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이유찬 결국 퓨처스행··· 변함 없던 사령탑의 믿음, 이유찬은 응답할 수 있을까

심진용 기자 2023. 8. 10.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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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이유찬이 8일 잠실 삼성전 9회초 송구 실책 후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승엽 두산 감독의 야구는 말하자면 ‘믿음의 야구’다. 한번 점찍은 선수라면 어지간해선 신뢰를 거두지 않는다. 제 기량을 찾을 수 있도록 격려하고 기회를 부여한다.

내야수 이유찬(25)이 그런 사례다. 이유찬이 강점인 수비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일 때도 이 감독은 곧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감독의 변함없던 믿음을 받았던 이유찬이 결국 1군에서 빠졌다. 올 시즌 첫 엔트리 말소다. 두산은 10일 이유찬을 퓨처스리그로 내려보내고 또 다른 내야 유망주 안재석(21)을 올렸다.

잠실 삼성전이 비로 취소된 이 날 이 감독은 취재진과 만나 “팀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면서 “이유찬 본인의 기량이 나오지 않더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 감독은 개막 첫 달 이유찬을 주전 유격수로 중용했다. 박계범과 김재호가 차례로 주전 유격수 자리를 이어받을 때도 이 감독은 이유찬을 2루수로 기용하며 꾸준한 기회를 보장했다. 이유찬도 5월 타율 0.313을 기록하며 그 같은 믿음에 부응했다.

그러나 최근 이유찬은 좋지 못했다. 9일 삼성전에 9번타자 2루수로 선발 출장했지만, 공수에서 결정적인 실수를 했다. 3-2로 앞서던 7회말 2사에서 안타를 치고 나갔다가 견제사를 당했다. 3-3 동점이던 9회초 수비 때는 1사 2·3루에서 땅볼 수비 후 홈 송구가 크게 빠졌다. 주자 2명이 모두 들어왔다. 두산은 4-6으로 패했다.

이유찬도, 이 감독도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었다. 이날 경기 전 이 감독은 전날에도 나온 이유찬의 송구 실책을 감쌌다. 오히려 “이유찬이 아니었다면 공을 잡고 던지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칭찬했다. 주눅 들지 말고 자신 있게 플레이하라는 메시지가 담겼다. 하지만 결정적인 송구 실책이 다시 나오고 말았다.

지난달 11연승을 달리던 두산의 힘은 수비에서 나왔다. 연승 기간 실책이 2개 밖에 나오지 않았다. 이후 13경기는 11실책이다. 거의 매 경기 하나씩 실책이 나왔다. 그중 3개가 이유찬의 실책이다. 두산은 이 13경기에서 4승 9패에 그쳤다.

이 감독이 이유찬을 중용한 것은 두산의 미래를 위한 선택이었다. 올 시즌 내내 고민이던 두산의 주전 유격수 자리는 돌고 돌아 결국 베테랑 내야수 김재호(38)가 차지했다. 김재호를 위협할 만한 선수가 아직은 보이지 않는다. 이날 1군에서 올라온 안재석도 일단은 유격수가 아닌 2루수로 나선다.

이 감독은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하는데, 이유찬 본인이 제일 힘들 것”이라며 “젊은 선수니까, 더 많이 연습하고 공부하면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감독은 여전히 이유찬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시즌 첫 퓨처스행을 맞은 이유찬이 그에 응답할 차례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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