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누나에게 하는 모습 5%"…'보호자' 김남길 표현한 미친 사람(종합)[인터뷰]
[OSEN=김보라 기자] “정우성 형이 ‘너무 배려하면서 연기하지 말라’고 하시더라. 제가 심한 배려를 하며 상대 배우의 동선, 스태프의 촬영 계획까지 고려해 맞춰준다고 하시더라.”
배우 김남길(43)은 10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OSEN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그런 얘기를 제게 해준 사람은 정우성 감독님과 ‘판도라’의 촬영감독님 단 두 분이셨다. 그들에게 ‘너를 위해서 연기하라’는 얘기를 들으면서 위안이 됐고 너무 감동 받았다”라며 이 같이 밝혔다.
이달 15일 극장 개봉하는 영화 ‘보호자’(감독 정우성, 제공배급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작 영화사 테이크)는 10년 만에 출소해 몰랐던 딸의 존재를 알고 평범하게 살기를 원하는 수혁(정우성 분)과 그를 노리는 이들 사이의 이야기를 그린 액션 영화. ‘보호자’에서 김남길은 수혁을 살해하려는 킬러 우진 역을 맡았다.
수혁은 10년 만에 교도소에서 출소한 후 보스 응국(박성웅 분)을 찾아가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계획을 전한다. 하지만 그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응국은 조직 내 2인자 성준(김준한 분)에게 그를 감시하라고 시키고, 그런 성준은 수혁을 향한 자격지심에 살인의뢰를 한다. 스토리라인은 심플하지만 몸을 잘쓰는 정우성 배우에게 기대할 수밖에 없는 완성도 높은 액션이 탄생했다.
김남길은 자신이 맡은 우진에 대해 “제 안에서 만들려고 노력했다. 어린 아이 같은 천진난만함을 갖고 가면서도 그가 왜 그렇게 살 수 밖에 없었는지 얘기하는 게 중요했다. 우진이는 어릴 때의 기억에 머물러서 성장하지 못하고 사회적인 결핍을 갖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조커 같다’는 말에 “(우진과 비교해) 제가 갖고 있는 성향은 5% 밖에 안 된다. 평소 모습은 약 5% 담았다”며 “물론 다들 아시겠지만 제가 정신연령이 좀 낮다. 부모님은 ‘정신 좀 차리라’고 얘기하시고, 선배님들은 ‘그렇게 촐랑거려서 어떡하니?’라고 말씀하신다. 제가 형과 누나들을 대하는 평소의 모습을 확장한 거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실 처음에 감독님으로부터 ‘킬러’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 정우성 배우와 함께 멋있게 하자는 생각도 했었다. 근데 제가 캐릭터를 이렇게 만든 이유는 선배님보다 더 멋스럽고 그를 뛰어넘고 싶다는 마음은 없었기 때문”이라며 “연기는 잘해야겠지만 선배님이 살아 온 시간에 따라 쌓인 깊이는 따라갈 수 없다. 저도 우성이 형의 청춘물을 보고 자라온 사람으로서 따라잡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예 방향을 틀었다. 그래야 내가 살아남을 수 있을 거 같더라.(웃음) 평소의 내가 우성이 형, 다른 형과 누나들에게 보여주는 모습을 확장해 만들었다”는 설명을 보탰다.
“킬러,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 가운데 제가 참고한 캐릭터적 레퍼런스는 없다. 특히 유럽의 영화들 속 소시오패스는 너무 다크했다. 너무 어두워서 참고할 수 없겠더라. 저는 ‘브로크백 마운틴’을 보면서 우진스러움을 찾으려고 했다. 수혁이에게 ‘너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거 같다’는 마음과 ‘너는 어차피 죽어야 한다’는 마음, 두 가지가 맞물려 있다. 대사톤을 여러 가지로 만들어봤는데 너무 가짜 같은 순간이 나오더라. 그래서 정우성 감독님과 대화를 하면서 톤을 잡았다.”
우진의 감정을 받아들이면서 이해했다는 김남길은 “우진이 환경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 게 만나는 사람에 따라 동화된다. 수혁과 있을 때, 진아와 있을 때 각기 다르다. 진아랑 있으면 원래대로 돌아간다. 사람과 상황에 따라 우진이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남길은 “묵직함을 담고 있는 수혁이 우진을 만났을 때 그가 전하려는 메시지가 산화될까 봐 걱정했다. 우성이 형은 역시 자신의 캐릭터대로 휩쓸리지 않고 중심을 잡았다. 그러면서도 저와의 밸런스까지 생각을 해주셨다”며 “그렇지 않으면 두 캐릭터가 동떨어진 느낌이 났을 텐데 저희가 교감은 하되 그 안에서 서로를 이해했다. 감독님과 관계성에 대해 직접적으로 얘기는 안 했지만, 감정과 정서를 베이스로 깔면서 밸런스를 맞췄다”고 정우성과의 연기 호흡을 전했다.
지난해 개봉한 이정재의 ‘헌트’에 특별출연했던 김남길은 정우성과 이정재의 연출 스타일을 비교했다.
이날 김남길은 “이정재 감독님이 ‘헌트’의 프리 프로덕션 때 어떻게 준비하셨는지 모르겠지만 촬영할 때는 넓게 보면서 자유롭게 맡겨 주셨다”며 “반면 정우성 감독님은 머릿속에 디테일 하게 잡아놓고 귀신 같이 잡아주신다. 그리고 현장에서 엄청 많이 뛰어다니신다. 근데 초반 세운 디테일에서 어긋나도 방향성에 맞으면 배우의 선택을 따랐다. 감독님이 디테일 하게 챙긴다”고 말했다.
이어 김남길은 배우 겸 감독의 작품에 출연한 대해 “저는 연기하는 선배님들이 연출하는 작품에 ‘출연하지 말자’는 결심을 한때 했었다. 그들이 배우로서 연기적인 호흡을 알고 있으니까 배우로서 좋은 반면, 제가 도망갈 구석이 없다. 배우가 연기할 때 자신이 없으면 숨고 싶을 때도 있는데 배우 감독님들은 그걸 잘 아시니까 숨을 데가 없어서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비극적이면서도 웃음 터지는 상황을 소화하는 김남길의 연기가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수혁의 비애와 애잔함을 소화하는 정우성과 함께 여러 가지 자아를 품고 있는 우진 역의 김남길의 호흡이 잘 어우러진 느낌이다.
정우성 배우가 연출한 첫 번째 장편 상업영화 ‘보호자’는 8월 15일 극장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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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길스토리이엔티, 영화 스틸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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