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확진 6만, 그래도 방역 풀어야"…감염병 전문가의 소신 발언

박정렬 기자 2023. 8. 10. 15:1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박정렬의 신의료인] 마상혁 창원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 인터뷰
마상혁 창원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이 코로나19 방역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본인 제공


지난해 2월, 마상혁 창원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은 자신의 SNS에 "코로나19(COVID-19)에 걸리지 않은 성인은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는 글을 올려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는 소아·청소년 감염병 전문가로 당시 대한백신학회 부회장, 경남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 등 '방역 최전선'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신규 확진자가 하루 62만명에 달하고 사망자가 수백명을 넘어서는 대유행 상황에서 "환자 폭증은 어떤 방법으로도 막을 수 없다", "희생을 최소화하려는 전략이 필요하다. 예후가 좋은 사람은 자가 치료하고 고위험군은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지금은 거리두기가 문제가 아니다" 는 '전문가'의 주장은 거센 역풍을 맞았다.

그때만 해도 세간의 비판을 받던 그의 '고위험군 중심' 방역안은 현재 코로나19 방역 정책의 기본 지침이 됐다. 이후 방역 정책을 단계적으로 완화해 온 정부는 이달 코로나19를 독감과 '동급'인 법정 감염병 4급으로 전환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위기 단계 조정 로드맵 2단계를 시행할 예정이다. 마 과장은 머니투데이와 서면 인터뷰에서 "언제까지 한국만 팬데믹일 수는 없다"고 정부의 방역 대책 전환에 '찬성표'를 던졌다. 그는 "지금은 방역 체계는 물론 감염병에 대한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한 때"라고도 말했다.
Q.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6만명을 넘는 등 재유행한다. 꼭 이럴 때 정부가 방역 완화 2단계를 시행해야 하나 의문이다.
A. 코로나19 확진자는 엔데믹(토착화) 상황에서도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 독감처럼 이전에 감염된 환자, 백신을 맞은 사람도 감염에서 자유롭지 않다. 새로운 변이가 발생하면 좀 더 많은 환자가 발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변이는 고령자나 면역저하자 등 고위험군엔 위험하지만 건강한 사람에게는 감기처럼 지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금은 환자가 증가해도 위중증 환자나 사망자는 급격히 늘지 않는다. 병상도 여유가 있다. 이것이 오히려 방역 단계를 낮춰도 되는 '증거'라고 본다.
(대전=뉴스1) 김기태 기자 = 16일 대전 서구에 위치한 식당에 18일부터 적용되는 거리두기 조정방안 안내문이 붙어 있다. 정부에 따르면 사적모임 허용 인원을 4인까지로 전국에 걸쳐 동일하게 축소 적용하고, 식당·카페의 경우, 접종완료자로만 4인까지 이용이 가능하다. 2021.12.16/뉴스1
Q. 신규 확진자가 늘면 고위험군 감염자도 비례해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들을 보호해야 하지 않나.
A. 물론이다. 다만 코로나19가 유행할 때마다 전 국민 방역 강화를 외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가 등장한 뒤 한국은 '백신 패스'라는 미명하에 접종을 강요하긴 했지만 어느 국가보다 높은 백신 접종률을 기록했고 천문학적인 양의 코로나19 검사, 철저한 자가 격리 등의 강력한 방역 정책을 펼쳤다. 지금보다 훨씬 엄격하게 관리했는데도 지난해 3월 기네스북에 오를 만큼 엄청난 수의 환자가 발생했다. 코로나19 누적 사망자는 윤석열 정부가 집권한 2022년 5월 10일 기준 2만3462명이었다. 현재(2023년 8월 5일 기준)는 이보다 1만2000여명 증가한 3만5386명이다. 방역을 완화했는데도 환자와 사망자가 급증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단순히 환자가 늘었다고 어디에서나 마스크를 쓰게 하고 병원·식당 방문을 꺼리게 만드는 식의 방역 정책을 반복하는 건 말이 안 되는 이야기다.
