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상승 5㎞의 힘, 전과 다른 투수가 된 NC 불펜의 리베로 김영규
김영규(23)는 올 시즌 NC 불펜의 ‘리베로’다. 팀이 필요로 할 때 가장 먼저 부름을 받는다. 때로는 승부처 좌타 상대 스페셜리스트로 역할을 하고, 때로는 1이닝 이상을 소화하기도 한다.
9일 현재까지 44경기에 나와 44.2이닝을 던졌다. 팀내 불펜 투수들 가운데 등판 횟수와 투구 이닝 모두 최다다. 김영규는 “중요한 상황에 나갈 수 있고, 그만큼 기대를 받는다는 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영규의 잠재력이 폭발한 건 입단 4년 차인 지난 시즌이다. 불펜 투수로 완전히 전업해 66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3.41를 기록하며 필승조로 자리 잡았다. 올 시즌 기록은 더 좋다. 3.05까지 평균자책점을 낮췄고, 9이닝당 삼진이 7개 이상(7.05)이다. 좌타 상대 피안타율이 0.205, 우타 상대 0.133이다. 피홈런은 아직 하나도 없다.
김영규의 성장은 구속 상승과 궤를 같이한다. 2019년 신인 시절만 해도 138㎞에 머물던 빠른공 구속이 지난해 144.6㎞까지 올랐다. 주무기 슬라이더도 128.7㎞에서 135.3㎞로 구속이 올랐다. 원래부터 자신 있던 제구에 ‘구속 5㎞’가 붙으면서 전과 다른 투수가 됐다.
부단한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근육으로 체중을 키웠다. 구속 상승의 가장 큰 비결이다. 신인 때 80㎏을 전후했던 체중이 지금은 88㎏까지 나간다. 1~2군을 오가던 시절, 2군에서 올라올 때마다 더 탄탄해져 있던 하체가 그의 노력을 입증한다. 김영규는 “구단도, 저도 지금 당장보다는 미래를 생각하면서 준비를 했던 것 같다”며 “그렇게 운동했던 노력이 조금씩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영규는 지금도 미래를 생각하고 있다. 마음 한쪽에는 다시 선발 투수로 마운드 위에 오르는 소망이 남아 있다. 데뷔 시즌 19세 나이로 거둔 구단 사상 첫 무사사구 완봉승의 기억도 아직 생생하다. 김영규는 “선발은 모든 투수의 꿈 아니냐”며 “어떤 보직이든 열심히 던지는 게 우선이지만, 기회가 온다면 선발로도 잘해보고 싶다. 잘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불펜 전업이 구속 상승에 도움이 된 것 아니냐는 말에 그는 손사래를 쳤다. 선발로도 지금 같은 공을 던질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김영규는 올 시즌을 끝으로 상무 입대한다. 다치지 않고, 후회 없이 제 기량을 펼치면서 입대 전 남은 시즌을 치르는 게 목표다. 한편에선 부상이 길어지고 있는 같은 팀 구창모의 대체 선수로 김영규의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승선을 전망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리그 젊은 좌완 투수들 가운데 김영규는 그만큼 빼어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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