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철 주의해야 하는 피부질환 예방법은
[파이낸셜뉴스] 여름 휴가철이다. 산이나 계곡, 바닷가는 물론 해외 여행지로 떠나는 이들이 늘어난 만큼 다양한 피부질환에 대한 우려도 증가한다.
10일 의학 전문가들은 고온다습한 여름철은 피부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수 있는 '일광화상(日光火傷)'뿐만 아니라 햇빛 알레르기, 아토피 등 다양한 피부질환에 취약하므로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여름 휴가철 바닷가와 산 등에서 햇빛에 지나치게 노출됐을 경우, 자외선으로 인한 일광화상을 입을 수 있다. 자외선에 노출된 피부가 당기면서 화끈하고 따가운 증상은 일광화상이 발생한 증거이므로 즉시 야외 활동을 중단해야 한다.
강북삼성병원 피부과 최영준 교수는 "초기 일광화상은 차가운 물과 냉타올, 얼음찜질, 알로에, 무알콜 화장수 등으로 피부를 냉각 및 진정시킬 수 있다"며 "우유의 단백질과 지방 성분이 피부 장벽을 보호해 줄 수 있어 차가운 우유에 적신 수건을 이용해 피부를 진정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일광화상으로 피부 껍질이 일어날 때는 벗기지 않고 놔뒀다가 자연스럽게 벗겨지도록 하고, 물집이 생겼다면 억지로 터뜨리지 않는 것이 좋다. 최 교수는 "물집이 생긴 이후 농포가 발생했다면 2차 세균 감염을 의심할 수 있으므로 병원에 내원해 항생제와 소염제, 색소침착 억제제 등을 처방 받아야 한다"며 "병원 진료를 받기 어려운 장소에 있을 경우, 아스피린과 비스테로이드성 진통소염제를 복용하면 피부 염증 반응과 통증을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광화상을 예방하려면 구름이 없는 맑은 날에는 직사광선이 가장 강하게 내리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외출을 피하는 것이 좋다. 외출 시 얇은 긴 소매 옷으로 햇빛 노출 부위를 가리거나 외출 30분 전에 자외선 차단제(선크림)를 꼼꼼히 바른 뒤 나가야 피부를 지킬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피부과 원종현 교수는 "자외선 차단제를 보면 일광차단지수를 뜻하는 SPF라는 수치가 나오는데, 자외선B에 대한 일광차단지수는 30 정도면 적당하다"며 "자외선A의 경우 자외선A 차단 등급을 뜻하는 PA를 참고하는데, PA++ 이상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좋으며 자외선이 강한 날이나 야외 활동 중에는 2시간마다 덧발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햇빛 알레르기는 태양광선 노출 후 가려움 또는 따가움을 동반한 홍반과 두드러기, 물집 등이 생기는 증상을 말한다. 의학적으로는 면역학적 기전에 의해 나타나는 광피부질환, 약물에 의한 광과민질환, 햇빛에 의해 기존 피부질환이 악화되는 경우가 있다. 그 중에서도 면역학적 기전으로 발생하는 광피부질환을 흔히 '햇빛 알레르기'라고 한다. 이에 해당하는 질환으로는 △다형광발진 △만성광선피부염 △일광두드러기 등이 있다. 햇빛 알레르기의 명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며 유병률은 5~20% 수준이다.
다형광발진은 가장 흔한 광피부질환으로 태양광선에 노출된 뒤 수 시간 후 심한 가려움증을 동반한 홍반과 구진, 잔물집 등이 나타난다. 주로 겨울 동안 노출하지 않은 부위인 목과 가슴, 팔 등에 생긴다. 젊은 여성에게서 흔히 발생하고 1년 내내 노출하는 얼굴이나 손 등은 비교적 발생이 드물다. 태양광선 노출을 피하면 1~2주에 걸쳐 흉터 없이 소실된다.
만성광선피부염은 다형광발진에 이어 두 번째로 흔한 광피부질환이다. 태양광선 노출 부위에 가려움증이 심한 습진이 지속하고 홍반과 각질, 태선화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중년 남성에 잘 생기며, 여름에 특히 악화하지만 1년 내내 지속하고 심한 경우 비노출 부위에도 발생한다.
