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 안전 뒷전' 해병대 1사단장, 홍보만 열올렸는데 국방부 "수행 지장 없어"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고(故) 채수근 상병 사건과 관련해 국방부가 해병대 1사단장 혐의가 적시된 조사보고서를 갑작스럽게 회수해 사단장의 책임을 면해주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국방부는 1사단장이 직무를 수행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10일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을 국방부 조사본부에서 수사하고 있는데 1사단장이 직무를 이어가는 게 적절하다고 보냐는 질문에 "현재 추가적인 인사 조치 등이 검토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해병대 1사단장의 직무 수행에 전혀 어떤 지장이 있거나 부족함이 없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7월 31일 해병대는 이날 오후 2시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 조사 결과를 국방부 출입기자들에게 설명할 예정이었으나 1시간 앞둔 오후 1시 돌연 이를 취소했다. 이후 경찰에 이첩하려던 자료도 이날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중단시켰다.
이 장관이 전날인 30일 조사보고서를 보고 받고 별다른 지시를 하지 않다가 언론 발표 직전에 갑자기 이같은 행동을 보인 것을 두고 국방부는 특정인의 혐의를 적시해서 보고서를 경찰에 넘길 경우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후 2일 해병대 수사단은 조사를 통해 책임이 있는 인사들에 대해 모두 혐의를 적시해야 한다며 경북 경찰청에 조사 자료를 제출했다. 이에 국방부 검찰단은 이를 바로 회수했다.
이어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은 이날 해병대 수사단장 A대령을 직무 정지 및 보직 해임 조치했고 국방부 검찰단은 A대령이 군형법 제45조에 따라 집단을 이뤄 상관의 정당한 명령에 복종하지 않은 '집단 항명의 수괴'라며 입건 및 수사에 착수했다. 또 채 상병 사건 수사도 9일 국방부 조사본부로 이관해 재검토에 착수했다.
이처럼 국방부가 납득하기 어려운 조치를 보이자 국방부 장관보다 '윗선'의 개입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7일 <아시아투데이>는 군 관계자를 인용 "이 장관에게 '이런 일로 사단장까지 처벌하게 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느냐'는 취지의 지적을 했다는 이야기를 군 고위인사로부터 들었다"는 내용을 보도하기도 했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9일 김용원 국가인권위원회 군인권보호관은 기자회견을 통해 국방부의 이같은 조치를 두고 "만일, 국방부 검찰단이 즉시 경찰에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자료를 보내지 않는다든가, 수사자료 중 일부를 취사선택하여 선별적으로 경찰에 보내는 경우 사건의 축소, 은폐에 대한 국민적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임이 불을 보듯 뻔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방부가 9일 "고 채 상병 사망사건을 오늘(9일)부로 국방부 조사본부로 이관하고 법령에 따라 재검토"할 것을 공식화했고 10일 브리핑에서는 1사단장의 직무 이행에 문제가 없다고 밝힌 만큼, 새로운 조사 보고서에 1사단장의 책임이 명시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조사가 언제까지 진행되냐는 질문에 전 대변인은 "조사본부는 충분히 검토를 하겠다고 했고, 조사본부가 대략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릴 거라고 예상을 하지만 저희는 그것을 최대한 당겨서 통상적인 경우보다 신속하게 검토가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며 사실상 국방부가 원하는 결론을 빨리 도출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국방부가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 결과와는 달리 1사단장을 포함해 책임자 및 실무자의 혐의를 적시하지 않을 경우 그 파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1사단장은 구명조끼 착용 등 대민지원을 나간 장병들의 안전보다는 외적 홍보에 열을 올렸다는 제보가 나오면서 채 상병 사망 사건에 적잖은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지난 8일 군인권센터가 공개한 채 상병이 대민지원 당시 참여하고 있었던 소속 중대 대민지원 카카오톡 대화방의 메시지 내용을 보면, 수색작업이 진행된 7월 18일 오후 4시 22분경 '사단장 지시 사항'에서 사단장은 일부 대원들의 당일 '복장 착용 미흡'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시사항에는 "슈트 안에도 빨간색 츄리닝 입고 해병대가 눈에 확 눈에 뜰 수 있도록 가급적 적색 티 입고 작업"하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또 당일 오전 6시 42분께 대화방에 전파된 사단장 지시 메시지를 보면, 사단장은 "웃는 얼굴 표정 안 나오게 할 것"이라며 군용 '얼룩무늬 스카프(버프)'를 모든 장병에게 착용하도록 지시하는 등 외부의 시선에 신경썼을 뿐 장병들의 안전에 대해서는 별다른 지시를 하지 않았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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