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잼버리 문제점 미리 알았지만…日 간척지 개최 사례 벤치마킹은 실패
새만금개발청장, 2016년 日 스카우트 연맹과의 면담서 관련 조언 구하기도
2017년 새만금 잼버리 유치 확정 이후 참고한다던 2015년 日 잼버리 보고 반영 안 돼
준비 미흡과 부실 운영으로 연일 논란을 빚은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가 이미 유치 확정 전부터 ‘열사병’과 ‘태풍’ 대비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주체는 새만금개발청과 전라북도청이다.
10일 조선비즈가 입수한 ‘2016년 새만금개발청 작성 공무국외여행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이병국 새만금개발청장을 포함한 5인 출장단이 무라오카 쓰구마사 야마구치현 지사와 일본 보이스카우트 연맹 관계자들을 방문했다. 이들이 나눈 대화 내용은 해당 보고서에 간략히 기재돼 있었다.
잼버리 대회 후보지로 전북 새만금 간척지가 최종 선정된 것은 2015년 9월 22일 박근혜 정부 시절이었다. 5인 출장단이 야마구치현을 방문했을 때는 그로부터 9개월이 지난 시점으로 본격 유치 경쟁에 나선 때였다.
당시 이 청장은 잼버리 대회 유치 후보지로 확정한 새만금 간척지와 비슷한 조건에서 잼버리 대회를 개최한 일본 측으로부터 관련 조언을 들었다. 이날 이 청장은 ▲대회 개최 안전 문제에 대한 대비 ▲피서 대책 ▲최종 투표 관련 유치 등을 질의했다.
이에 일본 스카우트 연맹 관계자는 “태풍 기간에 3만 명의 이동을 대비해 대피장소를 야영지 외부에 마련했고, 잼버리 개최 전인 8월 4일부터 9일간 ‘아리카쇼’라는 국내 대회를 개최해 태풍·강우에 따른 배수 문제를 미리 점검했다”고 했다. 이어 “(폭염에 대비해) 야외 돔이나 대형 텐트를 통한 그늘을 제공했고 증기분사기를 사용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해당 관계자는 마지막 조언에서 식수와 열사병 등 응급환자를 위한 의료 인력·시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식수를 위한 상수도 및 하수도 등 기반시설과 응급환자 발생 시 의료 인력·시설 구비 등이 중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올해 열린 새만금 잼버리 대회에서는 해당 내용들을 제대로 벤치마킹하지 못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폭염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서 온열 환자가 급증하기도 했다.
이는 새만금이 잼버리 후보지로 최종 선정되기 전 참관 결과 보고서에도 일부 언급돼 있다.
2015년 8월 전북도청에서 작성한 문건 ‘2015년 세계잼버리 참관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2015 세계 잼버리 개최지인 야마구치 야영지 벤치마킹’을 위해 방문했다. 새만금과 유사한 간척지라는 점에서다. 5명으로 이뤄진 출장단은 2015년 7월 31일부터 8월 2일까지 ▲야마구치현청 방문 ▲한국대표단 야영지 방문 및 단장 면담 ▲잼버리 주 야영장을 시찰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들은 2박 3일간 야영지를 중심으로 시찰했는데, 당시 날씨와 관련해 “장마 시즌 뒤라서 무척 더우며 그늘이 없어 의료진의 활동이 더욱 중요하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지난 4일 새만금 잼버리 의료진들은 온열질환자가 속출하면서 업무 과부하로 진료소 5곳 중 1곳을 폐쇄하기도 했다. 지난 3일 하루에만 잼버리 영지에서 온열질환 등으로 진료받은 참가자는 1486명이었다. 이에 여성가족부는 부랴부랴 ▲의사 23명 추가 배치 ▲클리닉 운영시간 연장 ▲의료 물자 추가 보급하기로 했다.
결국 열사병과 태풍 대비에 대해 이미 새만금개발청과 전북도청은 잼버리 유치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이는 2017년 8월 17일 잼버리 대회를 새만금에서 하기로 유치가 확정된 이후에도 드러났다. 2018년 전북도청에서 작성한 120쪽짜리 ‘세계잼버리 참고 자료(제23회 일본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결과 보고서)’에도 해당 내용과 관련해 일본 스카우트 연맹에서 적은 내용이 있었기 때문이다.
해당 자료는 일본 스카우트 연맹이 작성했고 전북도청에서 참고 자료로 활용했다. 폭염과 혹서기에 열렸던 일본 잼버리 대회에서도 열사병은 참가자 모두의 문제가 됐다. 이 과정에서 일본 측은 열사병을 예방하기 위해 ▲그늘용 큰 천막 설치 ▲야외 활동 취소 및 하이킹 코스 단축 ▲대체용 실내 문화·과학 활동 제공 ▲온열 환자용 그늘 텐트 제공 및 응급처치소 운영 등을 준비했다. 또 집중 호우나 태풍에 대비해 ▲호우 대피용 큰 천막 설치 ▲큰 텐트 주변으로 8000명 대피용 피뢰침 설치 ▲폭우 대비 임시 대피소용 대형 텐트 설치 및 빗물배수로 확보 등으로 적극 대비했다.
한편, 오는 11일까지 열리는 새만금 잼버리 대회는 폭염 등으로 개막 이후 야영지 내에서 연일 온열 환자가 계속 발생하면서 논란이 됐다. 폭염 속 참가자들이 온열질환에 걸리지 않도록 마련된 덩굴 터널은 대회 시작 전 내린 폭우로 바닥이 진흙탕 상태라 이용하기 어려웠고, 그늘 쉼터의 그늘막은 햇볕을 막기에 얇은 상태였다. 화장실·샤워장 등 부대시설이 부족했고, 태풍까지 예보되면서 ‘생존 게임’이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다.
현재는 정부와 지자체, 기업 차원에서 관련 추가 지원을 한 상태다. 특히 태풍 ‘카눈’의 북상으로 잼버리 참가자들은 지난 8일 오전 9시부터 서울과 경기 등 각지로 비상 대피했다. 태풍 대비 차원에서 현재 참가자들의 야외 일정은 모두 취소됐다. 다만 태풍 ‘카눈’이 한반도를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오는 11일 오후 7시부터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새만금 잼버리 폐영식이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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