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존재하는가’라는 오랜 질문…신구·이상윤이 묻는다
프로이트와 C S 루이스의 논쟁을 상상
신은 존재하는가. 고대부터 신에게 의지하고 복종했던 인간은 근대에 이르러 신의 존재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이성의 발전이 종교적 신비를 하나둘씩 파괴해갔지만 현대에도 신을 믿는 사람은 많다. 20세기에 이름을 남긴 두 지성,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기독교 작가 C S 루이스도 신의 존재를 두고 논쟁을 벌인다. 나치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하자 영국이 선전포고를 하는 1939년 9월3일 오후 런던의 프로이트 상담실에서 만난다.
두 사람은 실제론 만난 적이 없다. 연극 <라스트 세션>은 무신론과 유신론을 대표하는 지성인 프로이트와 루이스의 논쟁을 상상해 만든 작품이다. 미국 극작가 마크 세인트 저메인이 아맨드 니콜라이의 책 <루이스 VS 프로이트>를 바탕으로 희곡을 썼다. 2020년 초연과 지난해 재연에 이어 올해 삼연까지 배우 신구(87)가 프로이트 역으로, 이상윤(42)이 루이스 역으로 출연했다.
<라스트 세션>은 무신론과 유신론 중 한쪽의 손을 들어주지 않는다. 프로이트와 루이스가 펼치는 논쟁의 주제는 삶과 죽음, 도덕과 성욕, 죄악과 자유의지로 이어진다. 판타지 작가 J R R 톨킨, 진화론을 주장한 찰스 다윈, 지동설을 옹호해 종교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던 갈릴레오 갈릴레이, 철학은 신학의 시녀가 돼야 한다는 토마스 아퀴나스의 이름도 거론된다. 화려한 볼거리는 없지만 끊임없이 지적 즐거움을 자극한다. 논쟁의 긴장감이 팽팽해지면 튀어나오는 블랙코미디가 관객의 웃음을 끌어낸다.
두 지성은 제법 신랄하게 서로를 비판하지만 상대에 대한 존중을 잃지 않는다. 구강암을 앓는 프로이트가 고통을 호소하거나 도시에 공습 경보가 발령되면서 논쟁이 중단되면 다음 장면에선 다른 주제로 넘어간다. 어느 한쪽이 항복할 때까지 ‘끝장’을 보지는 않아 아쉬우면서도 결국 결론은 관객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사만으로 구성된 2인극인 만큼 두 배우의 호흡이 핵심이다. 기자가 관람한 지난 2일 공연에서 신구와 이상윤의 호흡은 초연부터 세 차례 함께한 ‘짝꿍’답게 자연스러웠다. 신구는 눈밑 주름을 파르르 떠는 섬세한 연기부터 침을 튀기며 고함치는 폭발적 연기까지 두루 보여준다. 신구가 대사를 떠올리며 머뭇거리는 순간이 있었지만 혼곤한 고통에 시달리는 말년의 프로이트라고 보면 이상하지 않았다.
신구는 지난해 재연 당시 급성 심부전이 발병해 무대를 비우고 인공 심장박동기 삽입술을 받았다. 신구는 올해 공연을 앞둔 지난 6월 기자간담회에서 “자연인으로서 죽을 때가 가까워지지 않았나. 이게 마지막 작품일 수도 있다”며 “힘을 남겨놓고 죽을 바에야 여기 다 쏟고 죽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티오엠 1관에서 9월10일까지 공연한다. 프로이트 역은 신구·남명렬이, 루이스 역은 이상윤·카이가 맡았다. 신구가 출연하는 회차는 모두 매진됐다. 공연 시간은 휴식 없이 90분. 만 12세 이상 관람가. R석 6만6000원, S석 4만4000원.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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