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3km 미국판 오타니' 트레이드 초대박…ML 노히터 대기록 주인공 됐다
[스포티비뉴스=윤욱재 기자] 트레이드로 데려온 선수가 노히트노런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하다니.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우완투수 마이클 로렌젠(31)이 '대형사고'를 쳤다. 로렌젠은 10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펜실베니아주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시티즌스뱅크파크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홈 경기에서 선발투수로 등판, 9이닝 동안 단 1개의 안타도 맞지 않고 4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하며 팀의 7-0 완승을 이끌고 노히터 대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로렌젠은 1회초 2사 후 조이 메네시스를 볼넷으로 내보냈으나 도미닉 스미스를 좌익수 파울 플라이 아웃으로 잡고 이닝을 마쳤다. 필라델피아 타선은 1회말 닉 카스테야노스의 중월 2점홈런이 터지는 등 3-0으로 앞서 나가며 로렌젠을 지원사격했다.
아마 로렌젠이 2회초 선두타자 키버트 루이즈에게 또 볼넷을 내줄 때만 해도 그의 노히터를 예감한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로렌젠은 제이크 알루를 삼진 아웃으로 처리하는 등 2회 역시 무실점으로 넘어갔고 필라델피아는 2회말 웨스턴 윌슨의 좌중월 솔로홈런으로 4-0 리드를 가져가면서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로렌젠은 3회초 CJ 에이브람스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는 등 첫 삼자범퇴 이닝을 치렀고 4회초 2사 후 루이즈에게 또 볼넷을 허용했지만 알루를 중견수 플라이 아웃으로 잡으면서 노히트 행진을 이어갔다.
6-0이라는 넉넉한 리드를 안고 5회초에 다시 마운드를 밟은 로렌젠은 알렉스 콜을 중견수 뜬공 아웃으로 잡고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쳤고 6회초 2사 후 메네시스에게 볼넷으로 출루를 내줬지만 스미스를 우익수 플라이 아웃으로 처리, 조금씩 대기록과 가까워졌다.
로렌젠의 노히트 행진은 멈춤이 없었다. 2연속 삼자범퇴로 7~8회를 끝낸 로렌젠은 마침내 9회초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타자 레인 토마스를 3루수 땅볼 아웃으로 잡은 로렌젠은 메네시스를 95마일(153km) 싱커로 삼진 아웃으로 처리한데 이어 스미스를 중견수 플라이 아웃으로 제압, 필라델피아의 7-0 승리가 확정되면서 마침내 노히터라는 대기록을 품에 안았다. 이날 로렌젠의 투구수는 무려 124개였다.
최고 구속 95마일(153km)의 빠른 공을 앞세워 워싱턴 타선을 완벽하게 제압한 로렌젠은 시즌 7승(7패)째를 수확했고 자신의 평균자책점 또한 3.23으로 낮추는데 성공했다. 올해 메이저리그에서 네 번째로 탄생한 노히트노런 대기록이다.
경기 후 로렌젠은 "나는 이 꿈을 이루기 위해 미친 듯이 노력했다. 항상 노히터를 달성하고 싶은 꿈이 있었기에 놀란 라이언의 모든 노히터 경기를 보기도 했다"라고 자신의 꿈을 이룬 감격적인 순간임을 전했다.
사실 로렌젠은 투수로서 화려한 커리어를 가진 선수는 아니다. 신시내티 레즈 시절에는 주로 중간계투로 뛰었고 2019년 1승 4패 7세이브 21홀드 평균자책점 2.92로 활약한 것이 그의 야구 인생에 가장 찬란한 순간이었다.
지난 해 LA 에인절스에서 8승 6패 평균자책점 4.24를 기록하며 선발투수로 변신에 성공한 로렌젠은 올해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에서도 선발 요원으로 활약, 5승 7패 평균자책점 3.58을 기록하면서 자신의 가치를 드높였다. 여름 트레이드 시장에서 주목 받는 이름 중 하나였던 그는 결국 지난 1일 트레이드 데드라인 종료를 앞두고 필라델피아로 트레이드됐다.
로렌젠은 '미국의 오타니'로 불렸던 선수다. 2013년 신시내티에 입단, 구단에 '이도류'로 뛰고 싶은 의사를 보일 정도로 투타 겸업에 대한 의지가 강했던 로렌젠은 결국 투수를 하면서도 타격의 끈을 놓지 않았는데 2018년 7월 1일 밀워키 브루어스전에서 대타로 나와 만루홈런을 터뜨리는 '기적'을 연출하기도 했다. 또한 신시내티가 2017년 오타니 쇼헤이를 영입하기 위해 움직임을 보이자 로렌젠은 구단의 이도류 기용법과 관련한 프리젠테이션 작성에 협조하기도 했다.
로렌젠의 노력은 결실을 맺었다. 2018년에는 4승 2패 1세이브 8홀드 평균자책점 3.11을 기록하면서 팀의 핵심 계투로 활약하는 한편 타석에서도 타율 .290 4홈런 10타점을 남기며 당시에는 투수로선 보기 드문 성적을 남기며 화제가 됐다.
로렌젠은 2021년 일본 매체 '넘버'와의 인터뷰에서 "오타니 때문에 인생이 바뀌었다. 오타니가 없었다면 신시내티가 나에게 이도류의 기회를 주지 않았을 것"이라고 오타니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으나 이후 선발투수로 본격 전업하면서 이도류의 꿈도 접은 상태다. 신시내티 시절이던 2021년 한 타석에 들어선 이후 그의 타격 기록은 전무하다. 타자로서 통산 타율 .233 7홈런 24타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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