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스승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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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마다 다르겠지만, 2000년대 중후반 중·고등학교에서 선생님들은 학생들이 수업 중 떠들다 걸리면 교실 밖으로 쫓아냈다.
교사가 수업 시간에 떠드는 학생을 제지하지 못하면 다른 학생의 학습권이 침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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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마다 다르겠지만, 2000년대 중후반 중·고등학교에서 선생님들은 학생들이 수업 중 떠들다 걸리면 교실 밖으로 쫓아냈다. 공부하는 친구들을 방해하지 말고 나가라는 취지였다. 복도에서 싸우던 학생들도 교사가 매를 들고 나타나면 주먹다짐을 멈췄다. 더 큰 응징이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불가능한 이야기다. 교사가 학생을 훈육하면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고발당하기 일쑤다. 전국 시도교육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교사가 아동학대로 고소·고발당한 사례는 1252건이다. 이 중 53.9%를 경찰이 불기소하거나 종결했다. 과반이 기소되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학부모가 무고하게 고소·고발했다는 뜻이다.
학부모들은 교사를 괴롭히는 효과가 확실하기 때문에 고소·고발을 남발한다. 교사는 변호사 선임부터 수사기관 조사, 자료 소명, 정신과 치료까지 혼자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교사들 사이에서 “아무 갑옷도 입지 않은 전쟁터에서 혼자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하는 신세” “학생이 흉기로 위협해도 ‘하지 마세요’라는 말밖에 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교권 침해 피해는 교사로 끝나지 않는다. 교사가 수업 시간에 떠드는 학생을 제지하지 못하면 다른 학생의 학습권이 침해된다. 가위나 칼처럼 위험한 물건을 갖고 장난치는 학생을 막지 못하면 다수가 위험해질 수 있다. 그렇다고 예전처럼 매 맞고 엎드려 뻗쳐서 기합받던 교실로 돌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학생과 교사의 권리를 공존시키는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
영국의 사례가 참고가 될 수 있다. 영국은 교육 및 감사에 관한 법률로 교사에게 학생을 훈육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훈육에 대해서는 ‘교육을 제공하는 학교에서 학생의 행동이 합리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기준에 미달하는 경우 부과하는 지도’라고 규정한다.
영국 교육부 가이드라인(학교 규율 및 학생 행동 정책)은 학교, 교사, 학교장, 학생, 학부모 권한을 보다 구체적으로 명시한다. 학교는 규칙을 위반하거나 지시를 불이행하거나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학생을 훈육할 수 있다. 교사도 규율(훈육) 권한을 갖고 있다. 학교장은 교사를 겨냥한 학대·협박에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학생과 학부모는 학교의 조치가 불공정하다고 느낄 경우 불만 처리 절차를 밟을 수 있다.
미국은 연방 교사 보호법에 따라 교사가 학생을 제지, 훈육, 퇴학, 정학시켜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미국 버지니아주 페어펙스 공립학교는 120쪽이 넘는 가이드라인(학생의 권리와 의무)을 학부모에게 전달하고 숙지했다는 서명을 받는다.
가이드라인은 방해 행위가 무엇인지 단호하게 설명한다. ‘수업을 의도적으로 방해하거나 불복종하는 학생은 다른 학생들이 학업에 몰두하는 일을 어렵게 만들고 타인을 위험에 처하게 할 수 있다’ ‘방해에는 교직원 권위에 대한 반항, 모욕적인 언어와 몸짓, 협박, 위협, 싸움 등이 포함된다’ ‘레이저 기기, 폭죽, 성냥, 라이터는 학교 뿐만 아니라 학교가 후원하는 기타 활동에서 소지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식이다.
교사에게 아무 권한을 주지 않고 스승의 은혜만 요구하는 것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학생에게 인간의 기본 도리를 일깨워주며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고 타인을 존중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도 교육의 주된 이유 중 하나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교실에서 학생들이 배울 수 있는 것은 없다. “저희가 생활 지도를 하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다수 학생을 위해 수업을 제대로 하겠다는 것입니다”라는 현장의 목소리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교권이 바로 서야 교육이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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