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책→실책→실책', 표정 일그러진 '안경 에이스'...이렇게 야구하는데 어떻게 이기나 [유진형의 현장 1mm]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무덥고 습한 여름이지만 서울 고척스카이돔은 에어컨을 가동할 수 있는 실내 구장으로 쾌적한 환경속에서 야구할 수 있다.
그런데 롯데 박세웅은 경기 내도록 땀을 비 오듯이 흘리며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박세웅이 이렇게 당황한 이유는 롯데의 실책 퍼레이드 때문이다.
롯데 박세웅은 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 투수로 등판했다. 7위까지 떨어진 롯데가 가을야구를 하기 위해서는 이제부터 한 경기 한 경기 결과가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에이스 투수가 등판하는 날은 무조건 승리해야 가을야구 마지노선인 5위를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다. 어느 때보다 집중력이 요구되는 상황이지만 롯데의 수비는 공포와 충격이었다.
출발은 좋았다. 1회초 1사 1.3루 찬스에서 4번 타자 구드럼의 중견수 희생 플라이로 가볍게 선취점을 뽑았다. 하지만 2회말부터 롯데의 수비는 충격 그 자체였다. 무사 1.2루 위기에서 박세웅은 김태진을 1루 땅볼로 유도했다. 완벽한 병살타 코스였다. 1루수 구승민은 침착하게 공을 포구한 뒤 2루로 송구했고 유격수 구드럼이 2루를 밟고 다시 1루로 송구했다. 하지만 구드럼의 송구는 1루 베이스 커버를 들어간 박세웅의 키를 훌쩍 넘기는 어이없는 송구였고 2루 주자 송성문이 홈을 밟으며 동점이 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박세웅의 표정은 그리 어둡지 않았다. 키움 타선을 막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롯데의 실책은 이게 다가 아니었다. 3회말 롯데는 무사 만루 위기를 맞았고 이주형은 박세웅을 상대로 1루 강습 타구를 쳤다. 이때 1루수 고승민이 공을 한번 더듬었고 마음이 급한 나머지 무리하게 홈으로 송구했다. 송구는 완전히 벗어났고 두 명의 주자가 홈을 밟으며 1-4로 점수 차가 벌어졌다.
스스로 자멸하기 시작한 롯데의 송구 실책은 더 있었다. 1사 2.3루에서 김태진이 2타점 적시타로 추가점을 뽑았다. 이때 우익수 윤동희가 중계플레이를 위해 고승민에게 던진 볼이 악송구가 되면서 김태진이 2루까지 들어갔다. 비록 추가 실점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이미 롯데 선수들의 사기는 바닥을 쳤다.
이렇게 롯데는 세 번의 송구 실책으로 자멸했다. 이길래야 이길 수 없는 롯데의 수비에 박세웅의 표정도 일그러졌다. 연신 땀을 닦으며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고, 정보근 포수에게 공을건네 받을 때는 입술을 깨물며 화를 참는 모습도 보였다.
결국 박세웅은 2⅓이닝 6실점으로 올 시즌 최소 이닝, 최다 실점을 기록하며 악몽 같은 경기를 했다. 수비진의 잇따른 실책에 그저 망연자실할 뿐이었다.
한편 롯데는 최근 9연패에 빠진 키움을 만나며 시리즈 스윕을 노릴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다. 하지만 어이없는 실책 퍼레이드로 자멸했다. 이날 패배한 롯데는 5위 두산과 4.5 게임 차다. 따라잡기 불가능한 게임 차는 아니지만 절대로 쉬운 상황도 아니다. 이날 같은 경기력이라면 6년 만의 가을야구 진출을 노리는 롯데의 꿈은 일장춘몽에 불과할 뿐이다.
[수비진의 잇따른 실책 퍼레이드에 표정이 일그러진 롯데 박세웅.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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