Q. 한국의 코로나19 유행 상황이 다른 나라보다 심각하기 때문은 아닌가.
A. 코로나19 확진자를 전수조사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글로벌 통계 사이트인 아워월드인데이터를 보니 우리나라 신규 확진자 수는 최근에도 100만명당 702.6명으로 유럽연합(0.76명), 중국(0.17명), 미국과 일본(0명)보다 월등히 높더라. 우리나라만 코로나19가 심한 게 아니라 다른 나라가 환자 집계를 거의 안 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아직 유전자증폭 검사(PCR)나 신속항원검사(RAT)를 지원해 검사량이 많은 것도 있다. 결론적으로 한국의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건 통계적 착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5월 코로나19에 대한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해제하면서 사무총장이 직접 "팬데믹이 감소 추세에 있다", "다른 전염병과 동일한 수준의 관리로 전환할 때가 왔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가 토착화됐고 더 이상 특별한 방역은 필요 없다는 의미다. 전 세계가 코로나19 엔데믹인데 우리나라만 언제까지 팬데믹을 유지할 텐가.
Q. 국민 안전을 위해 우리만이라도 강력한 방역체계를 유지하는 건 어떤가.
A.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끊임없이 변이하며 인간과 공존할 것이다. 대부분의 국가가 이를 인정하고 일상으로 돌아간 지 오래인데 우리나라는 아직도 코로나19에 많은 사람의 삶이 묶여있다. 고위험군을 위한 방역 정책을 전체 인구에 적용하면 오히려 새로운 차별과 불편을 야기한다. 병원에 가길 꺼리다 질병의 진단·치료 시기를 놓쳐 사망할 수 있다.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과 자살률, 비만 증가와 아이들의 발달 지연 등 방역 정책이 국민 건강과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우리는 경험적으로 안다. 코로나19는 사라지지 않는 병이다. 백신을 맞아도 집단 면역을 형성할 수 없다. 코로나바이러스를 바라보는 시각을 바꿀 때가 됐다.
Q. 정부도 방역체계 대전환을 예고한다. 우려하는 점이 있다면.
A. 국민들이 정부를 믿지 못하는 게 걱정이다. 되돌아보면 '모순의 방역'이 반복됐다. 4인 모임만 허용하고 영업시간을 밤 10시까지로 제한했다. 헬스장은 샤워장 이용이 금지됐는데 수영장은 가능했다. 처음 겪는 감염병이다 보니 시행착오가 있을 순 있다. 그러나 최근까지 정확도를 이유로 코로나19 진단에 PCR을 고수하다 갑자기 RAT 확진을 허용하고, 쇼핑몰에 있는 약국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는 둥 앞뒤가 안 맞는 정책을 시행한 건 문제다. 국민의 혼란을 부추기고 방역 정책의 신뢰도를 떨어트렸다. 이를 회복하는 게 급선무다.
(대전=뉴스1) 김기태 기자 = 백화점·대형마트 등 면적 3000㎡ 이상 대규모 점포에 대한 방역패스 의무 적용이 시행된 10일 대전 서구에 위치한 대형마트 입구에 방역패스 시행 관련 안내문이 설치돼 있다. 2022.1.10/뉴스1
Q. 어떤 문제부터 풀어야 할까.
A. 백신 접종이다. 백신 접종률이 낮은 건 국민이 백신을 불신(不信)하기 때문이다. 예방 효과가 있다는 정부 발표와는 달리 접종 후 코로나19에 감염되는 경우가 많았다. 백신을 맞을 때 이점과 부작용을 저울질해보고 안 맞겠다고 한다. 질병관리청이 우리나라 국민의 99% 이상이 코로나19 항체를 보유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9일 냈다. 곧바로 "그런데 왜 하루 5~6만명씩 감염되나"는 질문이 나온다. 국민이 궁금해하기 전 "항체 양성률은 예방 효과를 나타내는 지표가 아니다. 항체가 얼마나 많아야 코로나19를 예방할 수 있는지 아직 모른다"고 알렸다면 어땠을까.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연구할 게 있다면 더 열심히 연구하고, 공개할 게 있다면 더욱 투명하게 알려야 한다. 대통령이나 보건복지부 장관, 질병청장이 나서 방역 정책을 발표한다고 해서 모두가 믿고 따르지 않는다. 국민들에게 방역 정책을 설명하고 왜 이래야만 하는지 이해시키려 노력해야 한다. 코로나19를 독감처럼 관리한다는데 그전에 올해 이례적인 독감 유행에서 드러난 '방역 허점'은 꼭 개선해야 한다. 전문가들이 실시간으로 감염병 유행을 체크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마련해 각 지역 의료진이 감염 확산에 대비하고 치료 전략을 수립할 수 있게 도와야 할 것이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