 시사했지만 현행법상 은행장 제재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최고 '해임'까지 가능하다. 은행권에서 대형 금융사고가 연달아 터지면서 내부통제에 실패한 경영진의 책임을 묻는 지배구조법 개정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연달아 터진 대형 금융사고에.. 이복현 "본질업무 관련..최대한 최고위 책임자에 책임을 묻을 필요"
10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9일 대구은행 긴급 검사에 착수했다. 대구은행 직원이 실적 부풀리기 위해 고객 동의 없이 증권계좌를 개설한 의혹이 불거져서다. 은행 직원들은 고객 동의 없이 계좌 개설신청서를 조작하고 이를 숨기가 위해 계좌개설시 안내문자(SMS)도 차단했다. 특히 은행측은 자체 감사만 진행하고 금감원에 보고도 하지 않았다.

앞서 KB국민은행에서도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금융사고가 터졌다. 은행 직원들이 업무상 알게 된 상장사의 무상증자 정보를 활용, 주식을 매수하는 방법으로 총 127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경남은행에서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횡령사고가 발생했다. 투자금융부서 직원이 PF대출 상환자금을 횡령하고 대출 문서를 위조해 총 562억원을 부당하게 챙겼다. 이 직원은 한 부서에서만 15년간 장기 근무했다.

잇따라 터진 금융회사의 대형 사고와 관련해, 은행의 내부통제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인천 서구 청라동 하나금융글로벌 캠퍼스에서 중소기업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지원 업무협약식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은행업 내지는 증권업의 본질과 관련된 부분에 대한 실패에는 최대한 최고위 책임자들의 책임을 묻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여수신을 전담으로 하는 은행의 고유한 기능과 관련한 실패는 해당 업무 담당자뿐 아니라 관리책임자에게도 책임 물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증권업무 대행 서비스를 하는 과정에서 터진 국민은행 사고보다는 여수신 업무와 관련있는 경남은행 사고에 무게를 두면서 경남은행에는 더 높은 수준의 제재가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사실상 경남은행장 징계까지도 검토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현행 지배구조법상 경남은행 최고 경영진 제재에는 한계..지배구조법 개정안 연내 국회통과 탄력받을 듯
이 원장의 의지와 달리 실제 은행장 등 경영진 징계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DLF(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 사고와 관련한 소송 결과가 선례다. 금융회사 내부통제 실패로 경영진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적인 근거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이 유일하다. 금감원은 DLF(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 불완전판매를 이유로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등 최고경영진에게 높은 수준의 제재를 결정했지만 대법원에서는 우리은행에 "무혐의"로 결론 내린 바 있다.

현행 지배구조법 24조에는 경영진이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무만 부여했지, 미준수할 경우 제재를 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다. 금감원이 제재심의위원회를 통해 경남은행 경영진에 내부통제 부족에 따른 책임을 묻더라도 우리은행 소송때와 마찬가지로 법원에서 무혐의로 결론이 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연달아 터진 금융사고를 계기로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지배구조법 개정이 탄력 받을 가능성은 높아졌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6월 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금융회사 경영진에게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할 뿐 아니라 관리의무까지 부여했다는 점이다. 사전에 책무구조도를 만들어 경영진 누구에게, 어떤 책임이 있는지도 명확히 하도록 했다. 법이 개정되면 '장기간 조직적, 반복적'으로 내부통제 문제가 불거져 시스템적 실패가 나타날 경우 은행장 등 최고 경영진의 '해임'까지도 가능하다.

정부안이 시행되려면 국회에서 지배구조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한다. 금융권 일각에선 지배구조법이 개정되면 경영진에게 과도한 책임을 묻게 돼 '제2의 중대재해법'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금융권에서 연달아 내부통제 미비로 금융사고가 터지고 있어서 개정안의 필요성이 좀더 높아졌다"고 말했다.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이용안 기자 ki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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