일광두드러기는 태양광선에 노출된 수 분 안에 가려움증을 동반한 두드러기가 발생하고, 햇빛을 피할 경우 1~2시간 내 병변이 가라앉는 것을 볼 수 있다.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오상호 교수는 "광피부질환은 만성적으로 지속하기 때문에 햇빛을 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광독성, 광알레르기성 물질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고, 병변 발생 시 국소 스테로이드와 국소 타크로리무스 등 연고를 사용하거나 심한 경우 경구 항히스타민제, 스테로이드 및 면역억제제, 생물학적제제 등을 사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광피부질환은 겨울 동안 감춰져 있던 피부가 드러나고 햇빛이 강해지기 시작하는 봄부터 초여름에 흔히 발생하는데, 다형광발진은 여름에 반복적인 노출로 인한 내성효과로 호전되는 양상을 보이므로 여름에만 조심하기보다 봄부터 햇빛 노출을 주의하는 것이 좋다"며 "일광두드러기는 그늘이나 구름이 있는 경우에도 발생해 긴 파장 영역 광선까지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물놀이를 하는 동안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에 의한 접촉성 알레르기 피부염이 생기기 쉽다. 바닷물 염분은 각종 오염물이 뒤섞여 있어 접촉성 피부염 원인이 될 수 있고, 좁고 한정된 공간에 많은 사람이 있는 수영장이나 워터파크에서 발생 빈도가 높다.
접촉성 알레르기 피부염이 발생하면 가렵고 따끔거리는 것은 물론 홍반을 동반하거나 심하면 진물이 나기도 한다. 대부분 가려움이 먼저 나타나는데, 이때 심하게 피부를 긁는 것을 삼가야 한다. 염증이 생겨 피부를 덧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려대안산병원 피부과 유화정 교수는 "계곡이나 바다 물놀이, 수영장 이용 후 바로 씻지 않고 오래 돌아다니면 피부가 가려워지면서 자극성 피부염이 올 수 있다"며 "계곡은 오염물, 수영장은 소독제 등이 원인이 될 수 있으니, 물놀이 후에는 바로 샤워하고 보습제를 발라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유 교수는 "야외 물놀이를 하는 경우 수면 위에서 자외선B 강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일광화상을 비롯해 광과민성 질환들, 원래 있던 피부질환이 악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피부에 상처가 있는 상태에서 계곡 물놀이나 수영장 등을 이용하면 상처를 타고 감염이 돼 봉와직염 등 피부연조직 감염이 생기기도 한다. 따라서 피부에 상처가 아물지 않은 상태에서는 물 접촉을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유 교수는 "피부 발진이 하루 이틀 안에 해결되지 않고 계속 가렵고 범위가 늘어난다면 빨리 피부과를 방문하는 것이 좋다"며 "피부과에서는 피부염 혹은 감염에 따라 치료를 달리한다"고 언급했다.
여름철에는 세균에 의한 피부질환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화농성 세균에 의한 전염성 농가진, 다발성 종기 발생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땀띠나 벌레에 물린 자리, 찰과상 환부에 포도상구균이나 연쇄상구균 등의 화농성 세균이 침입해 2차 감염을 일으킨다. 환부가 꽈리처럼 부풀어 오르기도 하고 딱지가 생기고 진물이 나기도 한다.
서울아산병원 피부과 원종현 교수는 "농가진은 전신 증상이 없고 피부 병변이 심하지 않다면 항생제 연고로 치료한다"며 "감염 부위가 넓은 경우 항생제를 일주일 정도 복용한다. 특히 전염성 농가진은 어린이와 영유아 사이에서 쉽게 전염되고 신우신염(콩팥염증)으로 발전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려대안산병원 피부과 유화정 교수는 "농가진은 더운 여름철에 어린이들에 잘 생긴다. 붉거나 진물을 동반한 수포가 생기고 이것이 마르면서 노란 딱지가 앉았다가 다시 진물이 나는 증상이 반복한다"며 "피부에만 증상이 국한될 수도 있고 고열과 설사, 무기력감 등 전신 증상을 동반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고온다습한 여름철에는 무좀과 완선도 주의해야 한다. '선'자가 들어가는 질병은 곰팡이에 의해 발생하는데 무좀, 완선 등 부위에 따라 여러 종류가 있다. 무좀균은 고온다습하고 피부가 밀폐된 조건에서 가장 잘 번식한다. 젖은 신발은 충분히 말린 후 신어야 한다. 사타구니 양쪽에 생기는 무좀인 완선은 발에 있던 무좀균이 사타구니로 옮겨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원 교수는 "발 무좀과 완선은 병변 부위를 습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며 "적절한 항진균제 연고를 한 달 정도 바르면 치료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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