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맥통 류진, 부회장도 외교관… 전경련 ‘글로벌’로 변신

박성우 기자 2023. 8. 10.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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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22일 새 회장에 류진 회장 추대
’미국통’ 류진, 외교부 출신 부회장 검토
자국보호주의 심해져 통상 중요성 커져

풍부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진 류진 풍산 회장이 차기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으로 추대된 가운데, 약 6개월째 공석인 상근 부회장에 외교관 출신 인사를 영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경련은 기관명을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로 바꾸고 산하에 있는 한국경제연구소를 흡수·통합해 글로벌 싱크탱크(Think Tank)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전경련이 류 회장 취임을 계기로 외교·통상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체질 개선에 나서는 이유는 글로벌 보호무역이 심해지고 미·중 갈등이 지속되면서 외교·통상이 점점 중요해지는 추세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경련은 미국 여야를 넘나드는 류 회장의 네트워크와 외교·통상 전문가의 경험으로 시너지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류진 풍산 회장./조선DB

◇ 부시·오바마·트럼프와 인연… 민간 외교관 류진

10일 재계에 따르면 전경련은 이달 22일 열리는 임시총회에서 기관명을 한경협으로 바꾸고 새 회장에 류 회장을 추대한다.

서애(西涯) 류성룡 선생의 13대손인 류 회장은 1958년생으로 서울대 영문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다트머스대 경영학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미국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이사 등을 거쳤고, 지난 4월에는 전경련 한미재계회의 7대 한국 측 위원장으로 선임됐다.

류 회장은 전경련 부회장과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등 국내 경제단체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조지·바바라 부시 재단 이사회, 뉴욕 시티 칼리지의 콜린 파월 스쿨 이사회 등에서도 활동했다. 지난 2015년에는 서울대에 55억원을 기부해 방치됐던 서울대 버들골 부지에 풍산마당이라는 대규모 공연장을 설치했다. 이곳은 서울대 학생과 지역 주민들에게 ‘피크닉 성지’로 불린다.

류진 풍산 회장의 기부금으로 만들어진 서울대 버들골 풍산마당 공연장./서울대총동문회 홈페이지 캡처

류 회장과 풍산은 일반인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풍산은 구리 및 구리 합금 소재를 사용해 동전이나 기념주화를 비롯해 각종 탄약류를 생산하는 알짜 중견기업이다. 방위 사업을 펼치는 만큼 풍산은 오래전부터 대미 관계에 공을 들여왔다.

류 회장은 부친이자, 풍산 창업주인 류찬우 선대 회장 때부터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 부자와 긴밀한 관계를 맺는 등 미국 정·재계와 인연을 맺어왔다. 류 회장은 2003년 4월 노무현 정부 출범 초기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을 국내에 초청하는 역할을 주도했다. 2002년 미군 장갑차에 여중생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부시 전 대통령이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사과의 뜻을 담은 전화를 한 것도 류 회장이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조지 부시(왼쪽 두번째) 전 미국 대통령이 2009년 8월 3일 류진 풍산 회장(맨 왼쪽)의 안내를 받으며 안동마을을 체험하고 있다. /안동시 제공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에는 미국 하원 의원단과 한국 재계의 만남을 주선했고, 2015년에는 조직위원장을 맡아 미국 프레지던츠컵을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 유치했다. 당시 류 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아들 부시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골프 회동을 주선했다. 2017년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주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국빈 만찬에 재계 총수들과 함께 초대받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류 회장의 집무실에 가보면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부터 부시 전 대통령 부자, 오바마 전 대통령 등 화려한 인맥을 자랑하는 사진과 기념품이 가득하다”며 “국가를 생각하는 마음이 남달라 한국의 위상을 세계에 알리는 데 공헌해 금탑산업훈장과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지난 2015년 10월 8일 인천 송도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에서 개막한 '2015 프레지던츠컵' 개막 행사에서 류진 풍산 회장이 소개되고 있다. /조선DB

◇ 정부·기업 원팀… 첫 외교관 출신 부회장 나올까

류 회장은 전경련을 함께 이끌 부회장으로 외교부 출신 전직 고위 관료를 고민하고 있다. 전경련 역사상 외교관 출신이 부회장으로 오는 것은 처음이다. 그만큼 글로벌 경영 환경이 자유무역체제에서 자국보호주의로 변화하면서 외교·통상의 중요성이 커졌다는 의미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도 지난달 13일 제주포럼에서 “(전 세계적으로)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일들이 생겼다”며 “기업 경쟁력만 가지고는 한계가 있다. 정부와 민간이 ‘원팀’이 돼서 활동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류 회장은 최 회장 주도로 만들어진 재벌 2세와 벤처 기업인 모임 ‘브이소사이어티’의 멤버이기도 하다.

김창범(가운데) 전 주인도네시아 한국대사관 대사./KT 제공

현재 부회장으로는 김창범 전 인도네시아 대사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김 전 대사는 류 회장과 서울대 영문과 78학번 동기다. 1982년 외무고시에 합격한 뒤 미국대사관 1등 서기관, 북미3과장, 주벨기에 EU 대사, 주인도네시아 대사 등을 거쳤다. 최근에는 2030 부산 엑스포 유치 활동을 위한 태평양도서국 담당 정부 대표를 맡고 있다. 이 밖에도 통상 전문가인 김종훈·박태호 전 통상교섭본부장 등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류 회장의 풍부한 미국 네트워크는 전경련을 글로벌 싱크탱크로 변신시키는데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의 주력 산업인 배터리, 반도체, 자동차 분야에서 미국과 협상해야 할 일이 많은 만큼 외교관 출신이 부회장으로 올 경우 외교부나 통상조직과의 협력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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