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용의 야망, 이제는 말할 수 있다… KBO 역대 신기록은 과연 어떻게 탄생했나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아직 널리 알리기는 좀 그렇지만, 목표는 있어요”
올 시즌 SSG의 개막 마무리로 시즌을 시작한 서진용(31‧SSG)은 가장 큰 고비로 여겼던 시즌 초반을 잘 넘기며 순항 궤도에 올랐다. 지금껏 마무리 보직에서 실패한 경험이 많았기에 많은 이들이 조마조마했지만, 서진용은 예전보다 더 강한 심장과 이성으로 위기를 잘 넘기고 리그에서 가장 먼저 두 자릿수 세이브를 달성했다. 긴가민가했던 코칭스태프와 팬들도 점차 확신을 가지기 시작했다.
아슬아슬한 마무리에 ‘서즈메의 문단속’이라는 유행어가 생길 정도였고 화제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기분이 나쁘지는 않은 관심이었다. 그리고 그 시점, 서진용은 올 시즌 자신의 목표를 명확하게 세웠다. 자신의 한 시즌 최다 세이브 기록(21세이브)이 아니었다. 서진용은 당시 비보도를 전제로 하면서 “구단 한 시즌 최다 세이브 기록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조심스럽게 야망을 털어놨다. 이 기록은 2019년 하재훈(36세이브)이 가지고 있었다.
멀게만 느껴졌지만, 석 달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이 기록은 더 이상 멀리 떨어져 있다. 서진용은 9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NC와 경기에서 2-1로 앞선 9회 등판해 1점 리드를 잘 지키고 세이브를 기록, 시즌 31번째 문단속에 성공했다. 와이번스-랜더스 프랜차이즈 단일 시즌 세이브 기록에서 단독 2위로 올라서는 순간이기도 했다.
박희수 정우람 조웅천이라는 구단 역사를 대표하는 마무리들을 차례로 추월한 서진용이다. 이제 정말 서진용의 위에는 2019년 하재훈 만이 남아있다. 경신까지 필요한 세이브 개수는 6개다. 그리고 SSG는 아직 시즌 50경기를 더 남겨두고 있다. 지금 페이스라면, 부상이 없다는 가정 하에 무난하게 이 고지를 넘어 구단 역사상 첫 40세이브에도 도전할 수 있을 전망이다.
단순한 30세이브가 아닌, 더 특별한 30세이브다. 서진용은 30세이브를 기록하는 동안 패전은 한 차례 있었으나 블론세이브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적어도 세이브 상황에서 팀의 승리를 날린 일이 단 한 번도 없었다는 것이다. KBO리그 역사상 그 어떤 클로저로 해내지 못한 기록이다. 블론세이브 기록이 집계된 이래, 30세이브 고지를 밟는 동안 블론세이브가 하나도 없었던 선수는 서진용이 역사상 처음이다.
하재훈의 기록에 도전하겠다는 야망을 가슴 한 켠에 숨기고 있었지만, 사실 ‘블론세이브’ 없이 30세이브 고지에 다다를 것이라고는 선수 스스로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도 그 과정에서 의미는 찾았다. 서진용은 “만약에 중간에 블론도 있고, 넘어가는 경기를 많이 줬다면 스스로 조금 안 좋아질 수도 있었을 것”이라면서 “그런 상황을 어떻게든 계속 이겨내서 지금까지 왔기 때문에 자신감도 조금 더 생기고,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겠다는 그런 여유도 조금 생기지 않았나 생각한다”면서 지금까지의 여정을 돌아봤다.
사실 블론세이브가 없을 만큼 내용이 완벽하지는 않았다. 서진용도 “사실 주자 출루 허용률이 높다. 안 좋은 걸로 내가 일등이더라”고 웃었다. 실제 서진용의 올 시즌 이닝당출루허용수(WHIP)는 1.50이다. 1~2점 박빙의 상황을 막아야 하는 마무리로서는 그렇게 좋은 수치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을 숱하게 이겨내는 과정에서 자신감을 찾았다. 경험에서 얻는 자신감이 결과를 만들어내는 선순환이다.
지금까지 부족했던 '자신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 서진용은 그것을 “올해는 내가 상대 타자보다 기가 센 게 아닐까”라고 말로 종합한다. 서진용은 “이상하게 주자가 나가면 투구 밸런스가 잡힌다. 주자가 있으면 처음에는 긴장도 되고, ‘점수를 주면 안 되는데’라고 생각했다. 일단 삼진을 잡자는 생각으로 던진다. 그런데 땅볼도 나오고 좋은 결과가 나오더라”고 웃어보였다. 계속해서 주자가 나가는 결과를 보고 이제는 그냥 웃어넘길 정도다. 여유가 생기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다만 선수의 겸손대로 단순히 기가 세다고 생각하고 운이 좋다고 생각하면 이 대업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결국 블론세이브가 없다는 건 주자가 있을 때 1점은 줘도 2점 이상은 주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피장타가 적은 것과 밀접한 영향이 있다. 서진용의 올해 피안타율은 0.235인데, 피장타율은 0.284에 불과하다. 45⅓이닝 동안 홈런도 딱 한 방 맞았다. 마무리 투수의 절대 덕목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1.39라는 특급 평균자책점도 여기서 기인한다.
김원형 SSG 감독은 역시 리그 최정상급 포크볼이 그 중심에 있다고 분석한다. 김 감독은 “마무리 투수로서 평균 구속은 떨어지는 편이지만, 포크볼이라는 구종 가치가 너무 크다고 생각한다”면서 “패스트볼과 13~14㎞ 정도 차이가 나는데 그 타이밍이 타자들에게는 굉장히 까다롭다. 특히 올해는 포크볼이 잘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는다. 패스트볼도 143㎞가 나와도 공에 힘이 있으니 먹히는 타구가 나오고 땅볼이 나온다”고 서진용의 단조롭지만 위력적인 투구 패턴을 칭찬했다.
어차피 여기서 더 바뀔 것은 없다. 새로운 구종 추가는 시즌 중 힘들다. 서진용은 여전히 패스트볼-포크볼 콤보로 타자들을 상대할 것이고, 타자들도 그 가위바위보 싸움을 준비하고 나올 것이다. 서진용도 지금까지의 성과는 잊고 담담하게 간다는 각오다. “같은 공을 던져도 자신 있게 들어가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를 느꼈다”는 서진용은, 위기를 넘기며 얻은 그 교훈만 가슴에 새기고 오늘도 마운드에 오른다.
서진용은 “물론 시즌 끝날 때까지 이렇게 쭉 가면 좋겠지만, 혹여 하게 돼도 안 좋게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평정심을 강조한 뒤 “지금까지 그래도 잘해왔고, 앞으로도 그냥 오늘 경기만 보면서 잘 던지려고 하겠다”고 말했다. 시즌 막판으로 가는 상황에서도 초심과 집중력을 잃지 않은 서진용이 블론세이브보다는 자신의 기준에 맞는 완벽한 시즌 ‘마무리’를 향해 천천히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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