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차관 "해병대사령관에 문자 보낸 적 없어"… '외압' 의혹 부인

허고운 기자 박응진 기자 2023. 8. 10.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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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하다면 포렌식하겠다… 특정 인사 언급한 적도 없어"
신범철 국방부 차관. 2023.6.1/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박응진 기자 = 신범철 국방부 차관이 해병대 수사단의 고(故) 채수근 상병 순직 사건 조사 과정에서 해병대사령관에게 특정 지시사항이 담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는 이른바 '외압' 의혹을 거듭 부인하고 나섰다.

신 차관은 1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어제(9일) 대전 출장 중 이동통신사 기지국에 가서 3일치(7월30일~8월2일) 휴대전화 문자 수발신 내역을 발급 받았다"며 김 사령관과 문자를 송수신한 기록이 없다고 밝혔다.

신 차관은 "필요하다면 (휴대전화) 포렌식까지 하겠다"며 "난 개인용 전화 하나만 사용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방부 직원용 '비화폰'에 대해선 "비서관이 갖고 있지만 사용한 적이 없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신 차관은 앞서 해병대 수사단이 최초 작성한 채 상병 사고 조사결과 보고서와 관련해 특정 인물을 혐의자 명단에서 제외하라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에 보낸 것으로 지목된 인사다.

해병대 수사단장으로서 채 상병 사고 관련 초동 조사를 담당했던 박정훈 대령 측에 따르면 김 사령관은 앞서 신 차관이 보내온 것이라며 "장관 귀국시 (보고서를) 수정해 다시 보고해라, 혐의자 및 혐의사실을 빼라. 죄명을 빼라. 해병대는 왜 말을 하면 안 듣냐"는 등의 내용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박 대령에게 보여줬다고 한다.

해병대 제1사단 소속 채 상병(당시 일병)은 지난달 19일 경북 예천군 내성천에서 구명조끼 착용 없이 집중호우 피해 실종자 수색작전을 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이에 해병대 수사단은 사고 발생 경위 등에 대한 자체 조사 결과를 토대로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 등 군 관계자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이첩할 예정'이란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해 지난달 30일 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대면 결재를 받았다.

그러나 이 장관은 이튿날인 지난달 31일 우즈베키스탄 출장(7월31일~8월3일)을 앞두고 해병대 수사단의 채 상병 조사 결과와 관련해 '법적 검토가 필요해보이니 경찰 이첩 시기를 출장 복귀 이후로 미룰 것'을 정종범 해병대 부사령관을 통해 해병대 측에 지시했다는 게 국방부의 설명이다.

국방부는 이 장관의 이 같은 지시사항이 김 사령관을 통해 박 대령에게도 전달된 것으로 보고 있다.

고(故) 채수근 해병대 상병 안장식. 2023.7.22/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반면 박 대령은 전날 언론에 배포한 입장문에서 "이 장관 보고 이후 경찰에 사건을 이첩할 때까지 그 누구로부터도 장관의 '이첩 대기' 명령을 직·간접적으로 들은 사실이 없다"며 "다만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의 개인 의견과 신 차관의 문자 내용만 전달받았을 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신 차관은 이날 기자들에게 "이 장관이 출장 가면서 '여러 법리적 쟁점이 있으니 돌아와서 검토하자'고 얘기한 게 다였다"며 "그와 관련해 (김 사령관에게) 전화를 3차례 했으나, 보내지도 않은 문자가 (언론에) 등장했다"고 주장했다.

신 차관은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말로도 전하지 않았을 특정인 언급까지 문자에 넣었겠느냐"라며 "제 '카카오톡' 메시지 내역도 포렌식 하면 다 나올 것"이라고도 말했다.

다만 그는 '김 사령관과의 통화에서 질책성 발언을 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김 사령관과의) 세 번째 전화에선 (장관 지시를) 약간 이행하지 않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에 그런 표현을 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 차관은 '전화로 특정인을 언급하지는 않았느냐'는 질문엔 "법리상 다툼이 있다는 이야기는 했지만, 무리한 요구나 의사결정은 하지 않았다"고 거듭 밝혔다.

이와 관련 해병대 김 사령관도 자신의 휴대전화 내역을 공개할 의향이 있다고 밝혀왔다고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이 전했다.

신 차관은 또 '채 상병 사고 조사 건을 국방부 조사본부로 이첩하자'는 해병대 측의 건의 자신이 거부했다는 주장에 관해선 "'장관이 돌아오면 하라'고 전달했다. 거기에 다른 의견을 내고 의사 결정할 수 있는 권리가 내게 있겠느냐"며 "난 어떤 답도 내지 않았다고 확정적으로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군 당국은 박 대령이 '채 상병 사고 관련 보고서의 경찰 이첩을 보류하라'는 이 장관·김 사령관 등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이달 2일 이첩했단 이유로 보직해임 조치했다. 국방부 검찰단은 현재 박 대령을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이런 가운데 이 장관은 전날 채 상병 사고 조사를 해병대 수사단에서 국방부 조사본부로 이관해 재검토하도록 지시했다.

hg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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