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방심위원장 근태 불량...업무추진비 선결제 논란”

방통위 “정연주 방심위원장 근태 불량”

업무추진비 등 회계검사 발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 수뇌부가 출퇴근 시간을 지키지 않고 업무추진비를 음식점에 선결제해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방심위는 방송 내용과 인터넷 상의 불법·유해 정보를 심의하는 민간독립기구로 KBS 사장 출신인 정연주 위원장이 이끌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1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회계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방통위는 “제5기 방심위가 출범한 2021년 8월부터 올해 5월까지 차량 운행기록을 점검한 결과 방심위원장, 부위원장, 그리고 상임위원 1명의 오전 9시 이후 출근과 오후 6시 이전 퇴근이 빈번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정연주 방심위원장의 경우 근무일 총 414일 가운데 18.8%인 78일을 오전 9시 이후 출근했다. 또 65.2%인 270일을 오후 6시 이전에 퇴근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상임위원의 근무 시간 등 복무에 대해 별도 관리 방안이 없기 때문에, 방통위는 이에 대한 복무 관리 방안을 마련하도록 통보했다.

방통위는 방심위원장의 업무추진비 집행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전 부속실장이 코로나19 방역 수칙의 인원수 제한 기준과 ‘방심위 예산 집행 지침’에서 규정한 ‘1인당 3만원’이라는 단가를 위반한 것을 숨겼다. 이를 위해 업무추진비로 선수금을 조성해 집행한 사례가 확인됐다. 아울러 인원수를 부풀려 사실과 다르게 지출결의를 한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위원장은 13건, 부위원장은 9건, 상임위원은 24건, 사무총장은 2건 등 총 48건 등 위반 행위가 적발됐다. 또 부위원장이 공식 행사가 아닌 점심때 직원 등과 주류를 과다하게 구매했으며, 직원들과 오후 1시 이후까지 식사해 직원의 근무 시간 규정을 준수하지 못했다고 방통위는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정연주 방심위원장은 입장문을 내고 “복무기준이 마련되지 않았음에도 일반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일부 출퇴근 상황은 본인 불찰”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선수금 결제 등에 대해선 “선수금은 모두 부속실 법인카드로 집행돼 본인은 전후 경과를 전혀 알 수 없었다. 또 직원들과 점심 간담회는 기관장에게 업무의 연장”이라고 해명했다.

유석균 방통위 감사팀장은 “향후 자체 감사역량을 계속 강화해 연간 감사계획에 따른 정기감사, 회계검사 등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주요 감사 사항에 대해서는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방심위는 방송·통신의 공정성과 공공성에 대한 심의 등을 위해 방송·통신 모니터 운영과 함께 민원을 접수해 심의하고 있는 기관이다. 올들어 방통위는 임시 직제로 감사 조직을 확대 개편했으며 감사원, 검찰, 경찰, 국세청 등에서 파견 인력을 받아 관계기관에 대한 검사·감독을 강화했다.

방심위는 민간독립기구지만 위원 구성은 정치권 추천과 대통령의 위촉으로 이뤄지는 특징이 있다. 방심위원장과 위원 9명 가운데 6명이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임명한 인사들이다. 특히 정연주 위원장은 동아일보 한겨레신문 논설주간을 거쳐 노무현 대통령 시절 KBS 사장을 역임했다. 만약 이번에 방심위원장 등이 해촉하면 방심위원 구도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5기 방통심의위 임기는 2024년 7월22일까지다.

방심위에 대한 감사 강화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 2017년 문재인 정부에서 방통위 검사를 통해 당시 야당성향인 강규형 당시 KBS 이사를 업무추진비 유용 등을 이유로 해임된 바 있다. 하지만, 법원은 2021년 강 전 이사의 해임이 위법하다며 취소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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