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때 화엄사 지킨 차일혁 경무관 추모제 봉행

65주기 추도 "문화유산의 가치를 이해한 선각자"

[구례=뉴시스] 송창헌 기자 = 한국전쟁 당시 천년고찰 화엄사를 지켜낸 고(故) 차일혁(1920∼1958) 경무관을 추모하는 행사가 10일 전남 구례군 화엄사 각황전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차일혁기념사업회 선양회 제공) 2023.08.1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구례=뉴시스] 송창헌 기자 = 한국전쟁 당시 천년고찰 화엄사를 지켜낸 고(故) 차일혁(1920∼1958) 경무관을 추모하는 행사가 10일 전남 구례군 화엄사에서 열렸다.

대한불교 조계종 19교구 본사 지리산 대화엄사(주지 덕문스님)는 이날 각황전에서 차 경무관의 65주기 첫 추모 다례재를 봉행했다. 이날 추모제는 대종 5타로 시작 개식, 헌다의례, 순국선열을 위한 묵념, 행장 소개, 헌향, 헌화 순으로 진행됐다.

1998년 송월주 총무원장의 발원으로 경내에 추모비를 세운 이후 그동안 변변하게 추모의 시간을 갖지 못하다 지난해 10월 64주기에 첫 추모 행사를 가졌다.

덕문스님은 봉행사를 통해 "고인의 업적과 유지를 후손과 사찰 만이 아닌 전 국민과 후대에까지 널리 이어질 수 있도록 올해부터는 각별히 고인을 추념하는 다례재를 각황전에서 열게 됐다"며 "그 이름 길이, 천년고찰 화엄사에 새겨질 것이고, 이 공덕은 자손만대에 뿌리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덕문 스님은 이어 "고인과 같이 문화유산의 가치를 이해한 선각자가 있어 더 많은 문화재의 소실 피해를 줄일 수 있었고, 특히 화엄사 뿐아니라 천은사, 쌍계사, 금산사, 백양사, 선운사, 덕유산 사찰을 비롯한 수많은 천년고찰들이 고인의 지혜로운 결단으로 온전하게 보존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차일혁 경무관 기념사업회 차소영 선양회장은 추념사에서 "오늘날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것은 차 경무관 뿐 아니라 뜻을 같이하는 무명의 수많은 호국영령들이 목숨을 바쳐 희생했기 때문"이라며 "선양회는 말로 다 할 수 없는 그 분들의 은혜를 잊지 않고 가슴깊이 새기겠다"고 밝혔다.

차 경무관은 중국 중앙군관학교를 졸업한 뒤 독립운동에 뛰어들었고 광복 후에는 일본 형사 3명을 저격했다. 호국군 103연대장, 제15청년방위대 총무처장으로 일하다 6·25 전쟁이 발발하자 유격대를 조직, 인민군과 싸웠다. 1950년 12월 경찰에 투신, 제18전투경찰대 대대장으로 빨치산 토벌에 나섰고, 휴전 후 진해경찰서장과 공주경찰서장을 지냈다.

녹음기를 틈타 지리산 일대에 숨어있는 빨치산 은신처를 없애려고 화엄사를 소각하라는 상부의 명령을 어긴 채 "절을 태우는 데는 한나절이면 족하지만, 세우는 데는 천년 이상의 세월로도 부족하다"며 사찰을 구해낸 주인공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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