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눈에 긴장한 포스코·현대제철 "침수는 없다"[르포]

포항(경북)=김도현 기자 2023. 8. 10.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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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제6호 태풍 카눈의 직접영향권에 든 포항제철소 앞 도로 모습 /사진=김도현 기자


제6호 태풍 카눈이 지난해 9월 힌남노에 이어 11개월 만에 한반도에 상륙했다. 힌남노 상륙 당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경북 포항지역의 경우 긴장감 속에서 카눈이 지나가길 기다렸다. 지난해 냉천 범람으로 상당한 손실을 본 포스코·현대제철 등 주요 철강사들은 전날 밤부터 비상 근무 체제에 돌입하며 혹시 모를 사고 예방에 만전을 기했다.

10일 오전 3시 포항을 비롯한 경북 동해안 지역에 태풍경보가 발령됐다. 오전 4시 30분에는 산사태 경보도 내렸다. 남해안으로 접근하던 카눈이 몰고 온 비구름과 강풍으로 포항지역에는 새벽부터 강한 비바람이 몰아쳤다. 오전 7시 8분 포항시가 발송한 긴급재난문자로 긴장감은 고조됐다. 지난해 냉천 다음으로 피해가 컸던 칠성천·장동천이 범람 위기에 내몰리면서 일대 주민들에게 대피 명령이 떨어졌다.

카눈이 경남 거제에 상륙한 오전 9시 20분을 전후해서는 비바람의 강도가 더욱 거세졌다. 수시로 바뀌는 바람 방향의 영향으로 기자가 쓴 우산은 뒤집어지기 일쑤였다. 일회용 우의를 입었어도 소용없었다. 거세게 펄럭이는 밑단 사이로 바람과 함께 흩날리는 빗방울이 바지를 적셨다. 우의의 모자 부위가 바람에 찢겨 제 기능을 잃었다. 그 시각 포스코 포항제철소와 현대제철 포항공장의 긴장 수위는 최고조에 달했다. 태풍이 내륙지역을 통과하면서 형산강·냉천 상류 지역에 거센 비가 내렸고 하천 수면이 급속도로 높아져서다.

포항제철소 침수의 발단이었던 냉천교는 제방을 높이고 강폭을 넓히는 공사가 이뤄지고 있었음에도 하천이 교량 바닥에 근접했다. 포스코에 따르면 힌남노 상륙 당시 냉천교 바닥 면까지 물이 차올랐고 상류에서부터 떠내려온 부유물이 교각에 걸리면서 댐 역할을 했다. 바다로 향하는 물길이 가로막히면서 불어난 하천은 강둑을 넘어 범람하기 시작했고 포항제철소를 비롯한 일대에 막대한 피해를 안겼다. 이날 오전 상황도 비슷했다. 포항제철소와 마찬가지로 냉천이 유입돼 3개월 이상 영업을 중지했던 이마트 포항점의 경우 한 곳을 제외한 전 출입문을 차수문과 모래주머니로 봉쇄하기도 했다

10일 오전 수위가 높아진 냉천교와 포스코 포항제철소 3문 인근 /사진=김도현 기자


작년엔 피해가 없었던 형산강 일대는 이번 태풍 땐 위험지역으로 떠올랐다. 홍수주의보가 내려질 정도로 물이 차올랐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현대제철 포항공장 등을 비롯한 주요 철강 사업장은 형산강과 냉천 사이 지역에 밀집했다. 만약 지난해 냉천보다 규모가 큰 형산강이 넘쳤을 경우 포항제철소 고로가 침수돼 사실상 복원 불가 상태에 놓였을 가능성이 크다.

다행히 형산강이 넘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전날부터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한 포스코·현대제철은 사업장 두 하천을 예의주시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포스코·현대제철은 포항이 카눈의 직접 영향권에 들었지만, 힌남노 때보단 상황이 낫다고 입을 모았다. 아울러 당시 수준의 태풍이 와도 작년과 같은 피해는 없을 것이라 자신했다.

근거는 대비책이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범람한 냉천이 들이찬 3문부터 정문에 이르는 1.9km 구간에 2m 높이의 콘크리트 차수벽과 출입문에 차수문 설치를 완료했다. 주요 핵심 시설에 차수시설을 설치하고 냉천 붕괴를 막기 위해 제방을 다지는 작업을 실시했다. 현대제철 포항공장도 정문에 접이식 차수문과 범람 위험 구간에 1.5m 높이의 2.6km 콘크리트 차수벽을 지었다. 내년 상반기 완료되는 펌프 용량 확충 공사가 마무리되면 유입된 물을 빠르게 배수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추게 돼 침수 발생 가능성을 더 낮추게 된다.

포스코 관계자는 "태풍의 직접 영향권에 들었던 이날 오전 직원들의 사업장 안팎으로의 이동을 통제하고 각종 조치를 시행한 끝에 별다른 안전사고 없이 무사히 넘겼다"면서 "힌남노 이상의 태풍이 찾아오더라도 사업장 운영에 차질을 빚지 않게 앞으로도 다양한 선제 조치를 시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우혁 현대제철 인천공장 총무팀장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전날부터 밤을 꼬박 새웠다"면서 "포항지역 만조 때인 오전 9시를 전후해 비가 거세지면서 우려도 있었지만 순조롭게 넘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현대제철 포항공장 정문에 설치된 차수문을 소개하는 장우혁 현대제철 인천공장 총무팀장 /사진=김도현 기자


포항(경북)=김도현 기자 ok_k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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