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칭포 슈가맨' 주인공 美가수 로드리게스 별세…향년 81세

미국서 무명, 남아공서 전설적 인기 끈 실화 다큐로 제작…세계적 명성
디트로이트서 노동자·빈곤층 다룬 노래 만들어…"밥 딜런 능가" 평가도

'슈가맨'으로 유명했던 미 싱어송라이터 식스토 로드리게스(2013년 모습)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 다큐멘터리 영화 '서칭 포 슈가맨'의 주인공인 미국 가수 식스토 로드리게스가 별세했다.

로드리게스의 활동을 기록해온 웹사이트 'Sugarman.org'는 8일(현지시간) 로드리게스가 81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고 발표했다.

AP통신은 로드리게스의 아내 코니 로드리게스(72)를 인용해 그의 별세 사실을 확인했다. 코니 로드리게스는 남편이 짧은 투병 끝에 사망했다고 전했다.

디트로이트에서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한 로드리게스는 노숙자와 노동자, 빈곤층에 대해 노래했고, 음악계 일각에서는 "밥 딜런을 능가하는 재능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1969년과 1971년에 발표한 앨범 2장이 미국에서는 거의 팔리지 않았고, 그는 무명으로 음악을 하며 건설 현장 등에서 노동하며 생계를 이었다.

1970년대 지구 반대편인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우연히 흘러들어온 그의 음반이 해적판으로 유통, 큰 히트를 하며 그의 인생은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이후 수십년간 그의 음악은 대중에게 사랑을 받았다.

특히 체제에 대한 저항적인 메시지를 담은 그의 가사는 당시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 정책)를 강압적으로 유지하던 남아공의 폐쇄적인 사회 체제에서 젊은이들이 분노를 표현하는 탈출구 역할을 한다.

그러나 그저 음악만이 남았을 뿐, 이 가수의 실체에 대한 정보가 없어 궁금해하던 이들이 많았고, 그런 이들 중 2명의 열성 팬이 1996년 진실을 밝히러 떠나게 된다. 그 여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가 '서칭 포 슈가맨'이다.

'슈가맨'으로 유명했던 미 싱어송라이터 식스토 로드리게스(2013년 모습)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로드리게스는 "나는 세상에 나갈 준비가 됐다고 생각했지만, 세상은 나를 맞이할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며 "우리 모두에게는 각자의 사명이 있다고 느끼는데, 그 여정에는 여러 가지 우여곡절이 있고 인생은 일률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거절과 비판, 실망에 대비해야 하고, 이런 종류의 일들은 모든 직업에 내재해 있다. 음악도 마찬가지"라고 말하기도 했다.

말릭 벤젤룰 감독이 연출한 '서칭 포 슈가맨'은 2012년 미국 선댄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특별상과 관객상을 받으며 주목받았고, 2013년에는 아카데미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비롯해 미 작가조합상, 감독조합상, 영국 아카데미 다큐멘터리상 등 세계 주요 영화제의 다큐멘터리상을 휩쓸었다.

한국에서도 2012년 개봉 당시 상영관이 적었음에도 영화 팬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면서 'n차 관람'이 이어졌다. 몇 년 뒤에는 이 영화에서 이름을 따 대중에게서 잊힌 가수를 찾아가는 TV 예능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로드리게스는 이 다큐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이후 영국의 글래스턴베리 페스티벌과 스위스의 몽트뢰재즈페스티벌 등 큰 무대에서 공연했다.

유족으로는 부인과 샌드라, 에바, 레건 등 세 딸이 있다.

'슈가맨'으로 유명했던 미 싱어송라이터 식스토 로드리게스(2013년 모습)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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