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2학년이 환경운동가?”…민주당 ‘아동학대’ 간담회 논란

김건호 2023. 8. 10.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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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0세 어린이 7명 “오염수 방류 반대”
국힘 “어린이 정치 도구화, 북한이나 하는 짓”
민주 “쟁점화 말라…어른들 해석에 달린 것”

“내가 제일 싫은 건 우리나라 대통령이 핵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는 걸 찬성했다는 것이에요.”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 연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를 위한 아동·청소년·양육자 간담회’에 참석한 한 초등학교 2학생 학생은 “만약 저나 제 친구가 대통령이라면 핵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는 걸 절대로 막았을 것”이라며 이처럼 말했다. 이 아이는 “영상으로 후쿠시마 발전소를 봤는데 아주 끔찍했다. 그런데 거기서 나온 위험한 물을 바다에 버린다는 게 놀랍다”고도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서상배 선임기자
당시 민주당은 이 간담회에서 초등학생 등 어린이를 초청해 “활동가”라고 소개했고, 결국 정치적인 목적으로 아이들을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에 부딪혔다. 민주당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는 결국 “미래세대의 문제”라며 확전에 선을 긋고 있지만 논란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촛불 집회의 유모차 부대처럼 아동 학대 논란도 제기된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8일 열린 간담회에는 6세부터 10세 사이의 어린이 활동가 7명이 부모를 동반해 참석했다. 이들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정부와 일본을 비판하는 모습이 유튜브로 실시간 생중계됐다. 이날 국회 간담회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같은 당 우원식 의원(민주당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저지 총괄대책위원회 상임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자신을 17세 고교생 활동가라고 소개한 정모 군은 “투명한 자료 없이 계속 안전하다 하는 일본과 도쿄전력을 믿을 수 없다”며 “국민 85%가 넘게 반대하는데도 국민 의견 들어야 하는 윤 대통령은 왜 일본에 모든 걸 갖다 바치려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이 대표는 “핵 오염수 배출 관련해 실질적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미래세대 활동가 여러분의 말씀을 잘 들었다. 여러분 걱정을 저희가 많이 수용하고 정치권의 부족함도 각성해서 더 나은 세상, 안전한 세상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결국 여당 안팎에선 초등학생들마저 민주당이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김기현 국민의 힘 대표는 “저열한 아동 학대”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이 대표의 사과를 촉구했다. 김 대표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재명 대표가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들을 야권 정치꾼들의 정치 선동에 전위부대로 내세우는 저열하고 파렴치한 모습을 보였다”며 “어린 초등학생을 민주당의 정치투쟁에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활동가’로 소개하는 장면에서는 현기증이 날 지경”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어린이를 정치 선동 도구로 삼는 건 극도의 전체주의 국가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라며 “북한 조선노동당이나 하는 짓을 대한민국의 절대다수 정당이 하고 있다”며 ‘유유상종’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은 “후쿠시마 문제는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라 미래의 문제, 아이들의 문제다. 괜한 정치 쟁점화를 시도하지 마라”고 받아쳤다.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9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어린이들도) 충분히 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면서 “다만 어른들이 그것을 어떻게 이용하느냐,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남아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너무 정쟁으로 몰아가려는 그런 행태들에 대해서 국민들이 인상을 쓰고 있다”며 “지금 거기에 신경 쓸 때가 아니라 잼버리 문제나 후쿠시마 문제나 더 큰 문제에 집착해서라도 혹은 야당을 설득해서라도 국정을 운영해 나갈 수 있는 게 훨씬 더 시급한 문제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를 위한 아동·청소년·양육자 간담회에서 어린이 활동가의 발언을 듣고 있다. 뉴시스
이번 사안에 대해 대부분의 여론은 초등학생들을 이용했다는 비판적인 입장이 주를 이루고 있다. 특히 어린이가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발언하는 것인지 의심된다는 시각도 있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아직 자신의 지식과 판단이 충분하지 못한 초등학생들이 부모가 주입한 견해를 그대로 읽고 있는 것에 불과하지 않으냐”고 말했다.

하지만 국회 간담회를 민주당과 함께 주최한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9일 논평을 내고 “왜 그 누구도 어린이 활동가들의 자발성은 전제하지 않는 것인가”라며 이번 간담회에서 언급이 어린이들의 자발성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이명박 정부 당시 광우병 반대 집회에 등장한 유모차 부대도 또다시 언급되고 있다. 광우병 사태 당시 이른바 유모차 부대 회원들은 아이들이 탄 유모차를 앞세워 집회에 나섰다가 아동학대라는 비판을 받았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때에도 일부 여성들이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서울 강남역에 모여 침묵시위를 하는 등 유모차부대가 재연돼 논란이 된 바 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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