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인사이드] 알면 알수록 쓸 데 있고 신비한 ‘실험고고학’ 이야기③

이민아 2023. 8. 10.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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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덴마크에 조그마한 바닷가 마을에서 묻혀있던 바이킹 배가 발견됩니다.

만약 우리나라였다면, 잘 발굴해서 보존 처리 후 서울에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으로 갔을 테지만 덴마크는 이 멋진 배를 그 지역에 그대로 두기로 했습니다.

Q. '실험고고학이 지역을 살려낸다' 굉장한 예산과 시간이 필요한 일이라서 우리나라의 경우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잘 그려지지 않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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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덴마크에 조그마한 바닷가 마을에서 묻혀있던 바이킹 배가 발견됩니다.

만약 우리나라였다면, 잘 발굴해서 보존 처리 후 서울에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으로 갔을 테지만 덴마크는 이 멋진 배를 그 지역에 그대로 두기로 했습니다.

대신 그 지역의 손재주 좋은 목공, 석공, 대장장이들과 고고학자들을 모아서 당시 바이킹들이 쓰던 도구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서 몇 년이 걸리든 바이킹 배를 만들라고 했습니다.

이 엄청난 프로젝트는 저절로 마을을 찾는 사람들에게 볼거리가 됐고, 소문을 듣고 찾아온 관광객들을 직접 참여시키기도 했습니다.

바이킹 배가 완성이 된 후에는 고고학자들이 아이슬란드까지 가는 항로를 복원하는데 관광객들을 함께 태우고 바다로 나갔습니다.

그렇게 이 도시는 전 세계에서 관광객이 몰려드는 관광지가 되었죠.

알면 알수록 신비하고 쓸 데 있는 실험고고학의 대표적인 사례인데요.

‘대한민국에서도 가능한 일인가’ 의문을 가질 때, 꿈을 품은 청년이 있습니다.

‘지역을 살려내는 고고학’을 목표로 항해 중인 겁 없는 바이킹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장동우 대표, 세종시 조치원읍을 중심으로 실험고고학을 바탕으로 한 역사문화콘텐츠를 기획사를 창업해 활동하고 있다.

Q. ‘실험고고학이 지역을 살려낸다’ 굉장한 예산과 시간이 필요한 일이라서 우리나라의 경우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잘 그려지지 않는데요. 이런 꿈을 꾸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고고학이 지역을 살려낼 수도 있다’는 생각을 처음 한 건 사실 부산에서 문화콘텐츠를 전공할 때에요.

대학에서 지역의 문화콘텐츠를 끄집어내서 동네를 재미있게 만들고 살기 좋게 만드는 것을 많이 가르쳤거든요.

‘도시재생’과 관련한 거였는데, 아무리 봐도 그 동네에서 제일 재미있는 게 뭘까 생각해보면 옛날부터 거기 있던 것들이었거든요.

당연한 거죠. 경복궁은 서울에만 있잖아요. 경복궁 탐난다고 부여에 갖다 놓으면 의미가 없잖아요. 그래서 느낀 거예요. ‘문화콘텐츠랑 도시재생을 엮을 수 있는 분야가 고고학이구나.’

고고학자들은 직업병이 있거든요. 지나가다 보면 유적이 그냥 쓱 보여요. 차 타고 고속도로를 쭉 달리면 강 옆에 이렇게 언덕들이 쭉 있는데 갑자기 시선을 확 잡아끄는 언덕이 있어요.

저거 아무리 봐도 청동기 시대 마을 자리인데, 저거 아무리 봐도 고인돌 모여 있을 자리인데... 그래서 차를 돌려 가보면 토기 조각이 막 굴러다니고 있어요. 지역 문화를 끄집어내서 동네를 재미있게 만드는 데 엄청난 도움이 될 것 같은 거예요. 더구나 저는 그 분야에 아주 필요로 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고요.

‘내가 해야 할 건 고고학과 콘텐츠를 가지고 일을 한 번 벌려보는 거구나’ 생각이 들었고, 그때 고고학을 더 공부해 봐야겠다 결심을 했어요.

세종시 조치원에 있는 고고학적 콘텐츠를 발굴하는 프로그램을 시민들과 진행하는 모습

Q. 앞서 소개해주신 덴마크 사례대로라면 지역에 지속가능한 먹거리가 생겨나는 셈인데, 혹시 대표님이 염두에 두신 곳이 있나요? 실험고고학을 바탕으로 재미있는 일을 벌여보고 싶은 곳?

우리나라에도 비슷하지만 또 다른 모습으로 자생하고 있는 곳이 있어요. 전곡리 구석기 유적. 유적지 인근에 있는 경기도립 전곡선사박물관은 세계 5대 구석기박물관 중 하나예요. 축제를 5일 정도 하는데 규모도 커요. 20만 명 정도가 오는데 체험프로그램도 굉장히 다양합니다.

연천구석기축제 홈페이지 캡쳐

만약 저희에게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충남 부여 송국리라는 마을. 청동기 시대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마을이 나온 자리예요. 발굴 성과도 좋고 나온 스토리도 많고 유물들도 너무 멋지고 경관도 좋아요.

축제장으로 쓸만한 대지도 있고, 지역 주민들도 송국리 유적을 되게 사랑해서 거기서 이런 프로그램을 꼭 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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