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폭 20개월 전 수준···“DSR 규제 정상화해야”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 폭이 ‘빚 폭등’ 우려가 제기된 2021년 말 수준까지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겨우 줄었던 가계부채가 1년 만에 다시 고삐 풀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당국은 일단 특례보금자리론 금리를 추가로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특례보금자리론은 대출규모가 크지 않는 만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정상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부동산 시장 연착륙 명목으로 DSR 규제를 풀어놓은 상태다.
금융위원회는 10일 이세훈 사무처장 주재로 ‘가계부채 관련 관계기관 점검회의’를 열었다. 전날 발표한 지난달 전 금융권 가계대출이 전월 대비 5조4000억원 늘어난 데 따른 시장 우려를 점검하는 차원이었다.
은행과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이 한 달 만에 5조원 넘게 증가한 것은 2021년 11월(5조9000억원) 이후 처음이다.
가계부채 증가 폭이 아직 2년 전 수준까지 커지지는 않았지만 금융당국이 당시처럼 강력한 규제를 하기 어렵다는 게 문제다.
국내 가계부채 증가율(전년동기비)은 2016년 11.6%까지 높아진 뒤 2017년 8.1%, 2018년 5.9%, 2019년 4.1%까지 낮아졌으나 2020년 코로나19 사태와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2021년 상반기 10.3%까지 치솟았다.
금융위는 당시 가계대출을 강력하게 관리했다. NH농협은행은 신규 가계 부동산담보대출을 중단했고, 우리은행도 전세자금 신규 대출을 제한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까지 더해지면서 월별 가계대출 증가폭은 2021년 7월 15조3000억원에서 12월 2000억원까지 줄었다.
지난해는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강화되고 기준금리도 1년 만에 2.25%포인트 상승하면서 가계대출 잔액이 2015년 집계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이 같은 흐름은 올 3월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정부가 부동산시장 급랭을 막기 위해 잇따라 대출 규제를 완화하고 특례보금자리론 공급도 본격화하면서 4월부터 전월대비 증가세로 전환했다.
지난해 12월부터 투기·투기과열지구 15억원 초과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이 허용됐고 무주택자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가 50%로 일원화했다. 연봉에 상관없이 최대 9억원의 주택을 담보로 5억원까지 대출할 수 있는 특례보금자리론도 1월 말 출시됐다. 특례보금자리론은 DSR 적용을 받지 않는다. 지난달부터는 전세보증금 반환용 대출도 DSR 산정에서 제외됐다.
여기에다 한국은행이 연말에는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감까지 커지면서 신규 대출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도 지난해보다 적어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가계대출 잔액은 올 1분기 말 기준 1739조5000억원이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5.0%로 주요 43개국 중 스위스(128.3%)와 호주(111.8%)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금융당국은 일단 오는 11일 신청분부터 일반형(주택가격 6억원 초과 또는 연 소득 1억원 초과)특례보금자리론 금리를 0.25%포인트 올리고, 오는 9월에도 추가로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특례보금자리론 금리 인상만으로는 가계대출 증가세를 꺾기 힘들다는 반론이 많다. 가계대출 연착륙을 위해 완화한 DSR규제를 다시 강화하는 것이 금융원칙에도 맞고 가계대출 증가세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대안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부원장은 “차주를 보호하기 위한 DSR 규제를 부동산 시장 상황에 따라 달리 적용하지 말고 제도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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