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버스 뚫은 맨홀 뚜껑…잠기고 무너지고 ‘카눈’ 피해 속출
1만 명 넘게 대피, 도로 끊기고 항공·열차 중단…“실내 머물러달라”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제6호 태풍 '카눈'이 10일 오전 한반도에 상륙하면서 전국적으로 피해 규모가 커지고 있다. 전날부터 많은 양의 비가 내린 남부지방은 침수와 산사태, 낙석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고, 긴급 대피 주민들도 늘고 있다. 경남 창원에서는 맨홀 뚜껑이 시내버스를 뚫고 들어오는 아찔한 사고도 났다.
카눈 영향에 항공편과 여객선 운항이 전면 통제됐고 열차도 멈춰 섰다. 개학한 학교 상당수가 학사 운영 일정을 조정했다.
15시간 걸쳐 한반도 수직 관통…전국 강풍 속 물폭탄
기상청에 따르면, 카눈은 10일 오전 9시20분께 경남 거제 부근으로 상륙했다. 이날 밤까지 15시간에 걸쳐 한반도를 수직으로 관통할 전망이다.
상륙 직전까지 '강' 강도를 유지한 카눈은 상륙 후 세력이 약해져 '중' 강도로 북진하면서 경상서부→충북→경기동부를 지나 북한으로 넘어가겠다.
전날부터 오전 9시까지 누적 강수량은 북창원 320.1㎜, 양산 상북 302.5㎜, 한라산 남벽 283㎜, 거제 254.4㎜, 경주 토함산 241㎜ 등이다. 현재 경상해안을 중심으로 시간당 30~60㎜, 강원영동에는 시간당 10∼30㎜씩 비가 쏟아지고 있다. 제주·남해안·경상동해안에는 최대순간풍속이 30㎧(시속 108㎞) 안팎에 달하는 강풍이 불고 있다.
태풍 영향으로 하늘길과 바닷길은 이틀째 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한국공항공사 제주공항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30분 기준 제주 출발·도착 항공편 213편이 결항 또는 사전 결항했다. 바닷길도 이틀째 막혔다.. 이날 첫차부터 고속열차 161회, 일반열차 247회의 운행도 중지됐다.
카눈 북상에 대비해 학사 운영 일정을 조정한 전국의 유치원, 초·중·고교가 총 1579개교로 집계됐다. 전체 1만9602개교) 대비 8.1% 수준이지만, 개학한 학교(3333개교) 대비 47.4%가 일정을 조정했다.
뽑히고, 떨어지고, 뚫리고 '아찔' 사고 속출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카눈 피해 신고가 쇄도하는 가운데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경남 창원시에서는 10일 오전 8시5분께 맨홀 뚜껑이 솟구쳐 올라 정차해 있던 시내버스 바닥 중앙을 뚫고 들어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시내버스에는 기사와 승객 5∼6명이 있었지만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다.
해당 버스는 즉각 운행을 중단했다. 시는 맨홀 뚜껑이 많은 비로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위로 솟구치면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현재까지 경남소방본부에는 총 138건의 신고가 들어왔다. 이날 오전 6시19분께 거제시 능포동 한 아파트에는 벽돌이 떨어져 주차돼 있던 차량 다수가 파손됐고, 오전 9시께 창원시 국도 5호선 쌀재터널에서 내서읍 방향 3㎞ 지점에 산사태가 발생해 양방향 차량 통행이 모두 통제됐다.
부산소방재난본부로도 이날 오전까지 100건 넘는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중구 한 도로에서는 가로수가 뿌리째 뽑히는 등 해안도로 침수, 가로수와 중앙분리대 파손 등 피해가 잇달았다.
경북소방은 도로 침수 및 유실, 가로수 전도, 주택 침수, 간판 탈락 등 80여건에 대해 안전조치를 했다. 이날 오전 6시께 구미시 선산읍 독동리에서는 400년 된 천연기념물 반송(천연기념물 357호) 일부가 쓰러져 소방대원들이 안전 조치했다.
울산소방은 이날 0시부터 오전 9시까지 간판 떨어짐과 가로수 넘어짐 등 총 48건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이날 새벽 4시40분께 동구 방어진순환로(아산로 방면)에 가로 3m, 세로 4m 크기 바위가 인근 산에서 굴러내려 와 안전 조치 중이다.
낙동강홍수통제소는 10일 낮 12시10분을 기해 울산 태화강 태화교 지점에 홍수주의보를 발령했다. 태화교 지점 수위는 홍수주의보 발령 시점 기준 3.97m(해발 기준 2.89m)를 기록 중이다. 낙동강홍수통제소는 "태화교 지점 수위가 계속 상승해 오후 1시30분께 주의보 수위(수위표 기준 4.50m, 해발 기준 3.420m)를 초과할 것이 예상된다"며 유의를 당부했다.
전남·전북·충남 등 에서도 크고 작은 작은 피해 신고가 이어지고 있다.
1만 명 넘게 대피…"실내 머물러달라"
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기준 일시 대피자는 12개 시·도 83개 시·군·구에서 1만641명이다. 경북이 6569명으로 가장 많고 경남 2695명, 전남 948명, 부산 331명 등이다.
카눈 북상에 따라 통제 지역은 늘고 있다. 도로 490곳, 둔치주차장 255곳, 하천변 525곳, 해안가 166곳 등이 사전 통제됐다. 지리산 등 21개 국립공원의 613개 탐방로와 숲길 전 구간도 통제 상태다.
이상민 중대본부장은 "하천변 산책로, 해안가 저지대 도로, 지하차도 등을 철저히 통제하고, 반지하주택, 산지 주변 주택 등 위험지역 내 거주자는 즉시 대피시키라"고 강조했다. 이어 "다소 불편함이 있더라도 정부의 사전 통제와 대피 조치에 적극 협조해 태풍이 지나갈 때까지 외출을 자제하고 안전한 실내에 머물러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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